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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6> 후보단일화에 바란다

내가 모른다고 상대방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며, 일면의 불합리성 때문에 전체가 매도돼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있다. 적어도 후보단일화에 관한 한 그런 얘기가 적용돼도 크게 틀림이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시종일관 후보단일화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책면에서 선명한 대비가 되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를 어떤 식으로 단일화한단 말인가. 말이 좋아 단일화이지 한 후보가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일하게 후보단일화논리에 근거라면 후보의 이질성과는 반대로 두 사람의 지지계층이 상당한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점 정도라는게 필자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조금 바뀌는 느낌이다. 우선은 그동안 특정후보를 편들고 또다른 특정후보들을 흠집내기에 바빴던 일부 수구언론들이 갑작스레 필자의 논리와 유사한 논리를 동원해 "정체성이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잘못된 것"이란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본 순간, "아하, 후보단일화가 맞는 주장일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필자가 과거 운영했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이와 같은 수구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비꼬아 "이들의 보도는 반대로 보면 정확하게 맞다"고 지적한 이도 있었다. 최소한 당파성 있는 주의주장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통렬한 지적이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생각해보면 후보단일화는 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의원이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의 제휴 요청을 거절하면서 "정체성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박근혜 의원이 주장하는 정체성이란 모호하기 짝이 없으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체성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 하는 것을 보면 박근혜의원의 정체성은 아무래도 보수기득권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 박 의원이 정 후보의 정체성에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최소한 정 후보의 정체성이 민주당 노무현후보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비록 서로의 출신은 다르나 정책 등 노선상의 유사점을 무리없이 도출해낼 수만 있다면 후보단일화도 그렇게 무의미한 주장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반증이 될 만한 팩트들이다.

사실 후보단일화의 큰 전제는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각기 갖고 있는 지지기반의 유사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20대~40대 초반 유권자들의 욕구다. 그것이 큰 카테고리에서 두 후보간의 결정적인 유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이런 카테고리에 맞게 모든 노선이나 정책을 담아내야만 한다.

물론 그런 노선이나 정책을 담아내는 방법론상에서 보다 빠르고 신속한 쪽에 무게를 둔다거나, 보다 점진적이고 신중한 쪽에 무게를 둔다거나 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두 후보 모두 지지기반의 공통된 열망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재벌 2세란 굴레를 안고 있는 정몽준 후보의 몫이기도 하다. 그가 한때 미국의 예를 들면서 재벌이나 명문가 출신이 개혁적인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이 된 적이 있다고 밝혔던 것도 사실은 이러한 점을 정 후보 자신이 절감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후보단일화협상의 두번째 전제는 두 후보가 서로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하겠다면 일찌감치 협상 테이블을 접고 각자 갈길을 가는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후보단일화 협상이란 두 후보 모두가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공평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을 도출하는 마당이다.

예컨대 노무현 후보쪽에서 단일화의 전제로 '국민경선'을 요구한다면, 정몽준 후보쪽에서는 그러한 요구에 담겨있는 정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러한 정신을 일단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후보단일화협상은 진전될 수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반대로 정몽준 후보쪽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선호한다면 왜 그런 주장을 펼치는 건지 최소한 긍정적인 요소를 파악해서, 그런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수용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지, 그렇지 않다면 후보단일화협상은 빠른 시일내에 끝내는 것이 서로에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후보단일화 협상은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그러한 입장 사이에 절충가능한 선택의 가지를 몇가지 도출해, 각기 후보 자신의 결단을 촉구하고, 그것이 안될 경우 신속하게 테이블을 치워야만 한다. 왜냐하면 협상이 길어지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고, 그것은 그야말로 협상에 의한 후보단일화가 성사안된다 치더라도 대통령선거 직전에 또다시 거론될 후보간의 결단에 의한 후보단일화마저 불가능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단일화가 오로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위한 정략의 산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선과 정책면에서의 단일화 협상도 차분히 진행돼야만 할 것이다. 밀실에서 오로지 특정 후보를 이기기 위해 원칙도 없이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든다면, 그것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을 일이기도 하려니와, 설사 그렇게 된다손 치더라도 정작 국민의 지지는 잃어버리는, 그런 모순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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