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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

2002년 11월16일 새벽 '역사'의 여의도 현장 스케치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16일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하자 국회 귀빈식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은 일순간 열광과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두 후보는 16일 새벽 0시10분 회담을 마친 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과 신계륜 후보 비서실장, 국민통합 21 김행 대변인과 민창기 선대위 유세본부장 등 4명을 불러 합의문을 조율했다. 이어 양당 관계자들이 회담장 옆 식당을 터서 기자회견장을 급하게 마련했고, 0시 40분 양당 대변인을 앞세워 두 후보가 밝은 표정으로 들어섬으로써 협상 타결을 직감케 했다.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70여명의 보도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이낙연 대변인은 "두 후보가 8개항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이어 김 행 대변인과 이 대변인이 돌아가며 8개항 합의조항을 낭독했다.

***"월드컵 두 배의 기쁨과 감동을 선사하겠다"**

양당 대변인의 발표가 끝나자 회견장에 모여 있던 양당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민주당 요구를 전격수용함으로써 이날 극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정몽준 후보는 발표가 끝난 뒤 먼저 마이크를 잡고 "두시간 얘기하면서 좋은 얘기를 많이 했다.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저의 운명을 국민들에게 맡긴다는 데 대해 보람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단일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대선에서 절대 다수 국민들이 생각하는대로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저의 마음을 비우겠다"고 말했다.

정후보는 이어 "12월 대선에서는 6월 월드컵에서 느꼈던 기쁨과 감동의 두 배를 국민들이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노무현 후보는 "좋은 말은 자기가 다하고, 소감은 정 후보가 얘기한 것처럼 전과 동입니다"라고 조크를 던져 회견장을 웃음의 바다속으로 몰아넣었다.

노후보는 "여기까지 온 것은 두 사람을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의 성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운명은 우리를 떠나 국민의 손으로 넘어갔다. 앞으로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당 대변인의 합의문 발표가 끝난 뒤 두 후보는 손을 꼭 잡고 서로를 격려했고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통합 21에 입당하면서 '민주당의 공적1호'가 됐던 김민석 선대위 총본부장은 대학 및 정치선배인 민주당 이해찬 협상단장과 힘차게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김민석 본부장은 그동안 후보단일화를 위해 정몽준 후보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제의 적이 또다시 오늘의 동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통합 21의 이철 협상단장, 박범진 선대위 부위원장과 민주당 이해찬, 이호웅 의원 등은 회견장에서 국회 본관 문앞까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갔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공통점이 있더라"**

두 후보와 양당 관계자 20여명은 회담후 16일 오전 1시 넘어 여의도 민주당사 인근 포장마차에 모여 닭발과 삶은 오징어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뒤풀이'를 했다. 합의를 밝히며 기자회견을 하던 중 "오늘 같은 날은 소주 10병은 먹어야 한다"며 "다 끝난 뒤 소주 한잔 합시다"는 정몽준 후보 제안에 따라 마련된 뒤풀이 자리였다.

두 후보는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서로 팔을 낀 채 술을 마시는 '러브샷'을 세차례 한 뒤 꼬옥 껴안았다.

노무현 후보는 러브샷 뒤 파안대소하며 "만나보니 의외로 공통점이 참 많더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생각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정몽준 후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분 때문에 이 자리에 왔고 사형수인 이철, 김행 대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노 후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공통점이 있더라"고 말했다.

노-정 두 후보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최대 주요사안인 한미관계, 남북관계 등에서 동질성을 찾아 극적 돌파구를 마련했음을 감지케 하는 발언이었다.

정몽준 후보는 노 후보와의 러브샷후 민주당의 이낙연 대변인, 국민통합 21의 김행 대변인도 러브샷을 하게 한 뒤 오징어를 집어 각각의 입에 넣어줘 주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언빌리버블!"**

양 진영 사람들도 잔치 분위기이긴 마찬가지였다.

노후보에게 후보단일화의 불가피성을 오래 전부터 주문해온 당내 원로 김원기 단일화추진특위 위원장은 감회가 남다른지 "정치를 오래했지만 오늘 같이 기쁘고 감명스러운 일은 없었다. 고마운 날"이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민주당 이호웅 의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다. 87년 양김 단일화의 열망이 좌절됐던 경험이 있고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다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량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면 거부하려 했다"고 농을 던지며 "위대한 정몽준 후보에게 잔을 권하는 영광을 달라"며 정후보에게 잔을 권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김경제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던 탓인지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을 연신 터트리며 감격을 삭이지 못했다.

협상단원이었던 국민통합 21 오철호 정치특보는 "정 후보가 회담장으로 오는 차속에서 '나에게 맡겨달라. 단일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양보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직감했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 협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통합 21의 이철 협상단장은 "이렇게까지 마무리될지 기대하지 못했다"고 남다른 감회를 토로했다.

김행 대변인은 "대변인을 부를 때 결렬된 것으로 생각했다. 정치사에서 이런 분들이 있었나 싶어 눈물이 나오려 했다"고 술회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김희선 민주당 의원도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손을 붙잡고 "정말 장하다"고 울먹였다. 김의원은 이어 민주당을 탈당해 한때 민주당 공적1호가 됐던 김민석 전의원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노 후보는 20분쯤 정 후보와 대작하다 먼저 자리를 떴고 15분 뒤 정 후보도 귀가했다. 이후 양당 관계자들은 따로 있던 자리를 합석해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감격의 뒤풀이는 한시간 가량 계속됐다.

2002년 11월16일 새벽, '역사'의 여의도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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