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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러첸씨, 베이징은 프라하가 아닙니다"

독일 SZ, '탈북자 망명으로 89년 상황 재연 안돼' 충고

'베이징에서는 과거 프라하에서의 상황이 결코 재연되지 않을 것'. 지난 3일 중국 북경 소재 독일학교에 진입한 탈북자 드라마를 원격조종한 독일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에 대해 충고한 독일 쥐드도이체차이퉁(SZ)의 5일자 논평기사의 한 대목이다.

남북관계와 북중관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지난 89년 체코 프라하 서독대사관에서 벌어졌던 구 동독난민들의 탈출행렬로 오해해서는 안되며 베이징이 프라하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당시 체코와 헝가리로 몰려든 구 동독난민들은 동독 정권 붕괴의 신호가 됐으나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북자 행렬은 당시와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SZ는 5일 '불확실한 희망' 제하의 논평기사에서 폴러첸씨를 비롯한 탈북자 지원 인사들은 89년 프라하 상황의 재연을 기대하며 탈북자들이 독일학교나 외국대사관 등으로 진입하도록 기획하고 있지만 중국은 당시 불안정한 상태에 있던 체코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즉 탈북자를 지원하는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을 지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탈북 러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로 인해 다른 수십만명의 탈북자들은 중국 내에서 추적과 강제송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외부인들의 외국 대사관 망명 유도로 그동안 방치돼 왔던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당국의 집요한 추적과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89년) 당시에는 여러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구동독인들은 체코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으며, 당시 체코 정부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탈북 러시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북한을 지원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을 탈북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SZ 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불확실한 희망(Fluechtige Hoffnung)**

독일 의사(폴러첸)을 비롯해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인사들은 1989년 프라하에서 벌어졌던 상황의 재연을 꿈꾸고 있다. 당시 프라하에서는 수천명의 구동독 난민들이 서독대사관에 진입했는데 이는 구동독이 붕괴되는 신호를 제공했다. 탈북자 지원 인사들은 '그때는 동독, 지금은 북한'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 이제는 베이징(北京)이 당시의 프라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탈북자 드라마를 연출한 주역 중 한 사람인 의사이자 행동가인 노르베르트 폴러첸씨가 바로 그같은 상황을 꿈꾸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지난 3월부터 중국의 수도에서는 탈북자들의 서방 대사관 진입시도가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진입시도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중국 외부로부터 조정된다. 현재 베이징 소재 독일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폴러첸씨는 4일 “마지막 순간에 기적과 같이 우리의 원격조종이 기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인사들은 당초 지난 3월 첫 외국공관 대량 진입을 기획하면서 독일대사관을 목표물로 정해 독일대사관이 얼마나 탈북자들을 환대하는가를 시험해 보고자 했었는데 결국 이번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독일대사관에 대한 경계가 삼엄해 탈북자들은 스페인 대사관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독일대사관이 이상적인 목표물로 여겨졌던 것은 “독일인들의 역사적 책임"(폴러첸)과 프라하에서의 선례(先例) 때문이다.

탈북자 지원 인사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외국대사관을 목표물로 선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대적인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탈린주의 국가 북한에서의 탄압과 10만명에서 3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실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물론 대사관 진입 시도는 탈북자들에게 자유를 향한 가장 안전한 길은 아니다. 그동안 겨우 약 80명 정도만이 진입에 성공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으며, 일부 탈북자들은 진입에 성공하지 못하고 중국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다수의 탈북자들(적어도 외국대사관 진입 탈북자의 6배)은 몽고나 라오스, 태국 등 다른 루트를 통해 중국을 벗어나고 있다. 탈북자 문제도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즉 중국에 은신해 지내는 탈북자들은 대사관 진입 시도가 있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잊혀진 존재들이었지만 이제는 추적의 대상이 됐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탈북자들이 베이징으로 오는 것을 막고자 한다. 이전에는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지내는 탈북자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현상금이 내걸리고, 조력자들은 체포되며, 붙잡힌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한 여자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듯이 탈북자들은 중국에서의 삶이 편하고 먹는 문제가 해결되고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칭찬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이를 환영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 정부는 동맹국인 북한과 모든 불법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기로 협약을 맺은 상태이다. 공안당국은 탈북자들을 너무 관대하게 대해 탈북 러시가 일어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

사실 탈북자들 중에는 먹을 것을 조달해 북한으로 몰래 반입하려는 목적에서 국경을 넘은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는 모든 탈북자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이들을 '경제난민'으로 간주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으로 송환된 많은 탈북자들이 수용소에 수감되고 일부는 사형에 처해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유엔 난민위원회가 이러한 실상을 파악하는 것은 허용되어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1951년 제정된 유엔 난민협약을 위반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아직까지 강력한 항의를 받지는 않았다.

탈북자 지원 인사들이 계속해서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즉 베이징에서는 과거 프라하에서의 상황이 결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에는 여러 유리한 국면이 조성돼 있었다. 구동독인들은 정부 체제가 불안정했던 체코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탈북 러시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북한과 손을 맞잡고 있는 동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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