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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야 우지마라, 원순오빠가 있다

[김민웅 칼럼]<72> 뒤바뀐 사탄과 천사

한기총과 손잡는 나경원, 천사인가?

서울시장 선거를 바로 앞두고 금란교회 담임목사 김홍도의 "사탄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3일 주일 예배에서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서 사탄 마귀에 속한 인물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데, 그게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너무 뻔해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원순이 사탄 마귀이면, 나경원은 천사가 된 셈인데 그렇지 않아도 나경원은 김홍도 등이 주력인 한기총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 천사가 가는 곳이 따로 있긴 있는 모양이다.

김홍도의 논리에 따르면 바야흐로 사탄과 천사의 대결이 이번 서울 시장 선거가 되어버린 건데, 이런 식의 주장이 금란교회를 비롯해서 한국의 보수 기독교 전반에 걸쳐 유사한 내용으로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면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대형교회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력보다는, 탐욕스러운 교회성장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논리를 동원해서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홍도를 비롯한 대형교회 내지는 교회로 불려지고 있는 종교사업체들은 "나눔에 대해 적대적"이며, "반공과 친미를 두 기둥"으로 삼고 이걸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이들에게는 모두 사탄이며 마귀이고, 박멸해야 할 대상이 된다.

동반성장, 초과이윤 공유제, 무상급식 모조리 다 강도의 사상이다?

김홍도의 이번 발언이 문제가 되기 전에 이미 그의 설교는 이와 같은 논리와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지난 5월 1일 설교 "성경과 초과이윤 공유제" (본문 요한복음 8장 44절과 10장 10절)는 초과이윤 공유제나 무상급식은 모두 도둑질이며 마귀가 하는 일이라고 못 박고 있다. 사탄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설교다.

"오늘 설교제목을 보고 복음적인 목사가 웬 정치적인 설교를 하는가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설교보다 영적인 설교입니다.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우리나라를 어지럽히는 마귀의 거짓된 사상, 공산주의 사상의 근본을 들추어내는 설교입니다. (.....) 마귀는 ① 욕심쟁이로 남의 것을 빼앗아 훔치는 자이며 ② 잔인한 살인자이며 ③ 진실성이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했습니다."

요한복음 본문을 인용하면서 그는 마귀란 한마디로 강도라고 결론지으면서 "동방성장론"이나 "초과이윤 공유제"를 이건희의 말을 빌려 공박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발언할 때 이건희 삼성회장이 "그것이 공산주의 용어인가, 사회주의 용어인가, 자본주의 용어인가?"라고 반문한 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나눠 쓰자는 것이 좋게 들리지만, 그 근본은 남의 것을 빼앗고 강탈하여 골고루 잘 살자는 공산주의 도둑놈의 사상이며 강도의 사상임이 틀림없습니다. 공평을 내세우며 남의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결국 남의 것을 빼앗아 나눠 가지자는 이야기입니다."

"초과이익 공유제"도 마찬가지로 "결국 공산주의(共産主義)의 "있는 자의 것을 빼앗아 골고루 나누어 가지자"는 도둑놈의 사상이요, 강도의 사상"이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논리는 무상급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교조가 내세우는 무상급식도 남의 것을 빼앗아 골고루 나눠먹자는 도둑놈의 사상입니다. 결국, 좌파 지도자들의 인기를 높여 주기 위해 국민은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 "복지"란 그럴듯한 이론을 앞세워 "무상급식"이나 "초과이윤 공유제"나 "동반성장"이론도 사탄의 사상인 공산주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친미. 반공만이 살 길이다!

이런 현실진단을 기초로 김홍도는 한국의 선택은 친미. 반공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8월 21일 설교 "한국이 위기를 벗어나려면"(본문 에스더 4장 12절-17절)은 아예 내놓고 반공과 친미에 투철한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차기에는 반공 사상이 투철한 당을 만들고 지지해야 되고 반공사상이 투철한 사람을 국회에 보내야 하고 무엇보다 반공사상, 국가관이 투철하고 용기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만일 공산화가 된다면 북한과 같이 남한의 교회들은 다 파괴되고 목사와 참된 신앙의 사람들은 다 학살당하고 맙니다."

무시무시한 협박이다. 미국에 대한 태도도 그에게는 중요하다.

"친미의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야 합니다. 종북(從北) 사상을 가진 사람들은 반미(反美)사상을 가진 사람들이고 국부 이승만을 증오합니다. 왜냐하면, 6·25 전쟁 때, 거의 부산까지 밀고 내려가 적화통일을 눈앞에 다가왔을 때, 미군이 들어와 인민군과 중공군을 격퇴했고, 그들을 불러들인 사람이 이승만 박사이기 때문입니다. 종북, 반미, 좌파들은 그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미국을 주적(主敵)으로 생각하고 국부(國父) 이승만을 철천지원수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친미가 반공이고 반미가 친공인 것입니다."

이승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을 불러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독재를 했기 때문인데 이건 싹 빼먹고 있다. 성경 본문 에스더는 바빌론 제국에서 노예가 된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킨 왕후 에스더에 대한 이야기인데, 김홍도에게는 그런 이해나 인식은 전혀 없다. 김홍도에게 천사는 미국이고, 구원은 반공에서 온다.

성서를 왜곡하는 목사

이러한 그의 논리는 7월 24일 설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열왕기 상 3장 16절-26절)에서는 보다 정교하게 전개된다. 8월 21일의 설교는 이에 바탕을 두고 했던 셈이다. 성서 본문은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애라고 다투자 이를 판결하는 솔로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김홍도는 "나눔의 윤리"를 솔로몬 이야기로 질타하고 있다.

"정말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는 불공평해도 좋고 내 권리를 못 찾아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으나 죽은 아기의 엄마는 생명을 죽여서라도 공평하게 나눠달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공산주의에 물든 사람 좌파들이 나라를 말아먹어도 공평하게 나눠 가지자는 것 아닙니까?"

기겁할 지경이다. 정의로운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생명을 죽여서라도 아이를 나눠 갖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니, 성서본문에 대한 왜곡도 이만하면 사탄 급이 아닐까?

여기서도 초과이윤 공유제와 동반성장을 비난하고 있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대기업을 잡으려고 초과이익 공유제니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니 하는 공산주의적 발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 이상의 수익을 얻으면 초과이익이라는 겁니까? 이것 역시 모두 남의 것을 빼앗아 골고루 나눠 먹자는 공산주의 도둑놈의 사상이요, 강도의 사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게다가 복지정책 추진은 국가경제의 몰락을 자초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한국이 세계 경제 10권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되었으나 공산화 통일을 획책하는 종북(從北), 반미(反美), 좌파들이 표를 얻기 위한 복지정책 즉,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과 같은 복지정책을 내세워 경제 몰락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교회가 할 수 있는 말들인가? 빈부차이를 막론하고 무상으로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고, 교육과 의료의 부담을 그 공동체가 함께 나눠짐으로써 결국 제로 상태로 가게 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는 모습 아닌가? 그런데 이걸 사탄의 작업이라고 하니, 김홍도는 도대체 어디에 속해 있는 인물인가?

특권을 파산시키는 예수

예수는 특권을 누리는 당대 교회에 대해 "강도의 소굴"이라고 질타했다. 부와 권력을 독점하면서 민중의 고난과 빈곤한 처지에 대해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태로 몰아가고 있던 자들에 대한 적나라한 규탄이었다. 그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김홍도를 보고 뭐라고 하셨을까? 아, 선하고 충실한 내 종아, 그리 하셨을까?

김홍도는 있는 자들을 편안하게 살게 하는 특권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걸 허물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것을 모두 사탄 마귀의 짓이라고 열을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그의 논리 속에서는 사탄과 천사가 명백하게 뒤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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