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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샴페인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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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샴페인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1> 후보단일화가 성공하려면

"언빌리버블(unbelievable)!!"

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재 의원이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단일화협상이 성공한 직후 한 말이다. 필자 역시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마찬가지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단일화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1)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짓되 두 후보자간의 첫 만남에서 결판을 내야 하며,

2)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에 의한 단일화를 양보하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시한 만큼 통합21의 정몽준 후보도 대의원 50% 운운하는 불공평한 방식의 여론조사를 고집하지 말고 노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하며,

3) 권력나눠먹기식 밀실야합이란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정체성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책면에서의 단일화 작업도 병행돼야 하고,

4) 무엇보다 설사 단일화 합의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서로간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방식의 만남이 돼야 한다

고 지적한 바 있다. 우연찮게도 필자가 꼽은 조건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톱니바퀴 물리듯 진행돼 결국 후보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첫 회담도 신속하게 성사됐고, 예상을 뒤엎고 첫 단독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정몽준 후보가 일반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됐다.

합의문 6항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은 단일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과 7항("우리 두 사람은 낡은 정치의 틀을 깨 정치혁명을 이루도록 함께 노력한다")은 후보 상호간 신뢰에 대한 합의라고 할 수 있으며, 합의문 마지막 항("우리 두 사람은 정치개혁, 남북관계, 경제 특히 농업개방 등이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그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의견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은 정책면에서의 단일화를 위한 시도라고 풀이할 수 있겠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다. 아마도 제도권 정치에 익숙해 있는 필자에게, 대권이란 커다란 '먹이'를 앞두고 양보와 타협에 의해 뭔가를 도출해낸다는 것은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 때문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정말로 예상을 뒤엎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한국 정치발전이란 측면에서도 하나의 청신호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의 또다른 배경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1강2중의 구도 속에서 정권을 90%는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는 식의 행태를 보여온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차면 기울게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뿐 아니라 민심의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판의 섭리(?)가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 합의를 했지만, 그것이 곧 유권자들의 지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 두 사람이나 이들의 지지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점이다.

우선은 현재의 여론조사를 보면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가 됐다는 전제 아래, (단일화된) 노무현 후보나 (단일화된) 정몽준 후보가 각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였을 때 모두가 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야말로 1강2중의 구도에서는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가,

단일화를 통해 비로소 한번 해 볼만한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다. 노무현 후보나 정몽준 후보의 지지자들을 비롯해 일부의 정치분석가들은 현실적으로 단일화될 경우 그 파괴력은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를 능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필자도 동의는 한다. 그러나 분석과 예측이란 현실 속에서 검증을 거쳐야만 사실이 되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있겠지만,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병존한다는 얘기다.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으니 되기는 되겠으나(아직도 희망적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되느냐 하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신뢰의 부분에 대한 두 후보간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실무적인 협상과정에서도 신뢰가 계속 유지될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태다.

따라서 일단 두사람이 후보단일화의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이를 위한 실무협상은

1) 역시 가능한 한 가장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시간을 끌어서 이익될 게 없다. 시간을 끌게 되면 결국 이간질을 획책해 왔던 일부 수구언론들의 손에 놀아날 공산이 크다.

2) 자기 후보에게 유리한 방안을 절대 고집해서는 안된다. TV토론의 방식이나 여론조사의 횟수와 방식, 설문조사의 순서와 구체적인 표현 방식 등 서로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들면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는 난제들이 많이 있다. 내게만 유리한 방안이 아니라 서로에게 공평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정신을 가지지 않으면 언제 난관에 봉착할지 모른다.

3)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인 것으로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대승적인 결단이 없으면 진전을 어렵게 할 요인이다. 정몽준 후보가 0.1% 차이로 진다 하더라도 승복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후보자들이 그런 정신을 갖고 있다면 이것을 공평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 역시 실무진들의 의무다.

4) 역시 실무진에서 신속하게 합의할 사항은 합의하고 남은 문제는 또다른 후보자 단독회담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는 내각제를 고리로 김종필 자민련 대통령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냈다. 사실 이러한 후보단일화는 정략적인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것이었으나, 사상 최초의 진정한 정권교체란 대의명분에 밀려 넘어갔다. 그러나 정책면에서 다른 두 사람의 물리적인 결합은 이후 엄청난 후유증을 낳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 합의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최소한 정책면에서 어떤 식으로 단일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합의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신뢰 속에서 신속하게 후속작업이 진행돼야만 한다.

필자가 앞서 얘기했듯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이제 대선은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도 한번 해 볼만한 싸움으로 만들어가는 첫 단추를 끼웠다. 이것이 현재로서 가장 객관적인 평가라고 하겠다. 진짜 해 볼만한 싸움이 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단일화 방식까지 합의해야 하고, 그리고 그 방식을 통해 단일화해야 한다.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 합의는 하나의 정치적 실험이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유권자들이 이들의 단일화를 권력쟁취를 위해 원칙없이 행한 야합으로 평가한다면 성공은 어려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끌어내는 관건은 여전히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후보단일화까지 행보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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