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제임스 켈리 미 국무차관보와의 회동때 미국측에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5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한 담화 형식을 빌어 미국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했다.
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이 북미대화용이라는 분석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북미간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한 것은 북한 핵파문이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미국이 불가침 조약을 통해 우리에 대한 핵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한다면 우리도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며 "작은 나라인 우리에게 모든 문제 해결방식의 기준점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의 위협제거"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국의 '북핵 선(先)포기' 요구는 비정상적인 요구라고 일축하며 "벌거벗고 뭘 가지고 협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94년 체결한 북미기본합의문의 ▲경수로 건설지연 ▲적대정책 및 경제제재 지속 ▲핵선제공격대상 포함 ▲핵심부품 납입 실현후 핵사찰 합의 등을 거론하면서 "기본합의문 4개 조항중에 미국이 준수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부시 행정부는 우리를 '악의 축'이라면서 우리와의 핵전쟁 위기를 정식화하고 북남 비핵화선언을 백지화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이어 켈리특사 방북과 관련해 "우리는 특사에게 미국의 가중되는 핵압살 위협에 대처해 우리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있다는 것을 말해줬다"며 "자주권을 생명보다 더 중히 여기는 우리에게 있어서 미국의 오만무례한 처사를 놓고 이보다 알맞은 대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북한 당국의 공식 반응은 오는 26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제10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제(APEC)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희망하는 핵문제 해결방안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AP.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 연초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된 뒤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혀 발언배경과 관련,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익명의 이 고위관계자는 멕시코 한미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배경과 관련, 이렇게 말했다. 이 관리는 "북한 관리들이 미국인들에게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연초 북한을 `악의 축'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뒤에 위협감을 느껴 핵무기 개발 계획에 착수한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국무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당국의 핵개발 추진이 부시정부와의 '협상용'이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부시정부의 대응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