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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정몽준 죽이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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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의 정몽준 죽이기, 성공할까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7>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대변인을 각각 역임했던 전용학ㆍ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 계기다. 사실 정치권이 그동안 겉으로는 대의와 명분을 따지면서 체면치레를 하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한시라도 빨리 모든 것 다 벗어 던져버리고 차기 정권에 가까운 쪽으로 줄을 서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인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형세였다고 하겠다.

전ㆍ이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이 계기였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용기있게’(?) 체면을 팽개침으로써 다른 의원들의 운신이 훨씬 용이해진 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좀 모양을 내며 재고 있었던 정몽준 의원 측이나, 민주당내 반노(反盧) 비노(非盧)세력들 모두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정몽준 신당인 '국민통합21'이 뜨기도 전에 한나라당의 각개격파전략에 고사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 만한 상황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형세다.

정치권의 요동은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하나는 한나라당행이며, 다른 하나는 정몽준신당 즉 국민통합21행이다. 물론 이러한 이합집산의 주체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될 것이 뻔하다. 누가 한나라당으로 가고, 누가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로 갈 것인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있는 분석이 될 듯하다.

한나라당행을 선택하는 의원들은 이회창 대세론에 동참하는 격이며, 정몽준 신당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후보단일화만 되면 정몽준 의원이 이긴다는 아직까지는 변치 않는 여론조사에 기대는 의원들이라고 하겠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의원 영입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8.8 재보선 이후 이미 국회 원내과반수인 139석(과반에서 플러스 2석)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 한나라당은 거대야당에 따르는 책임의식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하면 집권야당의 횡포라는 말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총리서리 인준동의안을 두번이나 부결시키고 사사건건 정부정책에 딴지를 거는 일들이야 빈발했지만, 워낙 김대중 정권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데다 보수언론의 적극적인 도움에 기반한 여론몰이로 별탈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사실 여론의 역풍(逆風)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었다. 이미 충분한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부치는 행위이며, 무엇보다 국민의 눈에 확실히 각인되는 행위가 ‘의원빼가기’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한나라당이 국회를 압도하고 여론도 압도하는 그런 상황은 분명해 보이는데 왜 이런 무리한 의원 영입을 시도하는 것일까. 그것은 겉보기와 달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의원 영입은 명백한 정몽준 파괴전략**

한나라당의 의원 영입은 명백하게 정몽준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전용학 의원은 당초 이인제 의원 계보로 민주당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멤버였으며, 누구나 정몽준 의원쪽으로 갈 사람 아닌가 여겨졌던 인물이었다. 이완구 의원의 자민련 역시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과 말이 오가고 있는 상대였었다.

한나라당은 당초 정 의원의 인기가 추석 전을 절정으로,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추석 이후에도 정 의원의 지지도는 전혀 꺾일 움직임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서울ㆍ경기와 충청권에서 보인 정 의원의 뚜렷한 우위가 지속되는 형세를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으로서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월 13일자 중앙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노무현-정몽준 3자대결시 각각 33.3%-18.7%-32.0%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는 정몽준의원에게 1.3% 포인트 앞서긴 했으나 오차범위 안이며, 무엇보다 추석 직후인 9월 25일 같은 신문 여론조사에서 보였던 차이 3.8% 포인트(이회창 34.7% 정몽준 30.9%)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정 의원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후보단일화가 이뤄져 이회창-정몽준 양자대결로 붙는 상황에서는 진작부터 지고 있었던 표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양자대결시 정몽준 의원은 43.1%의 지지를 보여 이회창 후보의 35.6%보다 7.5% 포인트 앞서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별 지지도다. 3자대결의 경우 지역별 지지도를 보면, 먼저 서울은 이회창(32.8%)-정몽준-(32.6%)-노무현(20.0%) 순으로 昌ㆍ夢은 호각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인천ㆍ경기는 정몽준(37.9%)-이회창(29.9%)-노무현(15.6%) 순으로, 순위변동 없이 정몽준 의원과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전ㆍ충청지역을 보면 역시 정몽준(37.9%)-이회창(34.9%)-노무현(11.1%) 순으로 같은 추세다.

부산ㆍ경남과 대구ㆍ경북에서 이회창 후보가 뚜렷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지역의 유권자들의 정몽준 선호도도 괜찮은 편이다. 최소한 노무현 후보에게 보이는 반감은 없다는 얘기다.

이회창 후보는 과거 97년 대통령선거 때 다른 지역을 플러스마이너스해서 당시 김대중 후보와 비슷하게 득표했으면서도 충청권에서 30여만표 뒤지는 바람에 결국 38만표 차이로 낙선한 바 있다. 만일 서울ㆍ경기와 충청권의 민심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97년의 악몽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셈이라고 하겠다. 한나라당이 거대야당의 횡포니 뭐니 여론의 비난 가능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정몽준 의원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은 분명하다.

의원을 미리 선점한다는 것. 그것이 여론에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지만, 최소한 정몽준 의원 진영에 주는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지도도 높은데 의원들이 자신이 아닌 한나라당을 선택한다는 것은 지지도와 상관없이 당선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그동안 정몽준 의원의 당선가능성은 아주 낮게 나오고 있었다. 인기는 높지만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분석결과 나오는 결론은 간단하다. 한나라당의 의원 빼내가기는 정몽준 죽이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몽준 죽이기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 점은 차후 여론조사를 통해 검증돼야 할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전략을 보면 왜 이회창 후보의 인기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가 하는 반성이 전혀 없다. 반성이 없는 밀어부치기 전략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昌 지지도가 제자리에서 맴도는 까닭은?**

이회창 후보의 인기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정체상태에 있는 현실을 뒤집어 보면 상당히 불안요소가 많다. 그가 정체상태에서도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의 3파전 형국 속에서 불안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주요한 지지근거인 영남의 인구가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수도권에서 밀리긴 해도 그런대로 성적유지를 하는 것도 결국 원적별로 볼 때 영남출신의 서울시민 지지가 기반이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회창 후보의 인기가 정체상태인가.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해 노벨상 수상을 위한 로비가 있었다는 식으로까지 무차별로 공격하는 데 대한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서 이제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후보도 비껴갈 수 없을 만큼 거대야당이(혹은 그 당의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역시 반창(反昌)정서다.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이회창 후보를 기피한다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러한 유권자들이 정몽준-노무현으로 양분되는 형세이기 때문에 그래도 이회창 후보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리고 호남에서 이회창 후보는 거의 표를 얻지 못할 정도로 기피되고 있는데 반해 영남지역에서 정몽준 의원의 약진은 눈부신 바 있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이회창 후보를 외면하는 것은 그가 그러한 욕구와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 진영은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의 갈망에 걸맞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 후보는 연령적으로는 50대 이후, 지역적으로는 영남이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충청권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의원영입을 강행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충청도는 과거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대한 애증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가 3당합당 이후 잘 나갈 때나 DJP연대 이후 총리를 하고 있었을 때 등 말하자면 JP의 호시절에는 철저하게 그를 외면했으나, 어려울 때는 지지하는 묘한 표심을 보여왔다. JP가 정치적으로 과거 어느때보다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 보여왔던 충청권의 민심이 또다시 동정론으로 돌게 될지 여부도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정몽준 죽이기가 성공할지 여부를 결론내리기는 좀 섣부른 시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나라당의 세(勢)과시전략이 거꾸로 지금까지는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를 촉진할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나라당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란의 필자 서영석씨를 비롯한 인터넷 논객들이 최근 정치칼럼 전문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http://www.seopri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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