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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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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는가"

독일 SZ "첫째도 모욕, 둘째도 모욕, 셋째도 모욕 때문"

지난 달 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루 대학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7명이 숨지고 8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 유학생 3명도 포함됐다. 한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중동분쟁을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입장에 처해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원인과 사건, 사고, 폭격 등에 대한 보도는 많이 나왔다. 하지만 왜 종교적 신념에 따른 과격파가 아닌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들까지 목숨을 버려가며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하는지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국내언론의 보도가 미흡했다.

<사진>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은 이와 관련, '종교 대신 복수'라는 7월 31일자 기사에서 지난 3월까지 자살폭탄테러 방지를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동 운영하던 관청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아부 아람이라는 팔레스타인 안전예방청 직원과의 인터뷰로 진행된 이 기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끼는 모욕감과 증가하는 가난이 자살폭탄테러를 끊이지 않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어떠한 이유로라도 자살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으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자살폭탄 시도에 숨겨져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다음은 쥐드도이체차이퉁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종교 대신 복수**

팔레스타인 사람인 이싸 아부 아람(Aram)씨는 그리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체구의 사람이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일을 해왔다. 그가 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안전예방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점령하기 전이었던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양측이 자살폭탄테러 방지 등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운영해온 관청이다.

아부 아람은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기 직전 붙잡힌 8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밝힌 자살테러 동기는 첫째도 모욕, 둘째도 모욕, 셋째도 모욕이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때때로 이스라엘 경비초소 앞에서 옷을 벗어야만 한다. 또 남성들은 공중앞에서 여성들에게 키스할 것을 강요당한다. 이는 아랍국가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풍습이다. 이스라엘 경비대는 또 특정시간을 정해 '모하메드(이슬람교의 창시자)'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이 통과하지 못하게 하거나, 임신부들이 병원을 갈 수 없도록 막아 경비초소에서 출산을 하게끔 한다는 게 아부 아람의 설명이다.

***자살이 문화현상으로**

이 같은 이스라엘 군의 통제는 결과적으로 자살폭탄테러가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만들었다. 아부 아람은 '문화현상으로서의 자살은 이제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와 계층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는 사람들은 이제 이슬람주의자들로부터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전 사회가 존경하는 인물로 영웅시되고 있다. 어머니들은 자살폭탄테러를 시도하려는 아들과 함께 미리 사진을 찍어둔다. 그들은 또 전통적인 아랍세계의 문학과 시, 경구 등을 되새기며 복수를 다짐한다.

아부 아람은 여론조사 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참는 자로 남아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제 능동적인 주체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이슬람 과격단체인 하마스의 설립자 샤이히 아흐메드 야신(Jassin)은 지난 7월 22일 자살폭탄테러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살라흐 세하데(Schehade) 하마스 군 사령관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중지선언을 취소했다.

과거 하마스는 자살폭탄테러를 원하는 희망자를 찾기 위해 6개월씩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아부 아람은 "그러나 지금은 하마스가 충분한 폭탄만 갖고 있다면 이슬람주의자나 다른 그룹들이 하루에 1백회의 폭탄테러를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람은 한 여대생의 예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매우 진보적인 그녀는 경비초소에서 당한 모욕 때문에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아람은 또 18세인 한 청소년의 경우 천국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직 팔레스타인 민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한다. 그는 팔레스타인 민족이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기를 각오한 청소년에게 누가 폭탄을 제공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젊은 여성은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일념에만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녀가 이스라엘 경비초소 앞에서 나체가 되기를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빈곤**

자살폭탄테러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증가하는 빈곤의 문제다. 이미 헤브론과 베들레헴에서는 배고픔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그들중 일부는 "내가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에게 한 포대의 식량을 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가난이 잉태하는 것은 삶에 대한 회의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베들레헴 성벽에는 애초 마르크스 계열 단체였던 '팔레스타인 해방 민족전선'의 "형제여 자연사를 피하라, 네가 죽는다면 적의 총알을 품고 죽는 것이 낫다"는 구호가 쓰여 있다.

아부 아람은 이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두 확인해주었다. 그는 "이스라엘 경비대에 의해 통행이 좌절된 한 사업가와 같은 이유로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없었던 한 교수가 내게 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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