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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風, 신당론, 그리고 병역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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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風, 신당론, 그리고 병역비리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3>

민주당에서 논의되는 신당론은 그 형태가 무엇이든간에 단순히 민주당만의 일은 아니다.

신당론이란 겉보기에는 8.8 재보선에서도 유감없이 증명된 반(反)DJ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이른바 '김대중 탈색(脫色)'이 핵심적인 이슈인 것처럼 보이나, 현재의 정치판이 갖고 있는 복잡한 특성과 그 특성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교차해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민주당에만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왜 그런가.

민주당의 신당론이 태동되고 있는 배경에는 당연히 김대중 색채를 벗어나 강력한 상대인 한나라당 이회창씨와 겨루어 이길 수 있는 후보와, 그 후보를 백업할 정당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당위(당연히 민주당의 당위겠지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 이회창씨와의 승부를 가름할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이른바 병역비리 공방과 정몽준씨의 거취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신당론은 단순히 민주당만의 집안잔치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띨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신당론은 서로 다른 두가지 의도가 충돌하면서, 동시에 만나고 있는 장소다. 하나의 의도는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씨가 그 중심에 있다. 노무현씨는 당연히 개혁신당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어차피 보수본류이자 기득권층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회창씨와 겨루기 위해서는 당이 개혁적인 색채를 강하게 지녀야만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상황판단을 할 수 있겠다.

또다른 의도는 노무현씨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대로 한 세력들의 이른바 백지신당론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때 이회창씨를 압도했던 노무현씨의 인기가 거품인 것으로 증명된 만큼(물론 이들은 자기당 후보의 인기를 거품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세력들이다), 노무현씨가 아닌 다른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사실상 핵심이다. 이를 전제로, 반(反)이회창 비(非)노무현 연합세력을 구축해서,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상대인 이회창씨를 포위하자는 전략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의 신당론이 처음부터 삐걱거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말은 똑같이 신당론을 얘기하고 있지만 신당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얘기를 한 장소에서 하려니 말이 맞을 리가 없다. 쌈박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신당논의의 두 방향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헤게모니 쟁탈의 주요한 결정요인이 아니다. 이들이 아무리 세를 불리고 의원들을 잡는다 하더라도 말짱 꽝이다. 당금의 세력다툼의 본질은 누가 차기 대권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누가 차기 대권을 잡는가. 그 변수는 무엇인가.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따라 신당의 모양이 결정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신당 논의의 두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의 전략이 차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관심은 바로 이러한 서로 다른 주장의 타당성 여부다. 이 타당성은 또한 유감스럽게도 서로 다른 신당을 지향하는 세력들과 관계없는 곳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이 주요한 결정요인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결정요인인가. 핵심적인 결정요인은 병역비리 공방의 향배다.

검찰 수사로 넘어가 있는 병역비리 의혹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노무현씨가 지난 4월부터 두달동안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변화되고 있는 정치토양과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대안으로 노무현씨가 적합한 인물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였고, 다른 하나는 이회창씨를 둘러싼 병역비리 의혹과 원정출산 논란이었다. 지금은 병역비리 의혹 공방으로 압축돼 있지만, 논란 자체만으로 이회창씨의 인기를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노무현씨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도, 노무현씨에 대한 인식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이회창씨에게 쏠리고 있는 의혹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씨의 대안으로 정몽준씨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병역비리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노무현 돌풍은 기존의 정치판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반란이 핵심이었다. 그것의 정치적 구현물은 반 이회창정서다.

40대와 50대 유권자들마저 한때 노무현씨에게 경사됐던 것도 다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노무현씨가 혹독한 검증과정과 일부 언론의 물량공세에 밀려 이미지 다운이 되면서 실망한 40대와 50대 유권자들은 다시 이회창씨에게로 향했다. 이 영향력은 30대에게까지 일부 미쳤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40대가 다시 이회창씨에게서 등을 돌리고 정몽준씨에게로 향하고 있다. 노무현씨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대안을 구했기 때문이다.

정몽준 변수는 이러한 유권자들의 심리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몽준 인기의 핵심은 월드컵이 아니다.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이다. 노무현돌풍 때와 본질면에서 유사하다. 대안만 있다면 이회창씨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 바로 이것이 정몽준 바람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몽준씨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능하면 선택을 미루려 할 것이 분명하다.

선택이란, 하기 전까지는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는 자유가 있지만, 일단 결정하고 나면 그 선택은 족쇄로 작용한다. 미리부터 족쇄를 찰 이유가 없다. 그리고 노무현씨의 경우에서도 봤겠지만, 혹독한 검증과정을 길게 가질 이유도 없다. 그가 선택을 미루는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신당 논의의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주장이 벌이고 있는 복잡한 속사정 때문이다. 그가 반드시 신당을 선택한다는 보장은 현단계로서는 전혀 없는 상태다. 신당론 가운데 백지신당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단 명분에서 밀린다. 백지신당론은 당선가능성을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본심은 "노무현은 안된다"라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를 배제하겠다는 발상도 문제지만, 그 발상의 주체가 경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이인제씨란 점도 명분론에서 밀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백지신당론자들은 신뢰상실이란 치명적 약점도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신 이회창과 겨룰 만한 인물을 찾고 있으면서도 명분은 노무현씨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누구든 인기만 떨어진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날 것이란 인식이 박혀 있다. 제정신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이들과 선뜻 손잡기는 쉽지 않다. 개혁신당론자들은 노무현이란 인물을 바꾸려 들지는 않고 있다. 정몽준씨로서는 선뜻 둘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세번째는 병역비리 의혹이 어디까지 번질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년전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회창씨 인기는 급전직하했었다. 후보교체론도 나오고, 결국은 이인제씨가 탈당해 독자출마를 결정했다. 당금의 병역비리 의혹이 다행히(이회창씨 입장에서) 전면확대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모를까, 원치 않았던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으로 간다면 정몽준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현재로는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하지만 정몽준씨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하등 없기 때문에 최악의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쟁의 현장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인기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판에 결정을 빨리 내릴 이유가 없다.

노무현씨의 인기가 급속도로 회복된다면 이것도 변수다.

정몽준씨가 신당에서 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안된다면 독자출마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으로 가야 할지 모른다. 결국 민주당 신당논의는 어떠한 형태를 지향하는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진 세력들의 의지가 주요한 결정요인이 아니다. 그것은 병역비리 공방의 진전상황과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의 인기 추이 등에 따라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고차방정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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