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기정사실화되자 국제 석유기업들은 후세인 축출 이후 수조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석유자원의 행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라크 석유산업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미국 석유재벌들의 이라크 석유자원 독식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6일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정부가 후세인 정권 전복 후를 대비해 반체제세력인 이라크국민평의회(INC)와 비밀리에 접촉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라크가 구 소련으로부터 70억 달러의 채무를 갖고 있는 것을 토대로 경제협력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국민평의회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후세인 세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자원과 미개발 유전지는 이미 이라크 정권 교체에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과 다른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핵심적인 협상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후세인 축출을 위한 미국의 전쟁 계획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경제적 목적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후세인 제거 후 이라크 석유산업을 지배하는 데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그 결과로 이미 많은 석유회사들이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정권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국민평의회 관계자들과 정권 교체 후의 석유 계약을 맺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한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 29일 외교관을 파견해 워싱턴에서 이라크국민평의회 고위관리와 회담을 갖게 했는데 이는 지난 7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러시아 외교관은 회담에서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석유시장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석유자원과 세계안보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라크 석유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들 나라들이 이라크 정권 교체에 협조할 경우 이라크 신정부 및 미국 석유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할 기회를 줄 것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이 후세인 편을 든다면 이라크 신정부가 이들과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영국 러시아 프랑스의 여러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이들의 계약이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에도 유효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라크국민평의회 관리인 파이잘 카라골리(Qaragholi)는 "모든 계약들은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계약들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계속 추진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메드 찰라비 평의회 의장은 미국이 이라크 유전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미국 회사들은 이라크 석유자원에 큰 지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들은 가뜩이나 미국의 이라크 석유산업에 대한 독점적 지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러시아 정부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다.
테인 구스타프손 캠브리지에너지협회(Cera) 선임연구원은 "이라크 석유자원 문제는 러시아가 미국이 제안한 이라크 무기사찰에 대한 새로운 유엔결의를 협상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며 "석유수출이 갖는 중요성 때문에 석유문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려할 만한 사안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1천1백20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에 곱절의 미개발 매장량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는 현재 유엔제재로 인해 하루 2백80만 배럴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외국투자가 전제될 경우 이라크는 향후 5년간 하루 6백만 배럴씩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와 사우디에 이어 세계 3번째 생산량 규모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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