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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긴 싫어, 하지만 전쟁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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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긴 싫어, 하지만 전쟁은 좋아"

전쟁 부추기는 미 강경파, 대부분 징집 기피

옛말 그른 게 하나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그렇다. 이 말은 지금 이라크와의 전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보수강경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중 대부분은 전쟁은커녕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병역 기피자'들이기 때문이다.

합참 의장을 역임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 대부분의 전ㆍ현직 군장성들이 이라크전쟁 계획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주 국방경비대에 입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강경파의 두목격인 체니 부통령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왜 군대를 가지 않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체니는 "60년대에는 다른 할 일이 많아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부두목이라고 할 수 있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그래도 한국전과 베트남전 사이의 기간동안에 해군 전투기를 조종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전투에 참여한 경험은 없다. 현 부시 행정부의 각료급 인사중 전투 경험이 있는 장관은 파월이 유일하다.

차관급 강경파 인사들의 군대 경력은 더욱 형편없다.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는 동년배들이 베트남 전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동안 예일대와 콜럼비아대학에서 편하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 월포비츠 국방 부장관과 피터 로드만 차관도 베트남전쟁 기간 동안 징집을 기피했다.

국방부 내에서 가장 열렬한 전쟁론자로 꼽히는 더글라스 페이스는 징집연령인 18세가 되기 이전에 징병제가 폐지되는 바람에 '기피자'라는 딱지는 면했다. 그러나 그 역시 군대에 가는 대신 법대를 택했다. 또다른 강경파 리차드 펄 국방정책기획단장도 월포비츠와 함께 베트남 전장 대신 시카고 대학을 택했다.

이같은 국방부내 강경파 고위관리들의 형편없는 군대 경력에 대해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가 일침을 놓았다. 지난 8월 고위 군 간부들과의 회의 석상에서 "국무부 7층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군대 경력만 모아도 국방부 관리 전체의 군대 경력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의 이 말에 군 간부들은 '광란에 가까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국방부 이외의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강경파들의 군대 경력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엘리오트 아브람스, 국무부 내의 최대 강경파인 존 볼튼 차관도 '건강상 이유로' 베트남전 참전을 기피했다.

행정부 외곽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강경파 인사들의 군대 경력 역시 형편없다. 지난해 9.11 사태 직후 부시 대통령에게 아프간은 물론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이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과도 반테러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촉구서한을 보냈던 32명의 강경파 인사 중(이들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보수파 싱크탱크 명의로 이 서한을 보냈다) 군복을 입어 본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골수 강경파 프랭크 개프니도 베트남전 기간동안 징집을 기피했다. 개프니는 리차드 펄의 심복으로 안보정책센터(CSP)라는 싱크탱크를 운영하면서 폐기 직전의 위기에 있었던 미사일방어망(MD) 계획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이다.

미 해사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리차드 아미티지 국무 부장관은 개프니 등 이들 '병역기피 전쟁론자'들에게 "오줌싸개(pissant)"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처럼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인사들이 열렬하게 전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몸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에 대해 훨씬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에서 수많은 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는 첵 헤이글 상원의원(공화ㆍ네브라스카주)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이라크와의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전쟁론자들을 겨냥해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미국을 전쟁으로 몰고 가면서 아주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그는 전쟁을 주장하는 신보수파 인사들의 '기피인물 1호'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걸프전의 영웅 노만 슈바르츠코프 장군도 최근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해 강한 회의를 표명한 바 있다. 걸프지역을 관장하는 미 중부군 사령관을 역임한 앤서니 지니 장군도 "총 한 방 쏴보지 못한 사람들이 열렬히 전쟁을 주장하는 반면 군 장성들은 한결같이 전쟁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군대엔 가보지도 않고 전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요즘 미국에서는 'Chicken Hawk'라고 부르고 있다. '병역기피 전쟁론자'들의 병역관련 기록 데이타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한 신문(뉴햄프셔 가제트)은 'Chicken Hawk'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남성 공직 인물로서 첫째, 정치적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동시에 둘째, 개인적으로는 전시 병역의무를 한사코 피하려는 인물'

이들 'Chicken Hawk'들의 해악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논설위원 모린 도드는 최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예전에 우리는 문민정부에 대한 군부의 쿠데타를 우려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군부에 대한 민간인들의 쿠데타를 우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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