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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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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1>

노무현과 그 적(敵)들

프레시안은 오늘부터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를 연재합니다. 서영석씨는 경향신문을 거쳐 국민일보에서 정치분야만 10여년간 취재한 정치전문기자입니다. 현재 국민일보 심의위원으로 있으며 <서영석의 노변정담(http://du0280@kmib.co.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생존본능만 남은 여권**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인지 아닌지 잘 분간은 안 가지만, 여하튼 노무현씨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여건은 지극히 좋지 않다.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는 것과 별도로 이른바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은 대목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멸렬상을 보이고 있는 여권은 오로지 생존본능만 남아 아무런 목표도, 지향점도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는, 몰이당하고 있는 멧돼지를 연상시킨다. 노무현씨를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여권의 섹터들을 하나씩 분석해보자.

먼저 김대중 대통령과 청와대. 김대통령 친위그룹은 이미 노무현 포기전술을 채택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 외양은 철저한 방임전술로 포장돼 있지만 본질은 포기다. 노무현씨가 지난 개각 직전 요구했던 중립내각 구성이 거부당하는 순간 이미 결판은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무현씨는 뭐 하나 해준 것 없는 김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버리지 않으려고 말까지 수차례 바꿨다는 질타까지 받고 있으나 정작 노무현씨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김대통령 친위그룹이 아니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민주당내 사정은 어떤가. 민주당은 그야말로 사분오열(四分五裂)이란 고사성어의 '사분(四分)'이란 말에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첫번째는 죽든 살든 노무현씨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룹들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쇄신연대니 개혁파니 하는 그룹들이 이들이다. 두번째는 노무현쪽으로 가? 말아? 하는, 좀 헷갈리는 그룹들이다. 한화갑 대표와 그 측근인사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세번째는 노무현으로는 안돼!! 하는 그룹들이다. 이인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수도권 의원과 충청권 의원들을 여기에 뭉뚱거릴 수 있겠다. 마지막은 그야말로 회색인사들이다. 중도개혁포럼의 정균환 원내총무를 정점으로 하는 세력들이 이들이며, 청와대의 김대통령 친위그룹들에게 원격조종 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개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씨를 중심으로 두고 재편중인 이 네 그룹들 가운데서 주목해야 할 그룹은 두번째와 네번째 그룹들이다. 이인제 의원을 필두로 한 비토세력들은 당연히 갈라서면 그뿐이지만 두번째와 네번째 그룹들은 애매모호한 자세를 유지하는 듯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아마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대상들도 이들이 될 것이다.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한 두번째 그룹들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필자가 보기에 청와대 친위그룹들에게 조종되는 네번째 그룹들에 대해서는 보다 단호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반(反) 이회창 연대와 정몽준 후보 옹립 가능성**

당내에서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고, 당바깥에서는 노무현씨와의 단절을 추구하는 배경에는 명백한 지향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반(反)이회창연대의 구축이다.

사실 김대중정권이 개혁정권이라고 규정짓지만 필자는 그것이 전적으로 김대통령 본인의 개혁성에 의존한 것이었지, 집권세력 자체가 개혁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한다. 김대중 정권의 개혁정책은 김대통령이 발탁한 개혁적인 인사에 의해 추진됐었다. 반대로 구동교동계를 비롯한 집권 주류는 지극히 보수적인 세력이었다는 게 더 타당하다. 재벌들에게 구걸하는 보험성 정치자금과, 정권과의 뒷거래에 더 익숙한 보수정객들이 이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야당이었을 때는 때묻은 보수정객에 불과했지만 집권과 함께 본격적인 기득권보수세력에 합류했다. 사실 김대중정권이 지금처럼 망가진 최대의 이유로 필자가 꼽는 인사정책의 실패는 신진 보수세력과 야당으로 전락한 본류 기득권세력들과의 밥그릇 다툼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공로자들이기도 하고, 당시 이회창 후보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동원해 멋지게 성공한 전력이 있다. 여담이지만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당시 자민련의 김종필 후보가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합작을 제의했던 배경에는 또다른 비화가 있다.

김종필씨는 합작을 김대중 후보에게만 제의한 것이 아니라 이회창 후보에게도 제의했던 것이다. 당시 김종필씨를 보필했던 모 전직 장관이 필자에게 전해준 얘기에 따르면 합작에 응하겠다는 연락이 김대중 후보진영으로부터 즉각 왔었지만, 김종필씨는 바로 응답을 하지 말고 더 기다려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회창씨에게도 같은 제의를 했으니 기왕지사 이회창씨측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면 그 쪽과 합작하겠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씨는 끝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김종필씨도 내키지는 않지만 김대중 후보와 내각제 합의각서를 토대로 한 후보단일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때의 신화를 다시 재현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것이 반이회창연대다. 쉽게 얘기해 현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인 이회창씨를 제외한 모든 그룹들을 단일전선 속에 묶어내겠다는 것이다.

자민련의 김종필총재와 민주당내 비토세력인 이인제씨, 외곽에서 기회를 엿보는 박근혜씨, 그리고 월드컵 이후 대권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정몽준씨 등이 그 대상이 되겠다. 노무현씨에 대한 이들의 입장은 어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합류하든가 아니면 말든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청와대 친위그룹의 정권재창출 전략은 당연히 '민주당의 기득권포기 및 신당창당', 그리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약속'이란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 및 신당 창당은 반이회창연대의 결성을 위한 형식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간판스타, 즉 후보는 누구로 할 것인가. 반이회창연대의 대안은 대단히 제한돼 있다. 이회창씨와 붙어서 이길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는 사람은 현단계에서 딱 두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노무현씨와 정몽준씨다. 필자는 청와대 친위그룹의 의중은 정몽준씨에게 가 있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노무현씨는 어떻든 민주당이란 틀 속에서 선출된 대통령후보이기 때문에 이같은 구상 아래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했을 때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씨 입장에서는 이같은 반이회창연대에 도덕성이란 전무하고 오로지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마키아벨리즘만 존재한다고 판단해 합류를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정몽준 후보밖에 없다.

이런 그림을 그리면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해 이해가 갈 수 있다. 한화갑 대표가 "기득권 포기후 신당창당"이란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고, 정몽준씨가 민주당에(사실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란 의미라고 하겠지만) 관심을 표명하는 의도도 명료해지고, 한나라당이 신당창당 발언에 벌집쑤시듯 하고 있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밝혔듯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정권이 대북카드를 통해 '신(新)북풍'을 기도하는 이유는 노무현씨가 아니라 정몽준씨를 위한 것으로 보면 이해가 분명해진다. 더욱이 이들이 합창하고 있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도 얼마나 미묘한 의미가 함축돼 있는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중요한가. 첫째는 오로지 집권만을 목표로 한 이질적인 세력을 접착시킬 수 있는 접착제 구실을 하고 있어서다.

연대의 성격은 권력의 분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분점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권력을 일정하게 나눠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이원집정부제 아래에서 선출직인 대통령을 제외한 총리직(이름이야 어떻든)의 경우 집권후에도 돌아가면서 해먹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순번만 정한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굴러들어온 돌(후보)에 대해 일정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노무현씨가 끝까지 합류를 선언한다면, 그렇게 해서 진짜 경선을 해서 또 후보가 된다면, 영입파인 정몽준씨에게도 뭔가 돌아갈 권력의 한자락이 있다는 점 때문에 전선이탈을 방지할 수도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필자는 이런 기도가 말짱 백일몽이라고 단언한다. 이미 내각제 합의서가 휴지조각이 된 김대중 정권의 예에서도 보듯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대통령선거 전에 이뤄진다면 몰라도(그럴 수야 없다) 그렇지 못한 이상 무슨 무슨 약속이란 일단 집권 후에는 화장지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했었다. 또한 국민의 시퍼렇게 살아 있는 눈이 이와 같이 도덕성이라고는 전무한 집권기도에 순순히 응해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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