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4일 귀국길에 오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이 최근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과 적극적인 대외관계 개선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다각적인 외교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변화에 민감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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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관계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들은 러시아의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2000년 이후 세번째로 매년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러간 새로운 관계진전이나 협의가 도출된 것이 아니냐는 점이 관심의 대상이다.
***김정일 위원장 "북러정상회담 결과에 1천% 만족"**
23일 열린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 대해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23일 블라디보스토크발 기사를 통해 "러시아는 남북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대화에 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지난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교역관계와 시베리아-한반도(TSR-TKR) 철도 연계사업 추진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김 위원장 또한 '자신의 이번 러시아 방문 결과에 대해 1천% 만족한다"고 밝혔으며 양국 정상간 진지한 논의 때문인지 회담시간도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네자비씨마야 가제타는 23일 표도로프 러시아 외교군사정책 정치분과 소장의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는 남북간 대회지속을 측면지원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코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표도로프 소장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통하는 유일한 강대국 지도자"**
표됴로프 소장은 '전환기의 출발선상에 서 있는 북한'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첫째 푸틴 대통령이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들 중 드물게 김정일 위원장과 지속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 둘째 객관적으로 러시아가 북한과의 경제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유일한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 셋째 이번 정상회담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남북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넷째 이번 정상회담은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적인 관심표명 기회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표도로프 소장은 북한의 경제개혁이 반드시 효율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는 북한 내 기존 생산시설과 교통수단 및 에너지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러시아에게 있어 북한이 한반도-시베리아 철도 연계사업에 적극 참여하거나 인접한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로프스크주와의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또한 23일 '악의 축에 대한 전략적 과제'라는 기사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지난 2년간 세번째로 열리는 회담임을 강조하고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노동당 총서기, 국방위원장, 인민군총사령관의 직함을 갖고 있으며 폐쇄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김정일은 다른 어떤 외국지도자와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회담을 갖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독일 FAZ "시베리아-한반도 철도연계사업이 러시아의 관심사"**
FAZ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경우 러시아측도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 가지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며 시베리아-한반도 철도연결사업을 지적하고 김 위원장이 러시아방문에 김용삼 철도상을 대동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FAZ는 러시아 또한 북일 수교가능성과 이것이 동북아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게 미치는 상징적 효과에 대해서도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며 부시 미국 행정부의 북한 압박은 러시아의 이같은 행보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FAZ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문기간중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스크와 하바로프스크에 위치한 군수공장을 방문했지만 관측통들은 재원이 부족한 북한이 대규모 무기도입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북한이 하바로프스크에서 제작되는 경비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은 1960년대 수입했던 구 소련제, 중국제 경비정 5백척을 대체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FAZ는 23일 북러정상회담 관련 논평기사에서 최근 몇주간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여건들이 조성됐는데 "이를 안정화시키는 것은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북러정상회담에 임하는 푸틴 대통령 또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희망하는 한국측의 고무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한국은 러시아의 대북영향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편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3일자 '러시아 친구들에 대한 미국의 걱정'이란 기사에서 미국은 자신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나라들과 러시아가 가지는 교역관계에 대해 큰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경우 러시아가 이라크와 교역을 확대하려는 계획은 러시아를 테러국가와 가깝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심지어 러시아에 대한 서방투자를 억제할 수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한델스블라트 "러시아, 미국 입만 쳐다보지는 않을 것"**
한델스블라트는 "하지만 러시아는 스스로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에 있어 '미국인들의 입만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빅토르 오제로프 연방위 국방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외교정책이 분명한 서방지향 정책에서 이웃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자 '김 윈원장이 러시아 균형외교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한 독재자 김정일의 23일 회담은 극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상징적인 것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FT는 "러시아는 워싱턴, 그리고 워싱턴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 및 이라크와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러시아가 이 삼각관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그 이유는 일부 실질적인 분야에서 미국과 러시아간의 협력관계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FT "러시아-이란·이라크 경제협력 러시아 외교원칙에 부합"**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의 외교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핵무기 판매를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를 이스라엘 때문이라고 보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즉 이라크와의 경제협력은 푸틴이 선언한 외교정책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스벤스카 다겐스블라데트는 23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단순히 시장경제 도입 문제 등에 대해 러시아의 자문을 받거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웨덴 스벤스카 다겐스블라데트 "북러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
신문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중에는 분명히 경제 외에 다른 안건들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푸틴이 중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예로 들었다.
이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미국과 서구에 개방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큰 나라들에 더욱 시선을 집중하는 것 같다"며 "현재 진행중인 미하엘 캬샤노프 총리의 중국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기 수출주문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은 러시아가 추구하는 노선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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