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에서 뇌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척수가 올라와 뇌간의 연수와 교, 중뇌와 간뇌로 이어져 있고, 그 위와 옆에서 대뇌와 소뇌가 감싸고 있는 구조라 했다.
그리고 한의의 장상학(贓象學)에서 골수를 수기(水氣)에 배속하고 뇌는 골수의 바다(海)라고 하고 있지만, 필자는 대뇌와 소뇌는 목기에 배속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필자가 어떻게 감히 한방의 소의 경전인 내경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필자의 연구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필자의 연구 방법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계통으로 이루어진다. 먼저는 뇌 병리 현상에 시달린 적이 있는 유명 인사들의 생일을 구해서 발병 시기와 그 후의 진행 과정을 분석해 본다. 가령, 루게릭 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 박사, 파킨스 병에 걸린 무하마드 알리, 무도병에 걸려 생을 마친 미국의 포크 송 가수 우디 구슬리,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전 레이건 대통령 등등, 최근에는 인터넷 덕분에 이런 유명 인사의 프로필을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저번에 얘기했듯이 알고 지내는 정신과 의사 분을 통해 환자들의 생일과 치료 기록과 프로필을 통한 분석.
세 번째 방법은 필자가 직접 사주를 감정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들이다. 실제 경험을 하나 얘기하면 이렇다. 며느리가 아기를 출산했는데, 젖이 잘 안 나와서 걱정하는 시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그 며느리의 사주를 감정해본다. 그 결과 사주에 목 기운이 허약하고 수 기운이 그 달 운에서 막혀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 필자는 일단 유선자극 호르몬 분비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호르몬은 프롤락틴(prolactin)이라 부르는데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례가 모이면 뇌하수체가 인체에서 수기를 관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이런 사례도 있다. 어떤 젊은 여성분이 생리가 없는데 정확하게 생리가 중단된 시기를 알고 있었다. 살펴보니 중단되었을 당시의 운이 토운이라 수기를 누르는 달이었다. 이처럼 수기가 여성의 생리와 내분비에 깊게 관련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불임 여성인데, 사주를 보니 수기는 충분한 데 화기가 약했다. 이런 경우는 생식선의 호르몬 분비가 지나쳐서 불임이 되는 경우였다. 남성의 경우, 발기 부전 증세가 있는 경우도 보았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물과 불의 부조화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급적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체의 수기와 깊은 연관을 맺는 뇌하수체는 그 위치가 앞서 말한 뇌간을 이루는 간뇌 속에 자리한다. 간뇌뿐만 아니라 중뇌와 교, 연수로 이루어지는 뇌간은 편의상의 총칭이지만 이 속의 조직들은 수많은 기능들을 담당하는 핵과 조직들로 채워져 있다.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이 칼럼의 취지를 벗어나므로, 생략하지만, 다만 이 부위를 필자는 전체적으로 말해서 수기(水氣)에 배속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저번에도 말했듯이 체(體)가 수일 뿐 그 기능은 오행을 구비하고 있다. 가령, 송과체라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는 놀랍게도 외부의 빛을 감지하여 빛이 느껴지면 활동을 중지했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재개한다. 여기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생식선의 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이는 금(金)의 작용임을 알 수 있다.
뇌 속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호르몬의 종류만 해도 무려 백 수십 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그 기능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 것인가.
사람이 다른 포유류와 크게 다른 점을 몇 가지 들어보면 직립 보행한다는 것, 둘째, 전신에서 땀을 흘릴 수 잇다는 것, 셋째, 발정기가 따로 없다는 점, 그리고 전두엽이 유난히 발달되었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많겠지만, 지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먼저 직립 보행은 인간의 우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인간만이 추상적 공간 개념을 지닌다는 점도 여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자신의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직립 보행은 그리고 인간에게 손을 주었다. 다른 포유류는 네 발이지만 인간은 두 발 두 손이다. 그리고 손은 우리에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손의 섬세한 기능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떠나 우뇌 발달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번에 얘기했듯이 야구 투수들은 주로 사주의 일간이 목을 중심으로 수와 화인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 또한 투수는 정교한 투구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그것은 인체의 균형과 자세에 관련된 우뇌의 발달과 연관이 있으며, 왼손잡이 투수가 많은 것도 우뇌 발달과 연관된 것이라 본다.
또 전신에서 땀을 흘린다는 것은 인간의 체온 조절 기능이 우수하다는 얘기이다. 인간이 지구상 어느 대륙에도 살고 있는 것은 그런 탁월한 체온 조절 기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능을 가진 동물은 말(horse)인데, 말은 이동성이 뛰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그같은 기능을 발전시켜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뇌는 동물의 머리 부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눈이나 코, 귀, 혀 등의 주요 감관이 머리에 위치해 있기에 그로부터 입력되는 정보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받아들이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논리에도 문제는 있다. 왜냐면 좌반신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오른쪽 뇌에서 담당하고 우반신 정보는 좌뇌에서 담당하는데 이는 신경 통로가 길어짐을 뜻한다. 이처럼 크로스(cross)형의 구조는 신경 통로의 중간 중간에서 거치는 기관들이 많아서 자연히 좀 더 길게 연장시키기 위한 구조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여간 흥미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직립 보행하면서부터 뇌로서는 문제가 생겼다. 바로 중력(重力)의 영향이다. 다른 포유류는 네발로 걷기 때문에 심장에서 뇌로 가는 피 흐름에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인간은 심장에서 뇌로 피가 가려면 거슬러 오르는 구조가 된다. 물론 혈관은 자체의 탄력성으로 피를 위로 거슬러가게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혈관의 기능과 탄력성이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뇌로 가는 혈행에 무리가 생긴다. 노인성 치매를 비롯하여 중년 이후에 뇌 기능 장애가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인간의 직립 보행 탓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 40대 이후부터 하루에 5분씩이라도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이 근본 예방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최근 우뇌 발달시키기를 내세워 여러 단체들이 조기학습이나 바둑, 피아노 등의 교육을 권장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한자(漢字)교육인 것 같다. 한자를 배운 어린이의 뇌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좌뇌의 일부가 더 동원된다는 연구가 이미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자가 표음 문자가 아니라 표상(表象) 문자이기 때문에 이미지 처리와 관계되는 우뇌의 발달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표상이란 바로 이미지를 표시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우뇌는 전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발달이 좋다. 하지만 우뇌 발달이 좋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한번 더 짚고 넘어가자. 사람의 우뇌 발달을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좌표 내지는 지도 감각(mapping)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령 강남역 사거리라 하면 머리 속에서 좌표를 떠올린다. 좌표 감각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합성되어 연상되는 기능이다. 동서남북이 표시되고, 그 근처의 길들이 떠오르며, 거기에 주요한 건물들이 좌표 상에 새겨진다.
하지만 여자들은 강남역 사거리 하면 인상적인 표식물들, 즉 뉴욕 제과라든가 시티 극장, 2호선 강남역과 같은 구체적인 사물들이 먼저 연상되고 그것으로서 강남역 사거리를 인지하고 기억한다. 그래서 차를 몰고 갈 경우, 출발점을 변경하면 무척이나 어려워한다.
남녀의 이런 차이점은 인류가 오래 전부터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남자들이 집에서 멀리 나가서 사냥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여자들은 사물을 정리하고 간수하는 데 뛰어나다. 그런데 이처럼 좌표 개념이 약한 여자들은 어릴 적에 산수는 남자들보다 우수하지만, 고등 수학에 접근할수록 장애를 느끼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수학에서 해석 기하학에 이르면 대단한 좌절을 맛보는 것 같다. 해석 기하학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기호를 다루는 대수학과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을 하나로 묶은 것인데, 도형을 다루는 능력, 즉 우뇌의 기능이 남자보다 뒤쳐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들은 그리고 바깥 활동, 즉 사회생활을 여자보다 많이 하는데, 이 점 또한 우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사회생활은 계급 관념의 발달로 이어지고, 계급이란 내가 누구보다는 아래고 누구보다는 위라는 하는 위상 개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 위치를 인식하고 그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때 이는 바로 권력에 대한 의지로 표현된다.
또 한가지 재미난 점은, 바둑과 관련된 것이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수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잘한다. 바둑에서 수리 능력은 사활(死活) 공부에서 나타난다. 바둑 모르는 분은 사활이 뭔지 모르니 간단히 설명하면, 돌을 늘어놓고 흑이 선으로 두어서 백을 잡아보라는 문제풀이가 사활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고수들도 사활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류 프로 기사들은 사활 이상의 것을 능력으로 지니고 있는데, 흔히들 형세 판단이라고 부르는 영역이다. 이창호 9단, 모든 이가 공감하는 바둑계의 1인자다. 그간 이창호 9단을 포함해서 몇몇 프로들의 생일을 입수해서 연구해 오고 있지만 아직 자료 입수가 불충분해서 뭐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창호 9단의 경우 특이점이 있다.
태어난 날의 오행이 병화(丙火)라는 점이다. 조훈현이나 조치훈, 유창혁, 서봉수 등의 고수들이 대부분 금이나 수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창호 9단은 이상하게도 자신이 둔 바둑을 다시 놓아보는 일, 이를 복기라고 하는데 복기가 잘 안될 때가 있다고 한다. 프로 기사중에 복기가 어려운 유일한 기사가 아마도 이 9단일 것이다. 반면 그에게는 타 기사들이 지니지 못한 이미지 처리 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 아니냐 싶은 것이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불은 이미지와 영상인데, 이 9단은 병화 일간이므로 이미지 뇌가 유난히 발달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 스승 조훈현은 이창호의 내제자 시절에 장수영 9단에게 '이 아이는 남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한 집이나 반 집을 보는 특이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도형 감각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현재 프로 기사들의 사주를 입수하고 있는데, 좀 더 자료가 입수되는 대로 바둑과 관련해서 재미난 글을 선보이고자 한다.
뇌의 음양 오행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한도 끝도 없는 것 같다. 사실 할 얘기가 아직 너무나도 많이 남았는데, 벌써 칼럼 3회분이 채워졌다. 하지만 더 이상 뇌를 주제로 글을 이어가기에는 독자 분들이 식상해 할 것 같아서 이만 마치기로 한다.
끝내면서 하고픈 말은 음양 오행이 의학 발전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나이도 50에 가깝고, 이런 저런 호기심도 너무 많아서 연구 분야도 너무 넓지만 한의과 학생이나 서양 의학도가 음양 오행을 배워두면 장차 의학 발전에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음양 오행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수 천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그것이 가진 가능성의 영역은 아직 무한하고도 신선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몇 년 내로 본격적인 한의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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