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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자가 아기를 낳고 맨먼저 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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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자가 아기를 낳고 맨먼저 한 일은···”

신영복 고전강독 <104> 제9강 장자(莊子)-9

<예제6>

厲之人夜半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 惟恐其似己也(外篇 天地)

厲之人(여지인) : 불치병자.
汲汲然(급급연) : 급히 서두르는 모양.
惟恐其似己也(유공기사기야) : 오직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살펴보았다. 급히 서두른 까닭은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서였다.”

이 구절은 방금 예를 든 “三人行而一人惑···”에 이어서 나오는 구절입니다만 잘못 끼어 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내용에 있어서 문맥상으로는 어긋나는 내용입니다.

물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의미로 연결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불치병자의 자식이 불치병자인 것은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늘의 뜻에 거역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읽을 수는 없지요.

내가 이 구절을 좋아하는 까닭은 자기반성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한 구절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선생’들이 읽어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선생들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지요. 자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자기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잣대를 갖다 대는 한 자기반성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미혹(迷惑)을 반성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개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社會), 한 시대(時代)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회, 그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것을 답습할까봐 부단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발전은 그러한 경로를 거치는 것이지요.

자기의 문화, 자기의 생산물, 자기의 언어, 자기의 신(神)을 강요하는 제국(帝國)과 패권(覇權)의 논리가 반성되지 않는 한 참다운 문명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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