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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에게는 뭔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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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몽준에게는 뭔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8>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1

오늘(10일)로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을 꼭 1백일 앞두게 된다. 12월 19일을 기다리는 독자들 많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서로 충돌하는 의견들과 전망들의 결론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선거 1백일을 앞두고 종이신문이 하듯이 특집 겸 몇가지 집중적인 논평을 선보이려 한다. 이번에는 모든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은 정몽준 의원에 대한 글이지만, 다음 글은 <노무현에겐 뭔가 중대한 문제가 있다>가 될 것이고 그 다음 글은 <이회창에겐 뭔가 치명적인 것이 있다>가 될 것이다. 후보들 모두를 공평하게 분석할 예정이니 이 점 시비없기를 바란다. 필자주

여론은 아침 저녁으로 변한다. 정치인들에게, 혹은 유권자들에게 문제는 민심이 변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정확하게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어려우며, 설사 어떤 판단을 한다 하더라도 검증이 쉽지 않다는데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민심을 안다는 것, 사실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핵심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무엇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 알고, 그것의 합리성 여부를 따져본 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정치 아니고 무엇이겠는가.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민심의 객관적인 계측방법은 바로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제대로 읽는 것도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이미 형성된 여론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결과는 또한 앞으로의 여론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석과정에서 왜곡 가능성이 상존하고, 때로는 그러한 논란이 일기도 한다. 사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합리적 다수의 선택'이 여론조사 이후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야말로 여론조사의 마술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실시된 몇군데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최근의 것을 인용해가면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인기의 비밀과 한계를 탐색해 보기로 하겠다.

***정몽준 인기의 핵심은 변화에 대한 열망**

정몽준 의원에 대한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하면 계속 정 의원에 대해서는 높은 지지도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것(9월 7일 실시)인 동아일보 여론조사를 인용해 보겠다.

정몽준 의원이 통합신당의 후보로 나올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와 3자대결을 벌였을 경우 정몽준 41.0%, 이회창 33.5%, 권영길 3.4%, 모름 혹은 무응답 22.1%로 나왔다. 무응답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며,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가고 있다.

지지도를 연령이나 지역별로 분석해 보면 과거 '노풍(盧風)' 때와 거의 유사함을 엿볼 수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에서 정몽준 47.6% - 이회창 28.1%이고, 30대에서는 정몽준 49.7% - 이회창 26.9%이며, 40대에서는 정몽준 44.3% - 이회창 35.3%다. 노풍 때와 똑 같다. 지역별로 봐도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르게 정몽준 의원이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것도 역시 노풍 때 노무현 지지의 성분과 유사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그것도 별로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로 상징되는 구세대 정치에 신물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노풍 때 자세히 분석을 한 바 있지만, 이회창 후보는 양김씨,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이후 집중적인 공세 속에서 살아남아 양김씨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확립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김씨와 동일한 정치스타일의 정치인으로 인식됐다는 점이 결정적인 후유증이 아니었나 싶다.

유권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원하고 있으며, 그러한 패러다임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정치인을 열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그러한 그릇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목했을 때 그의 인기는 절정을 구가했었다. 이제는 정몽준씨가 대신 지목되고 있는 것뿐이다. 바뀌고 있는 것은 대상일 뿐, 그러한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근본 원인은 지난 3월이나 지금이나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회창 후보가 유권자들의 변화 열망에 맞는 후보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몽준은 왜 신뢰를 주지 못하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몽준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회창후보가 52.7%로 1위였고, 정몽준 의원은 8.8%로 한참 차이나는 2위, 노무현 후보는 6.0%로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노풍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노무현 후보는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회창 후보를 앞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같은 차이는 아니었다. 적어도 정몽준 의원에 관한 한 당선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만연돼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장은 대통령 출마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정당에 몸담고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압도하는 형세이긴 하지만 한나라당-민주당의 양당구도가 고착화돼 있는 현재의 정치판 구도가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겠다.

한마디로 정몽준 의원의 현재 상태는 "인디언 없는 추장"인 격이다. 누구라고 지목은 않겠으나 과거에도 여론조사를 하면 지지율은 높은데 나중에 거품으로 드러난 사람들은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소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면, 후보자의 자질 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만한 정당이나 조직 인맥 등이 있어야 한다고 유권자들은 믿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기는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몽준 의원에게 훌륭한 보완재일 수 있겠다.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과 민주당의 조직이 결합되면 결국 정 의원은 인디언을 거느린 추장이 되는 것이고, 이회창 후보아 한번 붙어볼만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당연히 국민들로부터 지지와는 상관없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정몽준 의원이 출마선언을 실제 하게 되면 거품이 걷힌다고 믿고 있고, 노무현 후보 측에서도 비슷한 관측을 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인디언 없는 추장'의 설움일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정몽준 의원의 정치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영입제의를 하면서 국민경선을 조건으로 내세웠을 때 보인 불투명한 태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란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게임인데도, 막상 정면돌파해야 할 대목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리더로서의 자질 평가에서 감점요인이 됐다.

국민경선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국민경선 참여 대의원의 숫자를 대폭 늘이면 결국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그대로 경선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정도도 베팅못한다면 국민 눈에 과단성 있는 지도자로 비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경선을 통해 승부를 보되, 질 경우에는 포기하겠다는 정도의 배포도 없이 대권을 노린다는 것이 과연 유권자들의 심리 기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다음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의 약점이 우유부단함으로 나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몽준 의원의 본질이야 어떻든 적어도 유권자들의 눈에 비치는 이미지는 일단 좋고, 변화의 열망을 담을 그릇으로 비치고 있다는 호조건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호조건을 결국 실제 지지기반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후보자 자신의 몫이다. 이런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이 계속 누적돼 가면 기본적인 대선 전략 자체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

반드시 대통령이 되고야 말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욕구를 구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되, 변화의 본질은 제대로 된 길을 흔들림없이 걷는다는 데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않을 경우 정몽준 의원의 인기는 그야말로 거품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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