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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눈물겨운 생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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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ASA의 눈물겨운 생존투쟁

윤재석의 지구촌 Q&A <1>

오늘부터 ‘윤재석의 지구촌 Q&A'를 연재합니다. 윤재석씨는 1979년 중앙일보에 입사, 사회부·과학부·국제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99년 국민일보로 옮겨 국제부장을 거쳐 현재 심의위원으로 있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 이에 대한 저서와 역서를 한 권씩 냈으며 요즘엔 환경과 생태, 세계화가 연관된 분야를 천착중입니다. 이 글은 윤재석씨가 KBS1 라디오의 ‘세계의 창’(매주 월요일 오전 0시 20분 방송)에서 지구촌의 갖가지 궁금한 문제를 문답형식으로 쉽게 푼 내용을 보완,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Q) 지난 주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존슨우주센터(JSC)가 화성 운석에서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이후, 각국 언론들이 이를 관심 있게 보도하고 나섰는데요. 하기는 지구밖 행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인류가 지구 이외의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다는 측면에서도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요.

A) 화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와 가장 가깝고 닮은 데다가(자전 주기도 비슷합니다)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크고, 그래서 인간이 지구 밖으로 이주한다고 할 때 그 후보지 1순위에 해당하는 행성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죠.

Q) 그런데 NASA의 화성생명체 존재 증거 주장에 어떤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는가 봅니다. NASA의 연구에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건가요.

A) 그 답을 드리기 전에 다음의 몇가지 보도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6년 8월 15일, 로이터·AP등 통신과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주요 미국 신문, BBC와 CNN등 방송은 'NASA 연구팀 화성 생명체 발견'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화성 생명체 발견 소식을 일제히 전했는데요. 내용인 즉, 1984년 남극에서 발견돼 ‘ALH-84001’(사진)로 명명된, 화성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자철광(磁鐵鑛·magnetite·Fe₃O₄)운석에서 생명체 흔적이 발견됐다고 NASA의 데이비드 매케이 연구팀이 발표한 거죠.

이 보도가 나간 직후 영국 카디프대 프레드 호일 교수는 NASA의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습니다. NASA의 주장이 1976년 호일 교수가 발표한 ‘생명체 외계도래설’을 뒷받침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의구심을 표명했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는 뜻이 되겠죠.

유럽우주국의 마르셀로 코라디니 교수는 한술 더 떠서 “화성에서 돌조각이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ALH-84001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했습니다. 두해 뒤인 98년 1월15일 CNN은 역시 일단의 과학자들 주장을 토대로 ALH-84001 운석에 생명체 흔적은 증거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1999년 ‘생명의 요람: 지구 최고(最古) 화석의 발견(Cradle of Life: The Discovery of the Earth's Earliest Fossils)'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 J. 윌리엄 쇼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을 추적하는 일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면서 “단서가 조금밖에 밝혀지지 않은 복잡한 미스터리를 풀 때처럼 실수를 저지르기 십상이며 정확한 이해를 방해할 만큼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매우 당혹스럽다”며 ALH-84001과 관련된 NASA측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Q) 화성운석과 관련된 생명체 존재 공방이 치열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군요.

A) 그 뒤로도 화석운석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계속됩니다. 2000년 12월 발간된 ‘국제지질화학 및 운석화학회지'는 화석 운석에 생명체 존재의 증거가 있다고 밝힙니다. 이제는 학술지를 통한 발표인 것입니다.

두 달 뒤인 2001년 2월26일, 미국·스페인·독일 합동연구팀은 4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ALH-84001에서 지구에 살고 있는 해양성 박테리아가 만든 것과 동일한 자철광 결정을 발견했다면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팀의 연구비는 NASA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7월29일 미국 남가주대(USC)의 조셉 밀러 교수(세포신경생물학) 역시 국제광학공학회 연차총회에서 “지난 76년 7월과 9월 화성에 착륙했던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 안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방출된 가스를 분석한 결과, 가스의 파동이 매우 주기적이며 박테리아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자연적인 밤낮의 주기, 하루의 주기 리듬과 닮았다”며 ‘생명체 흔적’을 장담했는데 그 역시 NASA의 지원연구팀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미국 콜로라도대의 브루스 야코스키 교수(지질학)는 “가스의 주기적 파동은 탐사선의 기온 혹은 화성 대기압의 주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합니다.

특히 권위있는 미 국립학술원이 작년 12월에 발간한 학술원 회보에서 애리조나대학의 피터 부섹 교수는 “ALH-84001이 미생물학적인 흔적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해 NASA측의 발표를 일축합니다.

그러자 NASA측은 2002년 3월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를 동원해 “화성 표면의 광대한 지역에 먼지, 암석 등과 뒤섞여 얼음 형태로 된 물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발표하죠.

현재 화성 지형 측정 작업을 진행중인 무인 화성탐사선 오디세이가 보내온 초반 데이터 분석결과라는 단서를 붙여 행한 발표에 따르면 “먼지, 암석과 뒤섞인 얼음이 화성 일부 지역 표면에 90cm 두께로 덮여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화성 남극에서 남위 60도에 이르는 지역까지 넓게 퍼져 있다”고 우회적인 생명 존재 가능성을 폈는데 오디세이의 수소 측정 장비 책임자인 윌리엄 보인턴 애리조나대 연구원은 “화성에 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자료”라고 거듭니다.

Q) 그렇다면 지난 주 존슨우주센터(JSC)가 전반적인 내용면에서 앞서 수차례 발표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의 화성 생명체 주장을 또 다시 한 것이 이상하네요.

A) 존슨우주센터의 연구팀은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45억년 전의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자철광(磁鐵鑛)을 추출해 여섯 가지 물리·화학적 성질을 분석한 결과 이중 25%는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개했습니다.

캐시 토머스 켑타 연구팀장은 "이는 45억년 전 화성에 자철광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 박테리아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하고 이 자철광은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자철광과는 모양이나 화학 성분이 전혀 다른 것으로 지구의 수중 박테리아인 'MV-1'이 생성하는 '세포내 자철광'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박테리아는 이 자철광을 나침반 삼아 지구 자기장을 좇아 먹이와 에너지를 찾아다니는데 이 자철광은 크기나 구성 면에서 생물체 밖에서는 인공적 또는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지난 96년 NASA의 발표와 차이가 없고 또 그때 이미 ALH-84001에 나타난 박테리아의 흔적이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에 의한 오염으로 생겼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고, 작년 2월 NASA의 화성 운석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 때에도 자철광의 생성 원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던 바 있기 때문에 NASA의 행보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 NASA에 집중되는 의심은 어떤 거죠?

A)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NASA에 예산이 떨어져가거나 NASA가 외부, 특히 미국 정부나 의회의 관심에서 소외된다고 느낄 때, 또는 NASA의 존재가 위협을 받을 때 묘하게도 화성 생명체설, 특히 ALH-84001이라는 운석을 들고 나온다는 거죠.

Q)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있나요?

A) 정황상 가장 확실한 것으로 꼽히는 해프닝이 바로 1996년 8월에 있었던 소동입니다. ALH-84001 1차 해프닝 정도로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데요. 이 시기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3개월 앞둔 시기였습니다. 1992년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백악관 탈환에 성공한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밥 돌이라는 약체 공화당 후보를 유린하면서 재집권이 확실시되고 있었죠.

클린턴 집권 1기때 연방정부 예산의 대폭 삭감과 인원 4분의1 감축조치 등의 최대 피해집단이었던 NASA로서는, 재집권이 확실시되고 있던 클린턴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구체적으로는 예산과 인원을 삭감당하지 않고 예전대로 NASA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언론 플레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Q) 정말 그토록 NASA의 사정이 어려워졌나요?

A) 복잡한 변수와 요인들 때문에 구체적인 예산이나 인원의 구체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냉전종식과 우주 탐사 및 개발에 대한 열기가 식어짐에 따라 NASA의 명성이나 존재의미가 예전에 비해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IT나 생명공학 등에 비해 실용적인 면에서 당장 소득이 나타나지 않는 우주개발에 정부의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축소지향의 예산과 인원 배정에서 당연히 NASA가 일차 대상에 꼽히게 되고, 특히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호 발사 이후 불붙기 시작했던 불꽃튀는 우주전쟁이 1991년 소련 패망 이후 시들해진 데다 우주 탐사와 개발에서 얻을 소득이나 과실이 불확실해지자 90년대 이 분야가 지속적으로 소강국면을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Q) 하지만 NASA 자체만의 발표가 아니라 외부 학자들의 발표도 더러 있는 것 같은데요.

A) 앞서도 살펴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외부 학자들이란 것이 결국은 NASA의 지원으로 NASA 취향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NASA가 스스로보다는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방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그래도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이번처럼 산하 기관을 내세워 강공(强攻)을 하는 식으로 플레이를 다양화하는 셈이죠.

Q) 한동안 소강 국면을 보이던 NASA의 이른바 언론플레이가 최근 들어 더 잦아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A) 꼼꼼히 살펴보면 특히 작년 7월 이후 한껏 잦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7월, 12월, 올 3월, 5월 그리고 8월, 1년 사이에 무려 다섯 차례나 되네요. 이건 그만큼 NASA의 내부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96년 첫 발표 때부터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어 온 마당에 또 ALH-84001를 들고 나올 수 있겠습니까.

마치 우리나라 역대 정권이 부정부패 등 정치적 사안으로 코너에 몰렸을 때 국면전환 카드로 '간첩단 일망타진’이나, ‘탈북자’ 사건을 전가의 보도처럼 보도자료로 내놓았던 전례와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한때 세계인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던 우주공간, 그리고 그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최선봉에 서있던 NASA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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