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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그후, 병풍인가 反DJ정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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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해찬 그후, 병풍인가 反DJ정서인가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5> 兵風과 대선 판도 2

***이해찬 발언으로 바뀌어버린 게임의 룰**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얘기가 있다. 그만큼 가변적이란 얘기다. 최근 병역비리 의혹 공방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진실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실감난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병풍유도 발언 이전까지만 해도 문제의 핵심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점에 있었고, 이 부분은 김대업씨의 녹취록과 녹취록에 나오는 김도술씨의 수차례에 걸친 말바꾸기 등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좀 몰리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것은 곧바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하락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인기 폭등이란 정치적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해찬 의원의 발언 이후 진실게임은 성격이 바뀌었다. 이제는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러한 실체적 진실 규명 과정에 청와대나 검찰의 의지가 개입했느냐 여부로 옮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사실 차기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는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검찰이 어떤 형식으로든 법률적 진실을 밝혀본들, 국민들이 검찰이 발표한 법률적 진실을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즉 비호남권 유권자들의 반(反) 디제이 정서가 이러한 검찰의 법률적 진실을 과연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제는 핵심인 상황으로 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병역비리의 실체적 진실, 더이상 핵심 변수 안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멍에라고 할 수 있는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적 반발감이 우세할 것인가, 아니면 반(反)디제이 정서로 무장한 비호남권 유권자들의 정권에 대한 불신감과, 여기서 파생된 검찰 발표에 대한 불신감이 우세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이제서야 필자도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 이회창 낙마론이 은밀하게 나돌았었다. 필자는 한나라당 유력한 인사로부터 "뭔가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김영삼정권 시절 고위직을 지낸 모씨를 영입하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하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정몽준 의원을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해찬 의원이 병풍유도설 발언을 했던 원인으로 작용했던 이른바 '이회창 낙마설'이란 얘기도 나올 수 있었고, 정몽준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나라당에서는 왜 (영입) 제의가 없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류들은 여전히 강력한 단결력으로 이회창 후보를 옹위하는 형세는 변하지 않았으며, 그런 목소리는 말하자면 곁가지의 작은 목소리에 불과했으나, 이들이 얘기하는 불의의 사태, 즉 검찰 수사 결과 병역비리 의혹이,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입증됐을 경우에는 또다른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에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차지하는 역할은 자못 미묘한 바가 있다. 정권의 표적 공세와 대안부재론은 결국 이회창 후보의 카리스마를 만든 결과로 나타났으나, 한나라당은 지역적으로는 경상도, 계층적으로는 기득권층의 집결체이자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이회창 후보는 이런 측면에서 고용사장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기득권은 말짱 도루묵이 되겠지만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이회창 후보는 우리 사회 주류 중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경기고-서울법대란 막강한 학맥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인 경상도 기득권층 입장에서 후보교체를 거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할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병역의혹 사실이면 후보 사퇴" 昌 발언, 이젠 의미없어**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제 방향을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병풍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이른바 '법률적 진실'이 무엇이든간에 '믿지 못할 수사'라는 식으로, 국민들을 상대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형세다.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면 대통령 후보 자격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진실의 규명 과정이 정상적이었느냐 아니냐 하는 점, 즉 한나라당식 어법으로 바꾼다면 정치공작이냐 아니냐는 것으로 옮아갈 수 있는 계기를 이해찬 의원의 발언이 제공해준 셈이나 다름없게 돼 버렸다는 얘기다.

그것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들이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믿어줄 것인가, 믿지 못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옮아갔다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얘기다. 과연 국민들은 수사발표를 믿을 것인가, 믿지 못할 것인가.

물론 아직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얘기한다면 병역비리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병역비리 의혹은 진실이라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각종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검찰 수사의 진척 정도 등을 감안하면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하겠다. 어떤 식으로든지 병역비리 의혹은 단순히 의혹만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드러날 개연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이 설혹 병역비리 의혹이 100% 진실이었다고 발표해본들 문제는 발표 당시의 국민여론이나 분위기다.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분위기면 발표한 검찰만 바보라 될 수도 있다. 현재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상태이고, 따라서 검찰이 어떤 발표를 하든 정치공작으로 밀어부칠 태세다.

당연히 이회창 후보가 8.8 재보선을 앞두고 "병역비리 의혹이 혹시라도 진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다"고 한 배수진도 의미가 없게 된다. 검찰의 발표를 믿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나오든 어차피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병역비리 수사'ㆍ'정치공작 주장'간의 힘겨루기**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은 두가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첫째는 검찰의 발표가 빼도박도 못하게 진실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경우라면 그 발표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정황상 이미 12년전에 일어난 사건이며, 핵심적인 관련자들이 도피중이거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현실에서 검찰이 무슨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발표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둘째는 역시 병역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심이 더 강할 것인가, 이 정권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더 강할 것인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이 핵심이다. 왜 그런가.

지금의 김대중 정권은 국민적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를 댈 수 있으나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만큼 더 이상 이러한 민심이반에 대한 강력한 증거는 없다. 물론 분석을 하자면야 비호남권,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박탈감과 상실감이 그 근저에 있으며 그것은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생겼으나 기본원인은 인사난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권을 불신할 경우 정권에 소속돼 있는 검찰의 수사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어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한나라당의 방향도 결국은 "못 믿겠다 검찰수사, 쳐부수자 공작정치"란 말로 요약된다. 민심이 어떤 방향을 지지할지 자못 궁금한 일이다. 병풍수사에 대한 민심의 선택은 곧 차기 대선의 향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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