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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의 해석 놓고 유가학파와 크게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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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의 해석 놓고 유가학파와 크게 대립

신영복 고전강독<125> 제11강 순자(荀子)-2

‘순자’의 사상영역도 물론 광범위합니다만 우리가 주목하려고 하는 것은 그의 법제(法制)사상입니다. 그리고 성악설(性惡說) 등 그것과 관련된 것에 한정하기로 하겠습니다.

순자가 유가학파로부터 배척당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의 천론(天論)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자의 천(天)은 물리적(物理的) 천(天)일 뿐이었습니다. 순자의 하늘은 그냥 하늘일 뿐입니다. 인간 세상은 하늘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유가의 정통적 천인 도덕천(道德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지요. 순자는 종교적인 천, 인격적인 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순자의 탁론(卓論)입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유가의 정통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정통 유가와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순자의 천론(天論)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天)과 인(人)은 서로 감응하지 않는 별개의 존재입니다.(天人二分) 천(天)은 자연(自然) 음양(陰陽)일 뿐입니다. 천(天)은 천명(天命), 천성(天性), 천리(天理)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순자의 주장입니다.

星隊木鳴 國人皆恐 曰 是何也 是天地之變 陰陽之化 物之罕至者也 怪之可也 而畏之非也(天論)

“별이 떨어지고 나무가 울면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여 이 무슨 일인가? 한다. 이것은 천지와 음양의 변화이며 드물게 나타나는 사물의 변화일 뿐이다. 괴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두려울 것은 없다.”

성대(星隊)는 ‘星墜’로 해석됩니다.
목명(木鳴)은 폭풍이 몰아쳐서 나무가 넘어지고 찢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요컨대 천재지변이란 자연의 변화일 뿐이라는 것이 순자의 천론입니다. 천은 물리적 천입니다. 부연 설명하는 것보다 ‘순자’의 원문을 몇 가지 더 소개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天行有常 不爲堯存 不爲桀亡 應之以治則吉 應之以亂則凶 彊本而節用 則天不爲貧 養備而動時 則天不能病 修道以不貳 則天不能禍

“하늘에는 변함 없는 자연의 법칙이 있다. 요순같은 성군(聖君)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걸주(桀紂)와 같은 폭군(暴君) 때문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르게 응하면 이롭고 어지럽게 응하면 흉할 뿐이다. 농사를 부지런히 하고, 아껴 쓰면 하늘이 가난하게 할 수 없고, 기르고 비축하고 때맞추어 움직이면 하늘이 병들게 할 수가 없으며, 도를 닦고 마음이 흩어지지 않으면 하늘이 재앙을 줄 수 없는 것이다.”

天不爲人之惡寒也輟冬 地不爲人之惡遼遠也輟廣 君子不爲消印之匈匈也而輟行 天有常道矣 地有常數矣 君子有常體矣

“하늘은 사람이 추위를 싫어한다고 하여 겨울을 거두어 가는 법이 없으며, 땅은 사람이 먼 길을 싫어한다고 하여 그 넓이를 줄이는 법이 없다. 군자는 소인이 떠든다고 하여 할 일을 그만 두는 법이 없다. 하늘에는 변함 없는 법칙이 있으며 땅에는 변함 없는 규격이 있으며 군자에게는 변함 없는 도리가 있다.”

위 두 문장에서 순자의 천은 하등의 의지(意志)가 없는 물리적 천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다만 끝에 수도(修道)와 군자(君子)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순자가 유가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하튼 순자는 유가(儒家)의 천(天)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이단으로 배척당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천관(天觀)에 의거하여 순자는 인간의 적극의지를 주장합니다. 그러한 주장이 다음의 문장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大天而思之 孰與物畜而制之 從天而頌之 孰與制天命而用之(天論)

“하늘이 위대하다고 사모하는 것과, 물자를 비축하여 하늘을 제어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늘에 순종하여 그것을 칭송하는 것과 천명을 통제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대천(大天)의 ‘大’는 동사로 읽습니다. 위대하다고 하는 것, 크다고 하는 것의 의미입니다.
숙여(孰與)는 x과 x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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