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지폐의 평균 수명은 겨우 3개월'. 유럽연합 국가들이 올해 1월 1일부터 공식 사용하기 시작한 유로화 지폐의 짧은 수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직 첫 돌도 맞지 않은 유로화가 이처럼 불평·불만의 대상이 된 이유는 화폐제조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과거 유럽 각국에서 사용하던 화폐에 비해 지폐의 크기는 커진 반면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원화 지폐의 평균 수명이 미국 달러화 등에 비해 짧다며 해마다 '돈 깨끗이 쓰기' 캠페인을 벌이는 우리 현실과도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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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원화 지폐의 평균수명은 2년(1천·5천원권)에서 4년(1만원권)에 불과하며 주화를 포함한 연간 화폐제조비용만 1천2백억원(2002년 예상치)에 달한다는 게 한국은행측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의 평균수명은 1백12개월로 9년을 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 달러화에 비견하는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유럽의 자존심 유로화의 평균수명은 경우 3개월에 불과하며 3번 정도 은행을 들락거리고 나면 그나마 수명을 다한다는 게 유럽 은행관계자들의 불만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11일 '유로 지폐는 내구성이 없다'는 기사에서 '빌트 암 존탁(Bild am Sonntag)' 보도를 인용해 새로운 유로화 지폐의 수명이 과거 독일 마르크화보다 훨씬 짧다고 밝혔다.
페터 발터 독일연방은행 프랑크푸르트 중앙지점장은 "유로화의 도입 이후 독일에서만 5천만장 이상의 은행권 지폐가 폐기처분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 지폐가 너무 커 과거 마르크화를 넣던 보통 지갑에 맞지 않아 쉽게 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롤프 리켄 독일연방은행 드레스덴 본부장 또한 "많은 유로화 지폐들이 3개월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더 두꺼웠던 독일의 마르크화는 훨씬 내구성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크화는 폐기되기 전까지 평균 다섯 번 정도 은행지점을 거쳤는데 대부분의 유로화 지폐는 세 차례면 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자국 화폐, 즉 마르크화(DM)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독일인들이 유로화에 대해 털어놓고 있는 불만은 단순히 돈의 수명 때문만은 아니다. 유로화 도입으로 인해 안정됐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는 유로화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로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유로화의 갈 길은 아직 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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