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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느냐, 함께 죽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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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느냐, 함께 죽느냐"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0> 盧ㆍ鄭 단일화회담에 붙여

드디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가 만나기는 만나는 모양이다. 후보단일화 논의는 요 몇주간 고착화됐던 대선의 1강2중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변수인 만큼 관심이 이곳으로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후보단일화논의는 노(盧)-정(鄭) 두 후보뿐 아니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까지 포함한 3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득실을 제공해준다. 하나씩 따져보자. 후보단일화 논의는 세 후보 모두에게 지지율 정체현상을 가져다 준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왜 그런가. 좀 러프하게 얘기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35%라 치고, 노-정 두 후보의 지지율을 20%씩이라고 쳐보자. 모두 합치면 75%정도인데, 이런저런 오차와 3인 이외의 후보에 대한 지지 등을 감안하면 결국 20% 정도는 부동층화한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부동층은 후보단일화 논의의 결말이 나기 전까지는 지지후보를 결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 뻔하다. 또한 현재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지지후보를 바꿀 가능성도 극히 낮다. 후보단일화 논의의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3인의 지지율 모두가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채로 길어지면 아무래도 이회창 후보보다는 노-정 두 후보가 불리하다. 35대 20대 20이란 1강 2중구도 속에서 지지율 고착화현상이 길어질 경우 1강2중구도 자체가 고착화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앞선 상태에 있는 이회창 후보로서는 오히려 전반적인 지지율 정체상태는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반면 협상을 위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는 노-정 두 후보에게 이런 정체상태는 더욱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신문보도를 보면 단일화협상이 착수된 직후부터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경우 자발적 후원금도 뚝 끊겼다는 것이고, 통합21의 정몽준 후보 측 역시 지구당 창당 등 조직정비작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협상이 잘 된다는 전제만 있다면 협상이 길어질수록 노-정 두 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다. 모든 관심이 후보단일화 여부로 쏠리게 되면 자연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5% 지지율을 치고 올라갈 기회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상이 잘될 것이란 보장은 아무데도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노-정 후보가 일단 만나게 되면 그것은 결판의 만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일반 여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할 것이냐, 양측 대의원을 여론조사의 표본 가운데 50%씩 할애하는 대의원-국민 절충식 여론조사를 택할 것이냐 하는 점으로 귀결되고 있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여론조사에 민주당 대의원들을 집어넣게 되면, 이미 다 아는 바처럼 민주당 내에는 통합21의 정몽준 후보를 공공연히 지지하는 의원이나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노 후보에게는 지극히 불공평한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이 있다. 정후보가 이런 절충식 방식을 고집한다면 후보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따라서 단일화 회담의 성패는 정 후보가 절충형을 포기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 후보가 만일 절충형을 포기할 경우 정 후보측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대목, 즉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이회창 후보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어 공정한 여론조사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 이 주장 자체도 필자가 보기에는 그리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생각은 되지만-에 대한 보완책 정도는 노 후보측에서 양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둘 중 한 사람이 양보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한 듯하다.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이다. 결렬 역시 어떤 식으로 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가령 누가 더 당선가능성이 높은지 검증할 수단을 놓고 서로가 신뢰할 만한 장치를 마련할 수가 없다고 판단돼 각개약진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일단 각기 제 갈 길을 가다가 선거 막판에 다시 한번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담판할 기회는 생길 수 있다.

그럴 징조는 보인다. 가령 두 후보의 회담 실무접촉 대표들이 “반이회창 연대에 공감했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얘기는 설사 두 사람이 당장 신뢰할 만한 조사방법 마련에 실패해 후보단일화를 못 이룬다 하더라도, 각개약진하다가 서로의 지지율로 성패를 짐작할 만한 단계까지 간다면(그것 자체가 바로 단일화에 대한 검증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때 후보자간 담판에 의한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만한 실마리는 남겨둔 채로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서로 원수처럼 돌아선다면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즉 단일화에 대한 기대로 부동층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 논의를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두 후보간의 만남으로 되느냐, 마느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며, 혹시라도 안되는 쪽으로 결말이 나더라도 서로간 원수처럼 비난하는 식이 된다면 그동안 벌어놓았던 것을 다 까먹는 쪽으로 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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