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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지상주의의 말로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5>

대통령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우리 사회의 집단적 편가름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다. 정치권의 여러 정파들이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해 보이는 움직임에는 날이 갈수록 절박함이 더해가고, 지식인이나 언론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명백한 사실의 왜곡적 보도행태도 늘어가는 모습들이다.

그뿐인가. 검찰, 군부 등 누가 집권하든 집권세력을 뒷받침하는 권력집단 내부에서도 지역간, 이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을 맞아 노골적인 통치권누수현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대립의 원인은 무엇인가. 결국 원인은 정치에서 비롯된다. 정치권이 어떻게 해서든 차기 정권을 거머쥐어야만 한다는 집권지상주의 때문이라고 필자는 진단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세력이 정권을 쥐겠다는 것이야 자신들의 존립목적에 부합되는 정당한 행위라고 하겠으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정권을 쥐어야만 산다는 식의 마음가짐과 거기서 비롯되는 정치행위들은 집권지상주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모든 도덕적, 절차적 정당성도 집권이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서슴없이 버릴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적 사고방식이 집권지상주의의 기초다.

***풍경1 - 민주당의 후보단일화 세력화 움직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주당의 반노(反盧) 비노(非盧) 의원 30여명이 사실상 노무현 후보의 후보직 포기를 요구하면서 탈당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한다. 후보단일화. 산술적으로 보면 그럴 듯한 주장이긴 하다. 2위와 3위가 1위와 각각 붙으면 이길 수 없지만 2위와 3위가 힘을 합하면 1위를 이긴다는 논리는 태초 이래 이어져 내려온 주장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후보단일화를 내세우는 명분과 도덕성, 시각의 정당성인데, 그런 것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권이 바뀌면 피바다가 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후보단일화협의회 회장 김영배 의원의 "이상과 이념이 아무리 높아도 집권을 못하면 모든 게 백지"라는 생각에는 엄청난 문제가 있다.

김영배 의원은 더우기 국민경선때 사회를 본 사람이다. 자신이 사회를 본 국민경선을 통해 당선된 후보를, 이제 와서 인기가 떨어졌다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에 어떤 정당성이 있을 리 없다. 여기에는 어떤 후보든 이기는 후보만이 선(善)이라는 집권지상주의적 사고방식만 존재한다.

필자는 국민의 다수가 지지한다면,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뭐가 문제며,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무슨 문제일 것이며,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연스런 지지이지, 서로 명분도 절차도 없이 오로지 1위를 달리는 후보를 꺼꾸러뜨리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은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또한 이회창 후보를 영남권 지지에 국한시켜 비영남연합에 의해 재집권을 도모해보겠다는 지역분열적 사고방식이 들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도 비호남연합에 의해 집권을 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것 역시 비난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영남 포위전략이 정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사이며, 최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되(그것이 개혁이나 대북포용정책 등 이 정권의 치적이 됐든 어쨌든 간에),그래도 국민들이 외면한다면 5년을 기다릴 정도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5년을 기다려온 한나라당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이 외면한다면 5년이 아니라 10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풍경2 - 언론의 상반된 보도와 국감의 잇단 폭로들**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아들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최근의 언론보도는 극과 극을 달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병풍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며, 테이프를 조작한 혐의로 김대업씨를 오히려 구속할지도 모른다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는가 하면, 한겨레신문을 보면 테이프 조작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정반대로 보도돼 있다.

검찰에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확정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사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진실은 하나일 것인데도 정반대의 보도가 나오는 것은 명백한 편가름현상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서로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희망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문제는 언론만이 이런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식인 사회나 오피니언리더 계층도 이런 편가름에 예외는 아니며, 더 나아가 국민전체가 이미 편가름의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더욱 커다란 후유증을 예고하는 우울한 풍경이라고 하겠다.

이런 극단적인 편가름 현상은 정권말기의 통치권누수현상과 겹쳐 각종 폭로가 빈발한다는 점도 요즘 우울한 풍경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좋게 얘기하면 내부자 고발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동안 정권의 핵심부에 있었던 국정원 간부가 비밀자료란 것을 반대편에 넘겨주는 것이나, 비밀부대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가기밀까지 폭로하는 광경도 결코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순수하게 불의에 저항한다고 하기에는 그들이 이미 기득권을 누린 사람들이란 점에서 의심이 가고 있고, 오히려 이런 인간들이 다시 집권해서는 안되며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집권해야만 한다는 집권지상주의적 시각이 밑바탕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풍경3 - "하늘이 두쪽이 나도..." "자민련과도 손잡을 수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가 "하늘이 두쪽이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해 설화(舌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기득권층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관대한 요즘 시류에서는 뭐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는 얘기다.

사실 병역비리 의혹의 와중에서 가장 크게 부각됐던 사람이, 김대업씨의 주장에 따르면 돈 2천만원을 브로커에게 갖다주면서 아들의 병역면제 청탁을 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한인옥 여사인 만큼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인간적으로 이해못할 바도 아니라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부인 입에서 나온 이 말은 한나라당을 짓누르고 있는 집권지상주의적 시각을 웅변하고 있다는 점을 필자는 주목한다. 한나라당을 지배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는 불퇴전의 의지다.

이 집권에의 의지 앞에는 주류도 비주류도 없고, 개혁도 진보도 보수도 무의미한 구분이다. 한때 재야로 꼽혔던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정권공격의 최선봉에 서 있는가 하면, 홍사덕 이부영씨 등 비주류 수장들도 모두 충성맹세를 하고 있다.

3김 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회창 후보지만,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는 충청권 지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김종필 자민련총재와도 손잡을 수 있는 것이다. 기치고 모토고 말짱 다 헛것이고. 중요한 것은 이길 수 있는 표밭이요, 그럴 가능성만 있다면 절차고 명분이고 필요없다.

집권 의지는 그야말로 이념과 계층을 비롯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거대한 용광로다.

이런 집권지상주의의 말로는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필자는 한때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 호남인의 한(恨)도 풀릴 것이요, 지역대립은 역사적 유물로 남을 것이라고 오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오판이요, 망상이었을 뿐이다.

집권지상주의의 대결이 끝나는 12월이 지나면 이 나라는 또다시 심리적으로 갈갈이 찢겨질 것이고,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 아닌가 싶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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