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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한 이별>

'책 읽어주는 부행장'의 주말이야기 <28>

금년초 '프레시안' 덕분에
<아들에게 주는 26가지 지혜>의 원작자 김승호씨를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가을의 문턱에서 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 20년만에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인터넷의 힘과 프레시안의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안희선씨라는 분인데 한일은행 국제부에서 같이 근무했습니다.
당시 안희선씨에 대한 인상은 외국어 대학을 나오고
별로 말이 없지만 빙긋이 웃는 모습과
때로 씨닉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인데 ,
지금은 훌륭한 시인이 되어 금년에 출간된
<날 위한 이별> (경운출판사)이라는 시집을 보내 왔습니다.
그 중에서 몇편을 보냅니다.

가을에 시집을 한권 읽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겁니다.
프레시안 독자들도 안희선씨의 신선한 시를 많이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캘거리의 교민 한분이 안희선씨의 시에
영상과 음악을 곁들여 보내 주셨길래 동봉합니다.
요즈음 인터넷 덕분에 가을을 덜 몸살하면서 지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가을일기**

멀리 비켜 선 하늘이
파아란 손을 뻗어와
생채기 가득한 내 마음도
잠시,
가을의 고요한 기슭에 기대었다.

들국화 목타는 길.

그 끝까지 이르고 싶었던 곳에서
저문 세상 지나가는 바람만 아득해,
휘청거리는 이 외로움.

문득, 낙엽처럼 눕고 싶은 날.

메마른 기억들만 빈 가슴 채우고
빈곤한 내 삶조차 괜스레 아쉬워,
목이 메이는 날.

밀물같은 그리움에
먼 산 홀로
저리도 고이 단풍드네.


***난 나무되면 좋겠네**

저 푸른 숲에 잠겨있는 나무들 중 하나가
나라면 좋겠네.

겸손한 광합성으로 배고픔 채우고
그윽한 수림향으로 숨쉬기 하며
물결같이 쓰다듬는 바람결에 목욕하고
옥피리 소리로 갈고 닦은 새소리 어우러져
낮에는 해님의 따사로운 애무에 몸 맡기고
밤에는 달님과 별님의 정겨운 속삭임 벗하며
호수거울에 몸단장하는 저 나무처럼
나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네.

어머니 품 같은 대지 위에 아기처럼 안기어
포근한 평화로움에 말없이 노니는
저 나무가
나라면
정말 좋겠네.


***사랑하는 이에게**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당신은 어느덧 나의 마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 언제까지나 나 홀로 있을 줄 알았는데,
당신은 어느덧 나의 빛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눈부신 허황된 꿈이라도 좋습니다.
이루어질 사랑이 아니라고 변명해도 좋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을 잊을 수도 없기에,
당신이 허락한 만큼만 이 세상에 살아있으렵니다.

모진 그리움 끝에 내가 죽어 한줌 흙이 되더라도,
온 영혼으로 사랑하는 당신에게 가 닿으렵니다.

당신의 발걸음마다 잊지 못할 기억처럼 묻어나,
가슴에 끝없이 남는 나의 사랑을 드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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