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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후보단일화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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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후보단일화를 생각한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23> 11월 첫 주 여론조사가 관건

후보단일화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후보단일화론은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이회창 지지율을 능가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 대통령선거일 직전까지, 혹은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과거와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과거 후보단일화론은 사실상 정몽준 의원으로의 단일화, 즉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면, 지금 후보단일화론은 특정인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경선을 통해서 후보경쟁력을 검증한 뒤 이긴 사람을 단일후보로 하자는 것인 만큼 문자 그대로 후보단일화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명분이야 어떻든, 후보단일화론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상당히 위협적인 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는다면 후보단일화고 뭐고 다 필요없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현실 속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50%는커녕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를 합치면 40%를 훌쩍 웃도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단순합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 합계는 사실 노풍(盧風)이 절정에 달했을 때 노무현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과 비슷하다. 무슨 얘기냐 하면 노(盧)-정(鄭) 두 사람간의 유사성은 극히 적지만, 최소한 지지기반은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일화하면 단일화된 후보가 두 사람이 지금 나눠갖고 있는 지지율을 별 이탈없이 다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노-정 두사람의 단일화를 전제로 정몽준 의원으로 단일화됐을 경우 이회창 후보와 엇비슷하든가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이젠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에도 이회창 후보에게 과거처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도 결국은 단일화의 효력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후보단일화론자들에게는 큰 무기인 셈이다. 두사람이 합치기만 하면 이회창후보를 이길 수 있는데, 왜 단일화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정책적인 면에서나 캐릭터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지지기반이란 측면에서 공유부분이 많다는 점, 바로 이것이 후보단일화론의 근거이면서 동시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기반의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합치면 위력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는 과거 김대중-김영삼 양김씨의 분열 때와 완벽하게 동일한 상황이다. 그러나 출신이나 캐릭터, 나아가 정책 등의 면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합치기가 어려운 측면이다. 대북정책면에서의 차이를 두 사람은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재벌정책면에서의 갭을 어떻게 메워나갈 것인가 하는 대목에 이르면 머리를 흔들지 않을 수 없다. 잘못하면 DJP연합의 단점들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따져보자.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필자가 이전의 몇몇 글에서 누누히 지적했듯이 경선을 통한 단일화든가, 아니면 선거 직전 한사람이 후보를 포기하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단일화 두가지밖에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전자의 방안이다. 시점상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후자의 방식은 그야말로 대선 직전에 가서나 고려될 만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로 명분을 갖고 후보단일화를 주장해온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3~4개 권역으로 묶어 평일에도 경선을 하면 2주일만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선이 시점적으로 무리라는 주장에 대한 답변이다.

만일 현시점에서 정몽준 의원측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며 경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면 노무현후보 측도 무작정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향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후보보다 높게 나오고, 특히 단일화를 전제로 물었을 때 정 의원만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한 쪽에서 아무런 전제 없이 경선을 수용하겠다는데 외면한다면 명분면에서 밀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몽준 의원측이 그렇게 무조건적인 경선 수용을 신속하게 발표할 만한 순발력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 지지율이 밀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노무현 후보를 앞서는 상황에서 그렇게 저자세일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지지도가 뒤집혀져서 이도저도 안되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귀결점은 11월 첫주 여론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여전히 정몽준 의원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노무현 후보가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면 의외로 후보단일화론이 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정몽준 의원은 하락세인데 노무현 후보가 눈에 띄는 상승세라면 또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동안 지지율이 낮으면서도 노무현 후보측이 목청 높일 수 있었던 상황, 즉 노 후보가 민주당의 국민경선에서 뽑힌 후보라는 점은 단일화국면에서도 여전히 노 후보측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지도에서 밀려도 쉽게 물러날 수 없다는 논리가 먹혀들어갔었는데, 지지율이 역전된다면, 아직도 공당의 공식 후보가 되지 못한 정몽준 의원측은 그런 안전판이 없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위기에 좀 취약하다는 말이다.

또한 정몽준 의원측이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과의 폭로를 계기로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점도 후보단일화논의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야당이 되더라도 한나라당에 꿀릴 것이 없겠지만, 정몽준 의원측은 태생도 태생이려니와 이런 식으로 한나라당과 각을 세웠을 경우 만에 하나 선거에 패배했을 때 후환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해야 할 필요성이 정몽준 의원측에 생길 수 있다. 지지율의 유ㆍ불리에 상관없이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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