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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잔당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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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잔당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2> 정몽준의 고민

추석 연휴를 지나고서도 여전히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추석 연휴 이후 조선일보-갤럽, 한국일보-미디어 리서치, 중앙일보 자체조사 등 이어진 일련의 조사에서 특징은 첫째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고 언론의 검증이 본격화되면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한풀 꺾일 것이란 일각의 희망 섞인(?) 예측은 틀렸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고, 두번째는 3파전(이회창-정몽준-노무현)으로 붙을 경우에도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좇고 있다는 것이며, 세번째 정몽준-노무현 단일화를 전제로 정몽준 의원이 출마할 경우 양자대결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최대 10% 포인트 이상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선거캠프에서도 정말 반성해야 할 대목은 어떻게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만 하면 지지율 바닥(30%선)을 향해 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바닥은 노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 확인된 바 있지만, 50대 이상 연령층의 영남보수세력 으로 요약되는 확실한 지지계층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다.

단순히 이 정권의 병풍 공작(?)에 의해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기에는 젊은 층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전혀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 더 큰 약점으로 보인다. 앞으로 보수 일색의 수구기득권층만을 상대로 한 정치를 지양하지 않는다면 항상 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종속변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슨 얘기냐 하면, 상대방이 실족해야만 자신의 인기가 올라가는 그런 형국 말이다. 이회창 후보가 잘해서 인기가 올라간 흔적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계속 오르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하락추세를 면치 못하면서 또다시 후보단일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연히 지지도가 높은 정몽준 의원으로의 단일화다.

필자가 보기에 두사람의 단일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집권지상주의에 입각한 비도덕적인 측면이 더 크지만, 정균환 의원의 말처럼 "재집권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개혁"이라고 강변할 정도로, 정권이 바뀌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아직도 민주당에는 더 많은 것이 사실인 만큼 후보단일화 논의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목숨을 부지할 것으로 전망되기는 한다.

지금 민주당을 구하려는 것인지, 말아먹으려는 것인지 아직은 불분명한 이른바 구당파에 서명한 사람들이 69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결국 이들은 노무현 후보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정몽준 의원에게 가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민주당내 중도파의 허울의 둘러쓰고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의 청와대 측근그룹들 원격조종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몽준 의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의 가세 의사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측면이 강해 고민일 것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인기가 떨어진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중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노 후보와 반DJ정서의 결합이다.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편이기 때문에 한번도 정책적인 면에서 그와 결별을 선언하거나 그런 뉘앙스를 풍긴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인기 없는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말하자면 김대통령의 양자(養子)라고 규정했던 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라고 하겠다. 이젠 정몽준 의원이 진짜 양자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만 봐도 그 효과를 웅변으로 얘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호남권 의원들을 비롯해 소위 범동교동계에 속하는 의원들이 어디에서 뭘하고 있느냐 하는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크게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당이 민주당이란 사실이 중요하긴 하나, 김 대통령 덕에 국회의원을 했고, 사실상 김 대통령의 주변에서 리모트 콘트롤하고 있는 가신그룹의 조종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사람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 김 대통령과의 단절 여부를 재는 중요한 잣대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상천 최고위원이나 정균환 의원 등도 다 여기에 속한다고 하겠다. 어쩌면 한화갑 대표최고위원도 결코 이 범주를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민주당을 떠난다면 필자는 단언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인기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절대 마이너스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여론조사에 따라 조금씩 엇갈리기는 하지만 호남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을 엇비슷하게 지지하는 편이다. 그것은 김 대통령의 긍정적인 측면인 각종 개혁정책을 계승할 사람으로 노무현 후보를 꼽고 있는 마음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현재로서는 혼재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아마 이런 추세 자체는 유지될 공산이다. 그렇다면 쉽게 얘기해 'DJ 떨거지' 국회의원들이 대거 노무현후보를 이탈한다면, 비호남권의 개혁성향 지지자들을 다시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됐으면 됐지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십명의 의원들이 정몽준 의원에게 몰려간다는 것은 필지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이탈에 따르는 마이너스 효과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거의 막바지로 몰리고 있는 노무현 후보에게는 그래도 반전의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란 얘기다(반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반면 정몽준 의원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선거는 지지도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대거 몰려온다는 것은 분명히 힘의 증가이긴 하다. 문제는 이들로 인해 지금까지 노무현 후보에게 덧씌워졌던 'DJ 양자(養子)'라는 오명(?)이 이제는 자신에게 덧씌위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이 점을 가장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이 뻔하다. 김대중 정권 아래에서 현대그룹이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이 먹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쁜 식으로 얘기한다면 지금까지 노무현 후보 죽이기에 앞장섰던 'DJ 떨거지'들이 이제는 '정몽준 죽이기'로 업종 전환을 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 정몽준 의원측으로서는 상당히 고민되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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