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경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는 태초에 하나였다고 하죠. 그런데 오만에 빠진 인간들이 바벨탑을 건설하려 하자 절대자의 노여움을 사 인간을 흩트리면서 여러 언어가 생겨났다고 하네요.
현재 지구상의 언어의 종류는 모두 7천여 종이 된다는데요.
외국어를 이해한다는 것,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이면서, 또한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죠.
최근들어 다양한 형태의 음성 통역기가 개발되고 있다는데요.
미 육군이 자동번역기계를 휴대장비로 채택했는가 하면, 러시아의 한 회사는 4개 국어를 즉석에서 통역해주는 음성통역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한 지방대학 학생들은 힌두어(Hindi) 채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지요?
A) 앞으로는 군인의 필수 휴대장비에 소총 외에 자동번역기가 포함될 것 같습니다. 컴퓨터와 로봇 연구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카네기 멜론(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과학자들이 최근 음성번역기 시작품을 개발해 크로아티아에서 활동하는 군목들에게 시험적으로 사용토록 했는데 반응이 좋다는군요.
카네기 멜론대 로버트 프레더킹(Robert Frederking) 박사팀은 “이 프로젝트가 간단한 말대말 번역시스템을 필요한 부문에 성공적으로 조속히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Q) 사실 자동번역 시스템의 개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80년대 초부터 각종 언어 부문에서 시도되어 오고 있고 최근에는 그 발전 상황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카네기 멜론대의 즉석 번역기는 어떻게 해서 개발되게 되었나요?
A) 아시다시피 현재 미국은 지구촌 곳곳에서 평화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아프리카의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등등에서.
그런데 평화유지 업무라는 것이 정복을 주목적으로 헌 전투 위주가 아니기 때문에 언어가 관건이거든요. 임무 수행에 있어 주둔 지역 주민이나 관리들과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건인데, 이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니까요.
예컨대 순찰도중 수상한 사람 둘을 만났을 경우, 무턱대고 사살할 수 없는 노릇이죠. 우선 둘을 분리시킨 후 심문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상황이 난감한 거죠.
그래서 미 육군이 카네기 멜론대학에 부탁해 연구를 수행토록 하게 된 것이죠.
오디오 보이스 트랜슬레이션 가이드 시스템 프로젝트(The Audio Voice Translation Guide System project)로 명명된 이 연구는, 미 육군과 군수산업체인 록히드 마틴(Lockeed Martin) 그리고 카네기 멜론 대학 등 3자 합동 프로젝트로 추진되어 왔습니다.
1년간의 연구 끝에 휴대용 번역기를 개발했는데 시판되고 있는 노트북컴퓨터에 연결해 쓸 수 있다고 합니다.
Q) 딱히 평화유지업무에만 쓰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A) 미 육군당국이 아직은 전투상황에서의 성능 테스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크로아티아에 파견된 군목들에게 시범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군목들은 별도의 통역이 없을 경우 주둔 지역의 주민들과의 대화 또는 설교에 어려움을 겪곤 하기 때문이지요.
Q) 번역기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이 되죠.
A) 군목들은 영어를 아주 조금 아는 정도의 크로아티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번역기를 써서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크로아티아인이 말을 하면 음성인식장치가 들어 있는 번역기는 그 말들을 크로아티아어로 받아들여 이를 문자형태의 텍스트파일로 저장합니다. 문자형태의 텍스트는 영어로 번역되고 이것은 다시 음성합성장치에 의해 소리로 나오게 되어 군목이 크로아티아인의 말을 알아 듣게 됩니다.
아직 문장을 번역하는데는 다소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통역을 두고 대화할 때보다는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고 합니다.
Q) 실용화되려면 얼마나 걸리게 될까요.
A) 프레더킹 박사 등 연구팀은 이 번역기가 아직 실전에 배치될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휴대용 번역기의 실전배치가 그리 먼 얘기는 아니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Q) 휴대용 자동번역기는 러시아에서도 상당히 진전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 같던데요.
A) 외국어가 취약하면서도 여러 나라를 자주 여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얘긴데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엑타코(Ectaco)라는 회사가 최근에 휴대전화 크기의 휴대용 번역기를 개발해냈습니다.
유니버설 트랜슬레이터(Universal Translator) 즉, UT-103라는 2백50달러짜리 이 번역기는 영어 문장을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으로 즉시 번역해 내는 성능을 갖고 있는데요, 기계에 대고 영어 구절을 말하기만 하면 번역기가 큰 기계음으로 해당 언어의 구절을 반복적으로 쏟아낸다고 합니다.
이 기계를 개발한 아르카디 다프이도프(Arkady Davydov) 연구원은 "이 기계야말로 음성인식으로 즉시 통역을 해 주는 최초의 여행용 통역기“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의 영어문장 번역기가 있습니다만, 음성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 기계는 한 단계 진전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어떤 원리로 작동되며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특수하게 개발된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속에는 관광, 비즈니스, 학업, 공무 등 모든 종류의 여행시에 흔히 쓰이는 약 3천여 개의 관용구문이 내장되어 있어 이같은 구문이 음성 정보로 입력되면 이를 인식해 통역해 주게 됩니다. 물론 이 속에는 식사, 쇼핑, 운전 등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지요.
시험 통역 결과 몇 가지 구문에서는 통역의 오류가 나타나곤 하는데, 회사 측은 이것이 음성 인식 과정에 함께 들어가는 배경 소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정확도가 약 9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직 개선의 여지는 있습니다.
Q)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라면 언어가 너무 제한적 아닌가요.
A) 그래서 올해 안으로 중국어 번역 프로그램을 보강하는 등 번역 가능 언어를 점차 늘리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인과 중국인이 이 기계만으로 원활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여행용으로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확장하면 좋을 텐데요.
A) 그렇지 않아도 엑타코 측은 이 즉석 통역기를 특정 분야에 전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 보급할 경찰용 즉석 통역기에 이어 다른 용도로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찰용 즉석 통역기의 경우 영어 관용구 음성을 인식해 스페인어로 통역해 나오는 시스템입니다.
미국 경찰이 우범지대나 슬럼가에서 자주 맞닥드리게 되는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계는 미국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기초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외국 전장에서 현지 주민을 마주치는 경우와 흡사한 상황이 되기 일쑤죠.
이 처럼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경찰용 즉석통역기가 개발, 보급되게 되는 것입니다.
Q) 그런가 하면 인도에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힌두어로 운영되는 컴퓨터 채팅 프로그램을 개발해, 컴맹들도 접근이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얹었다는 소식도 있죠?
A)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미국, 우리나라 등과 첨예한 경쟁을 하고 있는 인도답게 괄목할 만한 시스템을 개발했더군요. 수도 델리(Deli)로부터 2백50km 떨어진 찬디그라(Chandigarh)에 있는 컴퓨터 공학과 재학생들이 그 주인공인데요. ‘디프티(Deepti)’로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인도의 고유어인 힌두어로 상호 대화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안성맞춤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학생 중 한 명인 리트빅 사하지팔(Ritvik Sahajpal)군은 “디프티 시스템은, 영어를 몰라 자연히 컴맹이 되어버린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영어에 의한 접근과 채팅만을 허용했던 인도의 웹 서비스들이 점차 디프티 시스템을 연결해 많은 사람들의 접근과 상호 채팅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군요.
Q) 이 시스템을 관공서 등에서 채택할 경우 업무의 효율성도 향상될 수 있겠네요.
A)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당초 영어문맹인 인도의 민중을 위해 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이 시스템이 관공서에 대거 보급될 경우 민원처리가 쉽고 빨라져 대민 서비스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민원창구 등에 이 시스템이 채택되면 아주 편리하지 않겠습니까. 시민들이 음성으로 민원을 요청하면 민원서류 신청서가 자동으로 제공되는 그런 식이죠.
개발자들은 디프티 시스템과 터치스크린 시스템을 통합하면 컴맹인 시민들도 민원 처리를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Q) 디프티를 가정용 컴퓨터에 장착해도 좋겠군요.
A) 민원 처리 때뿐 아니라 집에서도 훨씬 편해지겠죠. 앞서 얘기한 영어문맹과 컴맹들에게 동시에 희소식이 되겠는데요.
힌두어나 기타 토착어로, 그것도 키보드가 아닌 음성으로 채팅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당한 장점이죠. 그래서 최근에 이 소프트웨어가 가정용 PC에 장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던데요.
Q) 하지만 힌두어 음성인식도 역시 만만치 않은 난관이 있지 않겠습니까?
A) 힌두어는 음성 변이가 많은 언어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펀잡 공대(Punjab Engineering College)의 학생들이 디프티 시스템의 음성인식 기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서너 달 안에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Q) 언어의 장벽을 타파하기 위해선 역시 실시간 자동 번역 시스템의 조속한 보급이 관건일 텐데요. 지금같은 속도라면 언제쯤 완벽한 자동번역시스템이 완성될까요?
A) 참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선 언어의 번역이란 것이 화자(話者), 또는 필자(筆者)의 독특한 언어구사 스타일이 있는 데다 언어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도 완벽한 번역, 특히 실시간 번역이란 지난한 문제이거든요.
영국 출신의 언어학자인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최근 몇 년간 언어인식과 합성 분야도 훌륭한 진전을 보았지만 실시간 언어 자동번역은 아직도 원시상태”라고 전제하고 “실시간 자동 번역의 정확도와 속도가 앞으로 25~50년 동안 장족의 진전을 할 것이지만 이 방법이 세계에 널리 퍼지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경제성을 갖게 되어 현재 세계어(영어를 지칭)의 수요와 매력을 위협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왜 영어가 세계어인가’(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코기토 발행) p.44~45 참조>
크리스털의 전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뭐하지만, 인간의 입맛에 딱 맞는 실시간 자동 번역 시스템의 등장은 만만치 않은 과제로 앞으로도 수다한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겠죠.사진 설명( 출처 BBC온라인)
1. 앞으로는 언어가 다른 지역에 파병된 군인들의 필수 장비에 소총 외에 자동번역기가 추가될 것 같다. 사진은 보스니아 주둔 평화유지군 소속 미군.
2. 카네기 멜론대 연구팀이 개발한 군용 음성번역기 translator 300.
3. 러시아의 엑타코가 개발한 휴대전화 크기의 여행용 즉석 통역기. 이 통역기를 업 그레이드한 방범용 즉석 통역기도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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