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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심스런 내부개혁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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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심스런 내부개혁 착수"

<전문가 진단> 배급제 폐지 및 임금ㆍ물가ㆍ환율 현실화의 의미

최근 북한이 식량배급제를 철폐하고 임금ㆍ물가ㆍ환율 등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국내외 언론보도와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북한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공식발표가 없긴 하지만 다수의 다양한 소식통으로부터 일관된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우선 이달부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식량배급제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식량배급제는 식량사정이 악화된 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하지만 수도 평양에서는 식량배급제가 계속돼 왔기 때문에 배급제 폐지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또 kg당 10-20전씩 받고 팔아왔던 쌀을 현재의 시장가격인 45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국가가 부담해 왔던 주택임대료와 광열.수도비 등도 주민 부담으로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노동자 임금은 계층별로 10-17배로 인상, 생필품 구매력을 현실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와 임금을 현실화할 테니 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능력에 의해 생활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뜻이다. 국가가 주민들의 기본생활을 책임져 왔던 이제까지의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편 북한은 다음 달부터 외국 돈과 교환할 수 있는 ‘태환지폐’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19일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현재 북한에는 태환지폐와 외화로 바꿀 수 없는 ‘인민 원지폐’가 있는데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북한 화폐는 ‘인민 원지페’로 일원화된다. 교도 통신은 이번 조치가 대외무역 활성화에 따른 장래의 외화제도 개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은 지난 1999년부터 태환지폐의 사용을 사실상 중지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미 달러화나 일본 엔화로 지불할 것을 요구해 왔다. 99년 이후 태환화폐는 거스름돈 등 보조적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을 뿐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의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태환지폐를 폐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식 환율과 실제 환율간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2원이지만 암시장에서의 환율은 190-200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내놓을 리가 없다. 이번 조치에는 환율 현실화와 함께 민간부문의 달러 보유를 인정하고 이를 공식부문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들에 관한 국내외 언론 보도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북한연구팀장)은 20일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만큼 정보들이 일관성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도 “다양한 복수의 소식통으로부터 이러한 정보가 나왔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면서 “아마도 북한은 배급제 등을 점진적으로 폐지할 의도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지난해 가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들이 일은 안 하고 공짜로 먹으려 한다’는 말을 해왔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최근 조치들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협동농장의 인센티브 확대, 주택과 가구 등의 개인 소유 인정, 각종 공공시설의 이용비용 현실화 등이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개혁조치’ 들이 어느 정도,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최근의 ‘개혁조치’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동용승 박사는 “외부세계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내부개혁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개혁’에 나선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동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최근 개혁조치를 중국식의 전면적인 시장개혁 조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계획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비대해진 암시장(농민시장) 등 사적 경제 부문을 공식경제로 흡수하려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동 박사는 북한의 현재 움직임은 계획경제에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접목시키려는 절충적 형태로 파악하면서 그러나 “북한이 내부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 대외개방 등과 관련, “일단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제한적 개혁 노력이 앞으로 보다 본격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종석 박사는 “북한의 이번 개혁 조치들은 중국과 쿠바의 초기 개혁상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이어 “북한은 내부개혁에 관한 종합적 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실험적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시행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그 진전 과정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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