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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미국 정부"

랠프 네이더, "국가와 기업 유착관계 끊어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기업의 분식회계 등 기업부정에 대한 미국 시민사회의 분노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미국 소비자운동의 창시자 랠프 네이더는 워싱턴포스트 18일자에 실린 칼럼‘기업사회주의(Corporate socialism)’를 통해 현재의 미국 정부는 ‘대기업의,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정부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와 대기업간의 유착고리를 끊으라고 촉구했다.

지난 2000년 미 대선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네이더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모든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은 이윤은 사유화하되 이를 위한 위험과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으로 ‘기업사회주의’로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네이더는 현재 미국 대기업들의 행태는 그들의 존립근거인 자본주의의 근본전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미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의 초점은 국가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단절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

***‘기업사회주의(Corporate socialism)’/워싱턴포스트, 18일자**

우리 정치경제에 대한 대기업들의 끊임없는 영향력 확대는 이제 주류언론에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기업범죄는 날씨와 같은 존재가 됐다.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폭풍에 대해 얘기하지만 이 폭풍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이사회, 외부감사, 금융기관, 정부의 각종 규제기구 및 의회 등 감시와 견제를 위한 제도와 기구들이 무력해졌거나 감시 대상과 유착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감시기구들은 해가 갈수록 자신들이 감시해야 할 기업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보수와 향응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립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 CEO와 그 일당들 사이에서는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기구들은 자기혁신에 나서기는커녕 자신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부담들을 무책임하게도 국민 일반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존립의 근거가 되는 자본주의의 이념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체제의 근본 전제들과 최근의 실제 상황을 비교해 보자.

1) 소유주들은 자신의 소유물(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

지난 1세기동안 대기업들은 기업의 소유권을 분산시켜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주주로부터) 경영진 및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의 수중으로 옮겼다. 투자자들은 발언권을 잃었다. 회사의 경영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 주식을 팔라는 대답을 들을 뿐이었다. 심지어 대주주조차도 최근 자행되고 있는 분식회계, 이윤 부풀리기, 내부자거래의 실상을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2) 자본주의하에서 기업은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소기업들에게 이 전제는 아직도 타당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대기업들은 이른바 ‘대마불사’의 신화를 내세우며 정부에 대해 온갖 특혜와 구제조치 등을 요구한다. 물론 엔론처럼 기업부정의 도를 넘어선 기업들은 정부도 어쩔 수가 없다. 망하든가 다른 기업에 인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3개 기업이 특정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들 대기업의 방패막이가 되줄 수밖에 없다.

3) 자본주의가 봉건사회와 특징적으로 다른 점은 상호합의에 의한 계약의 자유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에서 보험, 주택임대, 고용계약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계약들은 기업측에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돼 인쇄된 형태로 소비자에게 강요된다. 소비자에게는 이를 받아들이든가, 거부하든가 양자택일의 선택밖에 없다. 수백만 미국인들의 삶을 규제하는 민간기업들의 이같은 사실상의 입법행위에 대해 법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4)자본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라는 틀이 필요하다. 경제적 게임의 법칙은 능력이 사기, 기만, 약탈 행위 등을 이기는 것을 보장한다.

그러나 각종 특혜를 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는 산업들이 대부분의 정부 부처나 기구들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주 극단적인 일탈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이들 기업들이 법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5) 자본주의 기업들은 공평한 조건 위에서 경쟁하도록 돼 있다.

엄청난 액수의 정치헌금 등으로 무장한 기업로비스트들이 미국을 ‘기업국가(corporate state)'로 변모시키고 있다. 대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분에 넘치는 보조금과 특혜성 계약, 지급보증, 연구개발비, 자원개발권 등 각종 특혜를 받아내고 있는 반면 개인이나 소기업들에는 이러한 특혜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기업의, 대기업에 의한, 대기업을 위한 정부이다. 대기업들에게 미국은 버뮤다와 같은 조세피난지와 다를 바가 없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위험과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기업사회주의(Corporate socialism)'가 자본주의를 대체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자본주의의 (창조적) 적응을 통한 법 앞의 공정한 정의와 생활수준의 향상, 공동체 및 환경적 가치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이제 모든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은 기업과 국가의 분리를 요구해야 한다.

대공황의 와중이던 지난 1938년 미 의회는 경제력의 집중을 막고 보다 정의로운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임시국가경제위원회’를 창설, 전국을 순회하며 청문회를 열었다. 이같은 기업개혁작업은 2차대전의 발발로 중단되고 말았다.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기업지배에 의해 부의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라도 이와 유사한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민주사회의 시민적 가치가 상업적 가치에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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