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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로 시민운동, CPI를 아시나요

'부시 내부자거래 의혹' 추적의 선봉장

지난 해 연말 파산한 엔론에서 지난 21일 사상 최대규모의 파산보호신청을 낸 월드콤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실태가 잇달아 밝혀지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치명적인 도덕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등 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과거 기업경영을 하면서 엔론과 유사한 수법의 분식회계에 연루된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하켄에너지 분식회계 연루사실이 이달 초부터 미국의 주요 언론에 집중 보도된 배경에 한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뉴스매체의 집요한 탐사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진: 부시 대통령의 하켄 에너지 분식회계 연루사건을 특종보도한 CPI의 홈페이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부시 대통령의 과거 분식회계 연루 의혹에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폴 크루그먼 교수의 칼럼이었다.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당시 미국 대통령은 부시의 아버지였다"라는 제목으로 본보 7월 3일자 게재)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89년 6월 부시의 하켄에너지 주식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89년 2.4분기가 끝나기 직전인 6월 22일, 하켄에너지 이사였던 부시는 주당 4달러에 이 회사 주식을 팔아 84만8천달러를 챙겼다. 그런데 8월 20일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회사가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2.37달러로 급락했고 연말에는 1달러까지 폭락했다. 당연히 내부자거래의 의혹이 제기될 법한 상황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칼럼에서 부시의 내부자거래 의혹 외에 분식회계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직 청렴 센터(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 CPI)'라는 시민단체의 책임자 찰스 루이스의 말을 인용했다. 그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 회계부정에 대한) 부시의 분노를 진지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중립적인 CPI의 찰스 루이스가 절묘하게 표현했듯이 부시는 '역대 어떤 최고경영자보다도 곤경에 빠진 에너지기업과 회계부정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루이스씨가 말하고 있는 것은 하켄에너지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이 얘기야말로 널리 알려질(public airing) 만한 가치가 있다."

크루그먼 교수의 이 칼럼이 나간 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부시 대통령의 과거 사업가로서의 행적을 집중 추적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들이 부시의 내부자거래 및 분식회계 연루 의혹을 추적하면서 출발점이 된 것이 바로 CPI의 홈페이지(www.publici.org)였다. 그것은 이 단체가 이미 부시의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관련 의혹들을 집요하게 파헤쳐 왔기 때문이다. CPI는 우선 지난 2000년 10월 부시가 하켄에너지 주식을 팔면서 미 증권거래위(SEC) 규정에 의한 신고 의무를 4차례나 위반했음을 밝혀냈다. 또 2001년 4월에는 하켄에너지가 동업자에게 돈을 꿔주고 이 돈으로 알로하 페트롤륨이라는 자신들의 자회사를 사게 하는 방식으로 회사 수지를 위장했음도 밝혀냈다.

물론 이같은 사실은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CPI는 미국의 정보공개법을 최대한 활용, 부시의 내부자거래 의혹 등에 관한 SEC의 조사기록과 하켄에너지의 이사회 회의록 등을 입수해 이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예컨대 지난 19일 CPI가 89년 하켄에너지 이사회의 회의록을 공개하자 워싱턴포스트는 21일자에서 이 회의록을 근거로 당시 부시가 자신의 주식을 팔기 직전에 하켄에너지의 적자 규모가 대단히 커졌음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CPI의 끈질긴 추적보도가 크루그먼 교수의 환기에 의해 제도권 언론에 반영된 셈이다.

CPI는 미국인들에게 공공서비스와 정부의 책임, 윤리관련 문제들에 대한 탐사보도와 분석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89년 설립돼 90년 워싱턴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탐사보도를 통한 시민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CPI가 추구하는 목표는 ‘공공서비스 저널리즘(public service journalism)’이다. 지난 10여년간 수준 높은 탐사보도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아온 센터는 지난 97년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the 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를 창설했다. 협회에는 현재 40개국에서 활동중인 80여명의 탐사보도 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CPI는 지금까지 1백여건 이상의 탐사보도를 토대로 10권의 단행본을 발간했는데 그중 4권이 탐사보도에 관한 최고의 영예인 탐사보도언론인(the 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IRE) 상을 수상했다.

공공통합과 비영리, 비정치적 연구기관을 지향하는 CPI의 창립자이자 대표는 찰스 루이스(Charles Lewis).
루이스는 ABC와 CBS에서 11년간(77년부터 88년까지) 탐사보도를 해왔으며 유명한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그는 CPI를 설립한 이후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콜롬비아 저널리즘 리뷰, 더 네이션 등의 칼럼 등을 기고하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언론인 윤리에 많은 관심을 보인 루이스는 벨기에 덴마크 영국 프랑스 헝가리 러시아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다니며 부패와 언론학에 대해 강연해왔다. 루이스는 CPI 개설 이후 지금까지 1백여건 이상의 탐사보도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했으며 98년 맥아더 장학재단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CPI의 사례는 이제까지 기존언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 머물러 있던 시민운동의 활동범위가 독자적인 취재보도행위로까지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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