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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니? '조중동', 어느 나라 신문인가"

<데스크 칼럼> 금도를 넘어선 북한 핵문제 왜곡보도

요즘 조중동 지면을 보면 섬뜩하다. 금세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다.

22일자 지면을 보자. 미국내 강경파의 말을 빌어 북한에 대한 군사대응의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미 강경파 “군 대응 필요할 수도”/조선일보, 키신저 "군사행동 필요할 수도"/동아일보).

조선일보는 3개 사설 중 2개를 북핵 문제에 할애해 김대중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제네바(합의) 파기 대가를 치르게 해야’할 북한에 강경 대응하기는커녕 현 정부가 북한의 ‘민족공조’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조중동의 22일자 사설.>

동아와 조선은 21, 22일 이틀에 걸쳐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주도에 따라 북한에 강경 대응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중앙 역시 ‘북핵과 경협, 공존 안 된다’면서 김대중 정부의 강경책을 요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이들 조중동의 현실인식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북한이 비밀핵무기 개발을 스스로 시인했으므로 제네바합의는 사실상 파기됐으며, 따라서 한국의 미국과 함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한번 짚어보자.

***과연 제네바합의는 파기됐는가?**

우선 제네바합의는 파기됐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의 핵개발 재개 시인으로 파탄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아직 파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양자 사이의 합의가 있는데 한쪽이 무효화됐다고 말했다면 이는 무효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의의 한 당사자인 북한측이 제네바합의 무효화를 말했으므로 미국은 이 합의가 무효화된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켈리 특사 방북 당시 북한측이 핵개발을 시인하면서 제네바합의가 무효화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언은 같은 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부시행정부 제네바합의 파기 결정’과는 사뭇 뉘앙스가 다른 말이다. 요컨대 상대방이 무효화됐다고 말했으니까 파기된 것으로 본다는 말이지, 미국이 먼저 제네바합의 파기를 전제로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도 확인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제네바합의가 무효화된 것으로 간주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백악관은 (동맹국들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분명한 대답을 회피했다. 제네바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제공 중단 여부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동맹국들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켈리 특사에게 핵개발을 시인하고 제네바합의 무효화를 밝혔다는 지난 4일 이후 10여일이 지난 17일 북한에 중유가 운송됐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제네바합의의 유효성을 견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제네바합의 무효화를 선언했다"는 것은 미국측의 일방적 전언이다. 하지만 북한측은 22일 평양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여전히 미국측에게 제네바합의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4년 제네바합의가 이루어진 이래 줄기차게 이 합의의 이행을 요구해온 것은 주로 북한쪽이었다. 북한측은 경수로 완공시기의 지연,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 미국측이 제네바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해 왔다.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동결을 전제로 매년 중유 50만톤 제공, 2003년까지 경수로 2기 제공을 규정한 외에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청산과 양측간 경제.외교 관계 정상화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 또한 이번 북한의 핵개발 시인 이전까지, 지난 98년의 금창리 의혹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북한이 제네바합의에 따른 핵동결을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규정한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어쩌면 자살이나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어쨌거나 제네바합의는 아직 파기된 것이 아니며, 북한측의 돌연한 핵개발 재개 시인으로 파탄의 위기에 직면해 있을 뿐이다.

***북한 핵개발의 실체는?**

그렇다면 북한 핵개발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국무부의 16일자 성명)는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으며 몇 년전부터 핵개발을 재개했다는 것뿐이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은 이제까지(플루토늄)와는 다른 기술(우라늄 농축)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핵개발의 증거로 켈리 특사가 제시한 것은 우라늄농축을 위한 핵심부품(개스 원심분리기에 밸브 등에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 구매 정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이 이들 부품 등을 실제로 구입했는지, 구입해서 농축우라늄을 생산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했는지는 더욱 오리무중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고위 관리의 다음과 같은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미얀체프 러시아 원자력부 장관은 21일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군사기술을 갖고 있다고 믿기 힘들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활동이 핵무기 기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존 볼튼 미 국무 차관을 만난 게오르기 마메도프 외무차관도 “우리는 이 정보에 대한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한국, 미국, 그리고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이 정보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에야 러시아의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북한이 지금 현재 새로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양 어림짐작으로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얘기다.

***제목을 통한 조선.동아의 교묘한 언론조작**

그러나 ‘북한 스스로가 핵개발 재개를 시인했다’는 미국측의 전언은 분명 중대한 사태진전이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조중동은 미국내 강경파들의 의견이라면서 군사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 거론한 키신저나 브레진스키 등은 군사력을 동원한 후세인 정권의 축출에 비판적 의견을 보였던 인물들이다.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의 현실주의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우선 알카에다 소탕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후세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봉쇄전략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북한의 핵위협이 이라크의 핵위협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은 미국내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핵위협에 대한 엄중한 대처라는 게 반드시 군사력의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 동아 등이 "군사적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를 제목으로 뽑은 키신저의 발언도 실제 원문은 "군사적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며 우리는 아직 그 상황엔 가까이 가 있지 않다"(CNN방송과의 20일 인터뷰)는 신중한 것이었다. 유명한 친중파(親中派)인 키신저는 결코 전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원치 않고 있다. 제목을 통한 조선과 동아의 교묘한 '언론 조작'이라 하겠다.

조중동 등은 북한보다 핵위협이 덜 심각한 이라크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사용하는 마당에 왜 북한에는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미국 여론이 돌아가는 것처럼 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논리가 더 강력하다는 점은 애써 피하고 있다.

예컨대 북 핵개발 시인이 밝혀진 직후 뉴욕타임스나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등 미국의 유력지들은 북한의 심각한 핵 위협에도 평화적 해결을 천명했다면 그보다 덜 심각한 이라크에도 평화적 해결을 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핵 문제를 도리어 이라크전 저지의 반전(反戰)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위기는 탈냉전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어쨌거나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협의하에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천명하고 있다. 아마도 미국은 한ㆍ중ㆍ일 등의 대북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해서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선(先)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려 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군사력 외에 북한에 대한 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다. 중유 제공을 중단할 경우 이는 곧 미국 책임에 의한 제네바합의 파기가 되며, 이럴 경우 북한은 제네바합의에 의해 봉인된 폐연료봉으로부터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극한적 대결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개발을 빌미로 미국과의 대타협에 나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안보상 우려’를 해결하는 대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등 체제생존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한중일의 경제지원 중단 압박이 미국의 의도(북한의 조건 없는 핵개발 포기)대로 될 경우 북한의 핵위협은 사라지겠지만, 미국과 북한간의 대치 상황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미국 등의 요구에 의해 남북간의 경제교류나 북일 수교 등은 위축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북한의 의도대로 북미 교섭이 이루어져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북한의 핵위협 해소는 물론 동북아의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냉철한 분석이다. 이들은 또한 이는 지난 7월 이후 남북한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추구해온 동북아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할 몫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런데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 세 나라중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지렛대를 보유한 나라는 한국이다. 다음은 보도 내용의 일부이다.

“한국은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찍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현금을 얻을 수 있는 최후의 상대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중 남북 무역은 2001년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한 2억4천1백30만 달러였다. 미국이 만일 한국에 북한과의 교역 축소를 압박한다면 북한의 경화 획득은 질식될 것이다.

또 다른 채찍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다. 1994년 합의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KEDO가 건설하는 2기의 원자로 건설비용을 댄다. 북한이 합의를 위반했으므로 한국과 일본은 비용 부담을 중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진행될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몫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다. 아니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미국의 대북 시각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거나 ‘경제지원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민족공조보다 한미공조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 5일전 북한 핵개발에 관한 미국측의 브리핑을 듣고도 북일정상회담을 강행한 의미를 모르는 모양이다.

북한의 최후의 맹방이었던 중국이 신의주 경제특구 장관을 양빈을 구속한 이유도 모르는가 보다.

지금은 냉전시대의 동맹국 개념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다. 진영의 이익보다는 개별국가의 이익이 앞선다는 얘기다. 무조건 미국 뒷꽁무니만 좇아서는 평화와 번영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다. 민족공조가 한미공조를 앞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중동, 어느 나라 신문인지 묻고 싶다.

***사족 한마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입장에서 본 제네바합의 파기’에 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제네바합의를 파기한 것은 경수로 건설을 지연시키고 부시정권 출범 이후 대북적대정책으로 돌변한 미국측에 제네바합의 파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제3자인 미국 언론도 나름대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반면, 이른바 한국의 메이저언론인 조중동은 미국입장만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 우리의 언론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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