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격전쟁을 철저히 반대한 묵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격전쟁을 철저히 반대한 묵가

신영복 고전강독 <117> 제10강 묵자(墨子)-7

풍우란(憑友蘭)은 묵가사상은 하층계급과 무사계층의 직업적 사회윤리(社會倫理)를 이론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묵가는 무사(武士)출신의 훈련된 군사적 집단이며, 묵자는 초대 거자(鉅子)이며, 거자는 생살권(生殺權)이라는 군권(軍權)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물론 묵가에는 엄격한 조직규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말은 믿을 수 있고, 그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으며, 한 번 승낙하면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묵가들의 조직규율입니다. (其言必信 其行必果 其諾必誠 不愛其軀 赴士之厄困)

묵가에게는 무사집단의 윤리 또는 유협(遊俠)의 의리(義理)가 계승되고 있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에서 묵가는 이들과 구별됩니다. 공격전쟁 즉 공전(攻戰)을 철처하게 반대한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공수편(公輸篇)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공수반(公輸盤)이라는 명장(名匠)이 초왕(楚王)에게 초빙되어 운제(雲梯)라는 공성기구(攻城機具)를 제작하였습니다. 초나라는 그것을 이용하여 송(宋)을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묵자가 제나라를 출발하여 열흘 낮 열흘 밤을 달려가서 초나라로 하여금 전쟁을 단념하게 합니다. 이 공수편에는 묵자와 공수반과 초왕이 벌이는 광경이 소설적 구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전논리도 돋보이지만 전쟁을 막기 위한 묵자의 성실한 태도가 더욱 감동적입니다.

묵자가 반전논리로 초나라의 침략의도를 저지할 수 없게 되자 초나라의 공격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단언합니다. 결국 묵자와 공수반의 도상전쟁(圖上戰爭)이 연출됩니다. 일종의 모의전쟁(模擬戰爭)입니다. 허리띠를 끌러 성을 만들고 나무조각으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공수반이 공성방법을 바꾸어 아홉 번이나 성을 공격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묵자에게는 아직도 방어술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공방시범에서 공수반은 패배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내게는 선생을 이기는 방법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초왕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공수반이 아니라 묵자가 하였지요.
“공수반은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이면 송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의 제자들은 금활리(禽滑釐) 이하 3백 명이 이미 저의 방성기구를 가지고 송나라의 성 위에서 초나라 군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저를 죽인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습니다.”

결국 초나라의 송나라 침략을 저지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그 뒤에 이어집니다. 묵자가 돌아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가 내려서 묵자는 마을 여각(閭閣)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지기는 묵자를 들이지 않았습니다. 송나라를 위하여 열흘 밤낮을 달려가 초나라의 침략을 저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지 못하고 그를 박대하였습니다. 공수편 마지막에는 첨부되어 있는 다음 구절이 그것입니다.

止楚攻宋 止楚攻鄭 阻齊罰魯 墨子過宋天雨庇其閭中 守閭者不內也
故治於神者衆人不知其功 爭於明者衆人知之. (公輸)

內(납) : 맞아들이다. 納.
治於神者(치어신자) : 일을 처리함에 뛰어난 사람.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
爭於明者(쟁어명자) : 싸움에 밝은 사람.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저지하였고, 초나라가 정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저지하였으며,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막았다. 묵자가 송나라를 지날 때 비가 내려서 마을 여각(閭閣)에서 비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가 그를 들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다투는 사람은 알아준다.”

미리 아궁이를 고치고 굴뚝을 세워 화재를 예방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우면서 요란하게 불을 끈 사람은 그 공을 칭찬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인 셈이지요. 개선장군에 대한 환호가 그러한 것입니다.

나는 매스컴으로부터 오래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묵자의 표현을 따른다면 덜 물들었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부끄러운 경험을 멀리 우크라이나에서 하게 됩니다.

키예프에는 전승기념탑이 있습니다. 2차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입니다. 나는 그 탑을 보면서도 그것이 전승기념탑인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의 뇌리에 전승기념탑은 미국 해병대 병사들이 점령고지에 성조기를 세우는 형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지요. 키예프의 전승기녑탑은 언덕 위에 팔 벌이고 서 있는 모상(母像)이었습니다.

내가 의아해 하자 안내자가 설명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아들이 죽지 않고 돌아온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돌아오는 아들을 맞으러 언덕에 서 있는 어머니의 상(像)이 바로 그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나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전쟁과 승리에 대한 생각이 천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