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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일본, 깊어가는 미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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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 일본, 깊어가는 미국의 고민

아시아 주도권 둘러싼 미ㆍ일ㆍ중ㆍ러 각축전 본격화

"일본경제가 1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침체의 피로감이 기자실에도 파급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과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영국의 인디펜던트, 스웨덴의 다겐스 니헤테르, 그리고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이 도쿄지국의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도쿄) 지국을 (아시아지역) 취재를 위한 '정류장'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스웨덴의 경우 한때는 8명의 특파원이 일본에 근무했으나 지금은 한 명을 남겨놓고 모두 떠났다.

외국의 언론인들은 제자리를 맴도는 일본보다는 21세기 중반 경제적으로 일본을 추월할 역동적인 중국관계 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시카고 트리뷴은 지난 해 도쿄지국을 폐쇄하고 특파원을 중국으로 이동시켰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종전처럼 매일 기사를 쓰는 대신 프로젝트별 중점취재로 방향을 바꿨다. 많은 신문은 현지기자를 채용하고 자사 특파원에게는 기사 건수대로 보수를 지급한다.

5개월전 미국 ABC방송의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한 짐 슈토는 3개월반을 아프가니스탄과 이스라엘 현지취재로 보냈다. LA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의 도쿄 지국장들은 지난 5월 중동지역에 모두 나가 있었다. 슈토 기자는 "일본은 여전히 제2의 경제대국이지만 완전히 잊혀졌다. 일본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집어삼키려고 했을 때는 기사가 되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위협이 되는 나라들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위의 글은 최근 일본에 대한 외국언론의 외면을 다룬 미 뉴욕타임스 12일자 기사('As Tokyo Loses Luster, Foreign Media Move On')의 일부이다.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12년째 경제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있는 일본이 세계언론의 외면을 받는 동안 역동적 경제성장을 자랑하는 중국이 아시아의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일본에 대한 외국언론의 외면이 아니라 일본의 몰락이 미국에 커다란 전략적 고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1850년대 중반 미국에 의해 일본이 개항된 이래, 2차대전 기간을 제외하고, 일본은 미 아시아 전략의 핵심파트너였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전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 시장 공략의 파트너였다. 중국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일본의 야망과 중국 시장을 공동관리하자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면서 태평양전쟁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두 나라는 반공의 기치 아래의 예전의 파트너쉽을 복원시켰다. 미국은 일본을 소련과 중공의 공산주의적 팽창에 맞서는 최후의 교두보로 삼아 일본 경제부흥에 전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때문에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일본에 대해 미 아시아전략의 '초석(cornerstone)'이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경영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일본이 12년째 비실비실하고 있으니 미국의 전략가들로서는 속이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미국측의 고민을 뉴욕타임스 11일자 기사('Setting Sun? Japan Anxiously Looks Ahead')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일본의 몰락이 계속된다면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외교ㆍ군사전략에 중대한 영향들(profound implications)을 미칠 것이다."

중대한 영향이란 구체적으로 말해 "(일본의 몰락으로) 아시아지역에 힘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며 이 공백을 미국에 덜 우호적인 국가들, 또는 명백한 라이벌 국가들이 채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덜 우호적인 국가는 러시아, 명백한 라이벌 국가는 중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다음과 같은 지적에서 이는 명백히 드러난다.

"실제로 많은 분석가들은 중앙아시아에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수십년간은 러시아와 중국의 외교ㆍ경제적 경쟁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가까워질수록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 약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일본의 대항세력 역할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또 일본과 러시아가 같은 아시아 열강으로서 세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지만 외교적 활약상에서는 극단적 대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외교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력카드도 없으면서 핵강국이라는 지위와 중앙아시아와 동구 등과의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 눈깜짝할 사이에 미국의 핵적대국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변신한 반면 일본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면서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계획에서 대해서조차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일본 나고야 소재 난잔대의 국제관계 전문가 로빈 림의 말을 빌어 "만일 일본이 (재기의) 희망을 잃게 된다면 점점더 중국의 (아시아 강국으로의) 부상을 묵인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라이벌로 상정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결코 원치 않는 사태전개이다.

로빈 림은 "그렇기 때문에 일본경제의 회복은 안보ㆍ경제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처럼 일본의 지도부가 완벽하게 마비상태인 상황에서 어떻게 일본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미ㆍ일ㆍ중ㆍ러 네 열강의 본격적인 각축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는 19세기말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진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리도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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