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DJ 증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두 신문의 10일자 "DJ에게 노벨평화상 조직적 극비 로비했다"(동아일보)와 "최규선씨 국내외 조직 운영, DJ 노벨상수상 극비로비" 기사가 대표적 사례다.
<사진 최규선씨의 김대중 대통령 노벨상로비 의혹을 보도한 뉴스위크 한국판 표지.>
***동아.조선일보, 경쟁지인 중앙일보 자회사 기사 받아 대서특필**
9일 발간된 뉴스위크 한국판은 'DJ특명 '블루카펫'을 깔아라'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최규선씨의 문건에 담긴 노벨상 로비 프로젝트 전모를 22쪽에서 34쪽까지 11면(광고면 제외)에 걸쳐 다뤘다. 기사의 요지는 "최규선 전 미래도시환경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조직적으로 극비로비를 했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뉴스위크 발행 다음날인 10일 각각 1면과 3면 두면에 걸쳐 이 기사를 받아 대서특필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1면의 사이드톱 기사에 이어 3면 전면에 '최규선의 M-블루카펫 프로젝트 내용'을 뉴스위크 기사 전문과 함께 해설을 곁들여 상세하게 보도했다. 신문은 또 '박지원씨 표지사진 삭제된 듯'이란 3면 상자기사를 통해 문제의 뉴스위크 한국판이 하루늦게 발매된 과정을 소개하며 애초의 기사내용과 표지가 달라지며 새로 인쇄-발매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외압설'까지 제기했다.
<사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노벨상로비 의혹과 관련된 기사를 1면과 3면에 걸쳐 크게 보도했다.>
조선일보 또한 1면 사이드톱에 이어 3면에 '최규선씨의 '블루카펫·M프로젝트'-노벨평화상 선정위원들 대상 1인당 최소 3명씩 맨투맨 접근'이란 해설기사와 청와대 압력으로 뉴스위크 한국판 기사일부가 바뀌었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실었다.
신문은 "현 정권이 이 문건을 만든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대표)씨가 기획한 대로 노벨상 로비를 실행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가정하면서도 "최씨가 제안한 내용중 일부는 현실화됐고 박지원씨에게 보냈다고 공개한 편지 등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문건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했다.
***정작 뉴스위크 모기업인 중앙일보는 작게 보도**
그런데 정작 뉴스위크 한국판을 발행하는 모회사인 중앙일보는 같은 날 자회사가 발굴한 특종(?)을 3면에 상자기사로만 실어 동아,조선일보와 대조를 이뤘다.
중앙일보는 '"최규선씨 해외 인맥 동원 김대통령 노벨상 로비했다"'는 기사를 통해 뉴스위크 한국판의 기사내용을 인용 위주로만 보도하고, 이를 부인하는 청와대측 해명도 함께 실었다.
<사진 뉴스위크 한국판을 발행하는 중앙일보는 3면에만 관련기사를 실어 동아·조선일보와 대조를 이뤘다.>
왜 중앙일보는 자회사가 단독보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로비의혹 기사를 작게 취급했을까. 그 전말을 알아보자.
문제의 기사는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뉴스위크 한국판에서 최규선씨 디스켓에 들어있던 내용을 찾아 기사화한 것이다.
중앙일보 편집국이 뉴스위크의 관련기사를 전해받은 것은 잡지 발행 2일전인 지난 7일. 뉴스위크측은 "이 기사가 크게 다뤄지면 잡지 판매에 큰 도움이 되므로 기사화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관련기사 내용을 중앙일보에 전해왔다.
***중앙일보가 기사화에 신중했던 이유**
그러나 이 내용을 검토한 중앙일보 편집국은 "팩트(사실)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사화를 거부했다.
한 편집국 간부는 이와 관련, "최규선 개인적으로 자료를 만들 수도 있는 일인 만큼 이 자료가 곧 직접 로비를 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하며, 특히 청와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애초 10일자에 관련기사를 싣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동아·조선이 초판부터 보도하며 치고 나가자 어쩔 수 없이 기사화했다.
또 중앙일보 간부는 뉴스위크측에 "관련기사의 팩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문제된 기사제목과 내용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미 인쇄가 완료된 뉴스위크 몇천부를 폐기하고 수정된 원고를 토대로 다시 제작된 뉴스위크 한국판이 발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 유언비어가 생겨났고 확인절차도 없이 활자화됐다.
한나라당 등이 제기한 "청와대의 압력으로 중앙일보가 기사를 내지 못했다. 뉴스위크지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덮쳐 8천부를 압수해갔다 등등..."의 유언비어가 정가에 유포되기 시작했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를 토대로 '외압설'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기사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증오'**
예전만 해도 '조중동'은 서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었다. 한 신문이 특종을 하면 다른 신문들은 이를 가급적 외면하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지가 한 특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DJ정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도리어 경쟁지가 한 보도보다 대서특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노벨상로비 보도가 그런 대표적 예다.
아무리 DJ가 밉다고 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가지고 대서특필해 진실처럼 몰아가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태도에서 느껴지는 것은 '서늘한 증오'다.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깊어진 DJ와 언론간의 갈등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는 점과, 신문지면을 증오라는 감정을 토로하는 장으로 사유화하고 있는 언론권력의 전횡이 극에 달했다는 점이 갈 길 바쁜 한국사회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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