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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이 진정한 정치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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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이 진정한 정치인이 되려면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4>

정몽준 신당의 실체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을 뛰쳐나간 안동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막론하고 정몽준 신당에 가세하겠다는 의원들이 당장 눈에 띄지를 않는다.

물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고 변수도 많이 있다. 지금 뭐라 성급히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정몽준 의원에게는 그가 진정한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중요한 고비들이 많이 있다는 지적은 있어 왔고, 그 그가운데서도 사실 몇가지 요인들은 그가 대통령에 도전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인기 면에서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있다는 추세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까지 가세한 3자대결시에는 이회창 후보에 조금 손색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확고부동의 지지세인 50대이상(연령) 영남권(지역) 유권자들 때문이지, 가능성까지 밀리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충청권 등 비영남 비호남에서 정 의원의 지지도는 1위이며, 연령대별로 봐도 30대와 40대에서 확고부동한 1위로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은 정의원에게 고무적일 수도 있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3자대결시(현재로서는 대선구도가 이렇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가장 우위로 나오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사사건건 정몽준 의원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닌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몇 년간 공을 들여온 결과 자민련보다 앞섰던 충청권 지지도가 정몽준 의원의 등장 이후 한순간에 무너지고 정 의원을 추격하는 형세로 전락하게 된 데 대해 상당한 충격을 느끼는 분위기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김종필 제휴설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한나라당의 심리적 충격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는 인기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위해, 그의 당선을 위해 뛰어줄 현역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반노무현, 비노무현 그룹들이 대거 탈당해 자신에게 오는 것도 그렇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시달렸던 ‘DJ 적자(嫡子)론’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을 대북 비밀지원용이라고 엄청난 주장을 하고 나선 것도 결국은 ‘DJ정권 때리기와 정몽준 때려잡기’를 동시에 겨냥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실은 아직도 정몽준 의원 편이긴 하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몇가지 공세를 퍼부었지만,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우리 신당에 가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역공을 받는가 하면, 다른 무엇보다도 자체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과 충청권 등지에서 여전히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정몽준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구태정치의 청산을 내걸면서 양김(김영삼-김대중)과의 차별화를 구두선처럼 내세우면서도, 오직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만 예외적으로 제휴할 의사도 있는 것처럼 나오는 것은 역시 충청권에 대한 민심이 자신보다 정몽준 의원에게 향하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타개해보기 위한 방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처럼 가능성은 풍부한데도 왜 의원들이 가세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복합적인 두가지 원인이 있다. 그것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한가지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당장의 대권게임에서 어느 쪽 줄을 서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게 여긴다. 줄을 제대로 서면 장관자리 등 관직은 물론이요, 여당이란 프리미엄까지 이익이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것이 있으니 차기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다. 대권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게임이란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이기는 쪽 줄을 서려고 요리조리 계산을 하겠지만, 결국 대선의 승리자는 한 사람이고, 그 줄에 서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5년간 야당을 해야만 한다.

그럴 경우 국회의원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더욱 중요해진다. 차기 정권의 중간보다 조금 앞선 2004년에 다음 총선이 치러진다. 총선 걱정도 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 당에 속해 있는 것이 차기 총선에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도 국회의원의 선택에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우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양당체제를 선호했다. 즉 여당과 제1야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이 정몽준신당에 보내는 회의는 그래서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몽준 의원이 대권도전에 실패했을 경우 정몽준 당이 계속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설사 정몽준 의원이 대권도전에 실패한 뒤에도 당이 존속한다 할지라도 과연 이 당이 제1야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첫번째 의문에 대해 의원들은 대단히 회의적이다. 정몽준 의원의 부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전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신당에 가세했던 현대그룹 인사들은 대선 패배후 전직장으로 복귀했으나, 정주영 회장을 도왔던 정치인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정몽준 의원이야 대권도전에 실패하더라도 현대중공업 회장으로 복귀하고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복귀하면 그뿐이지만, 그를 도왔던 많은 정치인들은 갈 곳이 있을리 없다.

정치는 항상 물갈이를 원한다. 정치예비군들은 어느 정당에나 풍부하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박차고 나온 정당에서는 어느새 새로운 인물이 지구당 위원장을 꿰차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제3당이란 불리한 조건에서 차기 총선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3당까지는 어떻게 참아본다 하더라도 정몽준 신당이 아예 공중분해돼버린다면, 그야말로 갈곳 잃은 기러기 신세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정몽준 의원이 대권도전에 실패했을 경우 정몽준 신당이 제1야당이 될 가능성도 엷어질 수밖에 없다.

현단계에서 의원들은 아직 스스로의 운명을 맡기기에 정몽준 의원이 충분한 재목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몽준 의원이 진짜 정치인으로 거듭나서 진정한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 대해 뭔가 믿을 수 있는 정답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것이 사실은 아직 거품뿐인 자신의 지지도를 실제 지지세력으로 바꿀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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