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놓고 부시 행정부내 매파와 비둘기파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달 26일 딕 체니 부통령의 연설로 가시화된 듯이 보였던 미국의 이라크 공격방침이 파월 국무장관의 '이라크에 대한 유엔 무기사찰단 사찰과 국제사회 지지확보 이후 공격'이라는 신중론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파월 국무장관은 오는 8일 방송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무기사찰단이 다시 이라크에 들어가야 하며 이라크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토론을 거쳐 동맹국들의 지지를 확보한 뒤 이라크 공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부시 행정부내 의견조율에 심각한 내분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앞서 체니 부통령은 지난 달 26일 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유엔무기사찰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행동에 나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와 관련 2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체니 연설에 대한 백악관의 불협화음'이란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체니 부통령의 연설 중 주요 발언이 백악관과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체니와 거리를 두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 사찰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체니 부통령이 주요 관련부서들과의 협의 또는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달 26일 '해외참전용사 전국대회' 연설을 일방적으로 미국의 독자적 이라크 공격을 강조한 호전적인 연설을 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체니의 이라크 공격 발언 이후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파월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2004년 이후 사임의사를 밝힌 것은 재선을 위해 중도보수 지지세력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부시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해석된다.
체니 부통령의 발언은 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과의 합의도 거치지 않은 독자적인 주장으로 보여 백악관내에서 체니의 발언수위를 들러싼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유럽외교관은 "체니 부통령의 발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다른 참모들과의 의견조율을 거치지 않은 독자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백악관내 기류는 앤디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무기사찰에 관한 체니의 발언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한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주 후반 다른 곳에서 행한 연설에서는 무기사찰과 관련된 부분의 톤을 약화시켰다.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해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발언을 하는데 있어 CIA 등을 통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으며 심지어 미 국무부는 체니 연설의 최종 원고를 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체니에 대한 암시적 비판은 이외에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공격 이전 유엔의 사전동의를 촉구하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선제공격에 대한 영국 노동당내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또한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반전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블레어 총리에게는 유엔 동의를 먼저 구하는 쪽으로 움직이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유엔의 무기사찰 결과와 관계없이 독자적 전쟁방침을 천명하고 있는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매파와, 유엔을 통한 이라크 설득을 주장하는 파월 국무장관 등 비둘기파로 나뉘어 있다.
한편 미 국내 여론은 점차 유엔을 통한 중재를 주장하는 비둘기파쪽으로 쏠리고 있다. 뉴스위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시 유엔의 공식적인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가 81%를 차지하고 있으며 86%의 응답자는 미국이 먼저 유럽내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주재 외교관들은 현재 백악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지난 주 유럽연합이 제안한 이라크의 무기사찰 허용을 촉구하는 새로운 최종시한을 찾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오는 12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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