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세상은 온통 디지털 천지입니다.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는 광고가 현재진행형의 현실로 다가온 느낌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디지털 강국은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만 지구촌 전체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도 많은 것 같더군요.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문제 아닙니까?
A) 지금 지구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는 인구는 6억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구 전체 인구인 61억명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인데요. 지난 1970년대 인터넷이 국방용으로 개발된 이래 괄목할 만한 증가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바꿔 말하면 55억명이 아직도 인터넷과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 가구에 한집 꼴로 인터넷 온라인이 설치되어 있지만 방글라데시의 경우는 전체 가구의 0.1% 만이 인터넷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실 지구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디지털 격차가 심각하게 이슈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Q) 디지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주원인은 뭡니까?
A) 디지털화에 있어서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부국에서 컴퓨터 가격과 네트워크 연결 및 유지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는 반면에 빈국에서는 그런 기술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부국에서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디지털 네트워크, 심지어 쌍방향 TV 등에 이르기까지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네트워크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는 반면에 빈국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죠.
Q) 하지만 빈국의 경우 컴퓨터 네트워크가 오히려 짐이 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논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
A)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엔은 IT 즉, 정보기술이 개도국 국민들의 교육과 건강 증진, 빈곤 퇴치 등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판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적어도 바른 방법으로만 쓰인다면 고통받는 나라를 도울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감비아강 위에 있는 기나크 섬 마을에서는 간호사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환자의 상태를 찍어 e-메일을 통해 이웃 도시의 의사에게 보내면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사이버대학 같은 기술 집약형 프로젝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여유 있고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보다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소득 증대의 방편으로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례가 더러 있나요?
A) 남미 페루의 작은 마을 친체로스의 한 공장에서는 뉴욕에 수출해 파는 봉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네트워크로 연결된 본사로부터 물량을 주문 받아 제조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한 후 예전에 비해 무려 5배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마드야 프라데쉬에 있는 한 컴퓨터 네트워크 회사는 원거리 농부를 위해 네트워크 사용료를 대폭 인하하고 정부로부터 신속한 응답을 받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혜택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12억 인구, 극심한 기아에 허덕이는 9억명에게는 아직도 먼나라 얘기라는 것을 유념해야겠죠.
Q) 최근에 가장 IT분야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나라가 방글라데시라면서요?
A) 인터넷 보급율이 0.1%에 불과하지만, 최근 방글라데시의 디지털화는 어제가 이미 옛날이라고 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수도 다카로부터 북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로버팔리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누구나가 자유롭게 컴퓨터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합니다.
이곳 아이들은 수학문제나 영어문제를 컴퓨터로 푸는 것은 물론 각종 특별활동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해나가고 있답니다.
물론 이 학교의 경우는 상당히 특수한 사례입니다. 방글라데시엔 1만5천개의 학교가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컴퓨터를 사진이나 잡지에서 접할 뿐이죠.
Q) 로버팔리 초등학교에 시범적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는 데 비정부기구의 역할이 컸다죠?
A) 방글라데시 최대의 비정부기구인 브락(Brac)이 그 주체인데요. 99년부터 모든 시골학교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엄청난 작업을 진행해와 현재 6백50개 학교의 도서관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의 온라인 시스템은 학교가 위치한 마을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밖으로 향하는 유일한 창문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죠. 신문 구독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하고 있다니 어느 면에선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NGO단체인 브락(Brac)은 한 학교당 미화 2천달러가 드는 만만치 않은 예산 부담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센터를 설치하는 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IT가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의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Q) 네트워크 운영이 쉽지 않을 텐테요.
A) 우선 중앙통제시스템은 수도 다카에 있는 브락의 본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각 학교와의 네트워크를 무선으로 연결했는데 그 이유는 유선네트워크보다 안정적이고 또 빠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Q) 산업 분야에서의 인터넷 활용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우리나라나 미국 등에서는 보편화된 사례이지만 요즘 일부 방글라데시 농부들이 인터넷을 활용해 짭짤한 소득 증대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인터넷을 통해 재배한 농작물의 시세를 알아보고 가격이 좋은 시점과 시장을 골라 판매하는 시스템을 채택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한 파인애플 재배 농의 경우 마을 시장보다 최고 열배 비싼 가격으로 내다 파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에 인터넷을 통한 농업 유통의 혁명이 서서히 도래하기 시작했다고 하겠습니다.
Q) 그러고 보면 방글라데시가 IT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날도 머지 않은 것같네요.
A) 불안정한 전기 공급 사정, 높은 습도 등으로 IT산업의 여건 자체는 열악합니다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래 세대의 컴퓨터 생활화를 위해 훈련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이웃 인도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개화시켜 IT강국으로 부상한 전례를 모델로 자국에서의 정보통신 기술 산업을 최우선으로 일으키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유리한 여건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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