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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落望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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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落望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8> 동교동계에 보내는 고언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사태까지 빚은 대통령후보와 당내 주류들간 불화의 원인은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일종의 통과의례적 불화가 단초일 수도 있겠고, 의사소통의 부재에 따른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무시, 정치스타일의 차이, 또한 사람 사는 곳이면 가장 커다란 불화의 원인인 밥그릇다툼적인 성격까지 가미돼 있는데다, 수구언론들의 이간질이 조급증과 결합돼 불과 몇 달 사이에 서로간 얼굴 맞댈 일 없는 사이로 만들어 놓았을 수도 있다.

민주당 주류 가운데 특히 당내 수구세력으로 몰려 조리돌림을 당하다시피 하고 있는 동교동계의 불만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투쟁의 길목에서 그들이 한 긍정적인 역할만으로도 지금 그렇게 천대받고 멸시당해서는 안될 자격은 된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무조건적인 동교동계 비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는 희생양을 요구하지만, 결국 희생양을 요구한 그들이 나중에 다시 희생양이 되곤 하는 역사의 반복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과거 상도동계의 몰락과 유사한 길을 밟아 동교동계가 비난 속에서 퇴장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동교동계가 맞고 있는 위기는 인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유대가 이념적 유대로 발전하기에 앞서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통증일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퇴장이 이뤄지면 동교동계는 더 이상 김대통령의 그늘 속에 안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이란 명분도 사라진만큼 김대통령이 통치이념으로 밝혔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유대쪽으로 나아가든, 아니면 다른 어떤 명분을 찾든 동교동계는 변신을 꾀해야만 한다. 동교동계가 비난받는 것도 이런 명분보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교동계가 핵심이 되고 있는 민주당 주류의 흔들림은 차기에 대한 전망의 불투명성도 한몫하고 있다. 자기당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뽑아놓고서는, 노무현 후보로는 차기가 어렵다느니, 국민경선은 사기극이었다느니 하는 자해적 발언이 난무하는 것도 정정당당한 명분에 입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거꾸러뜨릴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급증과 정치공학적 계산이 어울린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1강2중의 현재 대선 판도는 더욱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기도에 어두운 그림자임이 틀림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이제는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에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쪽으로 흐르고 있다. 나라의 힘이 점점 한나라당쪽으로 쏠리는 듯한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낙망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40%를 넘어 45%선까지 간다면 사실 민주당도 승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35% 안팎인 형세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미약하나마 역전의 실마리를 안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권자는 일종의 관전자이기도 하다. 강자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관전자도 있지만, 막판 대역전극을 바라는 관전자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20%플러스 알파 역시 관전자며, 10%대까지 추락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역시 관전자다. 이들에게 민주당은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으며, 비록 불리하더라도 끝까지 승리의 희망을 놓치지 않고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당위성도 있다.

설사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강세가 대선 직전까지 간다 하더라도 민주당은 낙망해서는 안되며, 그런 현실을 인위적으로 깨기 위한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한 나라의 운영은 집권자나 집권당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건전한 야당의 존재도 필수적이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질 수는 있는 일이다. 관전자는 그런 정당한 패자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다음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추악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 미래도 없을 것이다.

어제(12일)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후보를 비난했다고 한다. 의원들의 탈당, 특히 한솥밥을 먹었던 일부 동교동계 의원의 이탈을 지켜봐야 했던 한 대표의 심정에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가 싸울 때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라 할지라도 껴안고 나아가고, 후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당직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의원들이 탈당하고 당내는 여전히 어수선하다고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대선을 전망한다면, 민주당이 지금 단계에서라도 후보와 당이 결속해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는 가정하에서는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시기가 오지 않은 것처럼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역시 여전히 낙망할 단계는 아니다. 또한 설사 지더라도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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