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조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조건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6>

민주당내 후보단일화론자들의 상황인식은 이렇게 요약된다.“노무현 후보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없고,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가 각개약진으로 이회창 후보와 붙어도 이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외통수 길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뿐이고, 두 사람중 한 사람만 후보가 된다고 했을 때 후보는 정몽준 의원이어야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후보단일화론자의 핵심적 주장이다.

필자가 누누히 얘기했지만, 최소한 지금 민주당내 후보단일화론자들의 주장은 도덕적으로 전혀 옳지 않다.

이들은 자기 손으로 뽑은 자기 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데 앞장섰던 인물들이며, 재집권을 통해 여당의 단물을 계속 빨아먹을 수만 있다면 원칙도 절차도 필요없고, 수단방법의 정당성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론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경선에서 패배를 절감하고 도중하차했던 이른바 이인제계들이 주축이며,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뒤 영입한 보수적인 인물들이 또다른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정권에서 장관 등 고관을 지냈던 인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런 면면으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니까 도덕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는 것이다. 진정으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가 집권한다면 개혁도 희망도 없다고 느끼고 있는 인물이란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다. 오로지 집권의 단물을 계속 빨아먹기 위해서는 누가 됐건 자신들이 어떻게 뽑았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 밖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국민경선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을 맡았던 김영배 의원이 민주당내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본질이 얼마나 부도덕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김 의원은 자기 손으로 관리한 국민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의 정통성을 자기 입으로 부인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재집권에 실패하면 피바다가 된다고 공언(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면 피바다가 된단 말인가???)해 물의를 빚었던 사람이다. 어느 구석을 봐도 후보단일화를 주장할 만한 정당성이나 정통성을 지니고 있지 못한 인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몽준-노무현 두사람의 후보단일화가 계속 운위되는 이유는 과연 뭔가. 그것은 ‘여론의 3인에 대한 지지도 비율’과 이른바 광범위한 ‘반창(反昌)정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반(反)DJ정서도 존재하지만, 또한 반창정서도 명백하게 존재한다. 아무리 좋은 조건 아래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30~35%사이에 머문다는 것은 하나의 반증이다. 무응답층을 고려한다 해도 유권자의 거의 3분의 2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한나라당 지지도에도 못미친다. 대북비밀지원설, 서해교전관련 안보불감증, 이를 대서특필하는 보수언론 등 온갖 호재 속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가 유권자의 3분의 1선을 확실하게 돌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거꾸로 후보단일화론을 불러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서라면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가 단일화만 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른바 반창정서는 여론조사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7일 경향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정몽준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정몽준 의원이 46대 37, 9%포인트 차이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경향신문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론조사 추이도 동일하다. 특히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40대 지지자들 중 다수가 후보단일화의 경우 정몽준 의원에게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하튼 이런 것들이 바로 후보단일화에 대한 매력을 떨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왜 하필이면 후보단일화의 경우에도 정몽준 의원으로 단일화인가 하는 의문 역시 여론조사 결과 속에 답이 들어 있다고 하겠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3인의 지지도는 항상 이회창-정몽준-노무현 순이며,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오차범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30%대). 노무현후보는 이보다 조금 처진 18~19% 정도일 뿐인 상태다.

결국 단일화된다면 지지도가 높은 후보로 단일화되는 것이 당연한 순리. 따라서 정몽준 의원쪽으로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착된다.

물론 이것은 후보의 도덕성이나 자질과는 무관한, 오로지 여론조사의 지지도에 기초한 상황논리기 때문에, 지지도가 역전된다면 마찬가지 맥락에서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논리가 나올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후보단일화 주장은 완전히 부도덕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현재로서는 절대로 그렇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를 바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그래도 후보단일화를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연구해본다면 대략 다음곽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째 현재 민주당내에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이들이 후보단일화를 주장한다면 후보단일화 자체의 정당성이 완전히 상실된다. 정파의 이익에 따라, 오로지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며, 당연한 결과로 후보단일화의 효과 자체가 반감되거나 아예 산실돼버릴 것이 분명하다.

최소한 이들은 후보단일화를 운위할 자격이 전혀 없다. 이들은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면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하든가, 아니면 즉각 탈당해 그들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상고출신의 대통령후보 대신에 재벌2세에 서울대 출신의 정몽준 의원 진영으로 가야 한다. 이 두가지 방법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정몽준 의원이 변해야 한다.

재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나, 경제정책에 대한 지금까지 나온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는 안된다. 만약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면(당연히 자신이 후보자리를 양보하는 것이겠지만) 바뀌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정책면에서 개혁적인 색깔을 띠어야만 한다. 그래야 단일화에 최소한의 명분이 생긴다. 그것은 오로지 정몽준 의원의 몫이다. 정 의원도 스스로 케네디나 록펠러의 예를 들면서 재벌2세라고 해서 개혁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셋째 앞으로 당분간은 후보단일화 얘기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갈 때까지는 전심전력 각자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적을 토대로 3자가 오차범위내에서 경합할 경우에는 단일화할 이유가 없다. 단일화되기 위해서는 과거 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정몽준 의원이나 노무현 후보 둘중 한사람의 지지도가 아주 높고, 나머지의 지지도가 아주 낮아야 하며, 두사람의 지지도를 합쳐야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돼야만 후보단일화가 가능하다.

결국 선택은 지금처럼 재집권이 개혁의 완성이라고 강변하는 집권증 환자들의 몫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승리를 위해 온힘을 다해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왔던 후보자 자신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