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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부추긴 미 언론의 '거품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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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부추긴 미 언론의 '거품보도'

비즈니스위크ㆍ타임 등, 2년전까지 '신경제' 찬양 일색

불과 2년전만 해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신경제(New Economy). 첨단 정보기술 덕택으로 자본주의의 영원한 숙명인 경기순환마저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들었던 신경제는 이제 5백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수없이 명멸했던 거품경제의 하나였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벤처열풍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고 대박신화를 늘어놓으며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에 분주했던 한국 언론들은 이제 신경제를 '바람빠진 풍선'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 신경제에 대한 거침없는 찬사로 수많은 샐러리맨들의 얇은 월급봉투를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쏟아 붓도록 유도해 파산지경에 이르게 한 원죄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이제는 신경제의 허구를 비판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몇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신경제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비판없는 찬양으로 많은 서민들을 졸부의 꿈에 빠지게 한 것은 비단 한국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언론비평 단체 페어(FAIR)가 발행하는 '미디어비트(Media Beat)'는 18일 '신경제에 대한 상투적 찬양(The Old Spin on New Economy)'이란 비평기사를 통해 수년전 비즈니스위크 타임 뉴스위크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이 신경제에 대해 쏟아놓은 낯뜨거운 거품보도를 비판했다.

기사를 작성한 노먼 솔로몬은 "도살장에 끌려온 신경제에 대해 언론들이 90년대 말 두둑한 스톡옵션과 월가에 대한 열광으로 가득찼던 환상을 경멸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거품의 많은 부분이 호홉이 가빠지도록 신경제를 찬양했던 언론인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

***'신경제에 대한 상투적 찬양'**

타임머신을 타고 몇 년전으로 되돌아가면 우리는 당시 주류를 형성하던 기자들과 유식한 체 하는 전문가들이 니르바나(열반)에 빠져 디지털로 끌어올려진 거대한 이익과 보다 많은 부를 격찬하던 보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신경제에 대한 언론의 미신적 태도를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신경제의 붐이 어느 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상식적 전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은 신경제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찼던 매체들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화음 속에 파묻혀버린 갸날픈 숨소리에 불과했다. 또 그 오케스트라의 메시지는 엄청나게 많은 속임수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5년 전인 97년 7월 28일자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번영하는 미래를 껴안지 못하던 경제학 정설을 경멸했다. 잡지는 "성장의 역동성이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변화는 많은 구태의연한 지혜들을 날려버리고 있다"며 "지금 다우, S&P500, 나스닥 지수는 우리에게 과거의 가정들이 신경제에서는 변화돼야만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우 보수적인 신문인 워싱턴타임스는 97년 7월 24자 경제학자 로렌스 쿠드로우(Kudlow)가 쓴 칼럼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사실 정보화 시대의 하이테크놀로지 발명은 신경제의 모든 빈틈을 채워주는 생각지도 못했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썼다. 쿠드로우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주식가격과 경제성장"에 대해 흥분했다.

타임지 98년 7월 20일자의 이슈는 인터넷의 경제적 기적중 하나였다. 타임지는 "실물경제는 기껏해야 수천, 수만이라는 단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야후 등 인터넷 사이트들은 세계무역의 모습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경제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었던 이 잡지는 "이 모든 변화가 의미하는 진정한 약속은 실리콘밸리의 한 무리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부유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들뜬 태도를 보였다.

2000년 7월 발행된 뉴스위크는 부를 위한 국가적 탐구에 대해 여러 페이지를 할애했다. 뉴스위크는 "사이버붐에 의해 조성된 새로운 시장은 아메리칸드림의 지붕을 날려버리는 새천년의 전야제다. 이 모든 새로운 부는 아직 속에 있는 재벌의 꿈을 실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고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신경제에 대한 통찰력있는 분석은 분명히 존재하기는 했으나 대중매체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뉴스위크가 '내적 재벌(inner moguls)' 운운할 때 진보적 잡지인 '달러즈 앤 센스(Dallars & Sense)'는 지난 99년 이 나라가 '전형적인 위험한 거품'의 한 가운데 서 있음을 지적했다.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이 글에서 도산의 위기를 지적하고 그 결과로 많은 노동자들이 혹독한 파산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년전 주식장이 최고 호황기를 누릴 때 베이커는 섬뜩한 금융실체를 예상했다. 그는 '지금 그저 그런 소득수준의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 연금구좌의 상당 부분을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커는 "도산 이후의 세계는 그리 아름다운 것이 못된다. 가장 많은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위험을 이해했어야만 하는 부유한 투기꾼들일 것이다. 신경제의 사도인 여피족들 또한 주식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겸손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식시장에서의 상당한 손실을 견뎌낼 수 있으며 나중에도 안락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류 언론들이 예측가능한 비극을 보도하는 데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주식시장의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연금의 대부분을 투자한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이들은 또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싸워야만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밑바닥 생활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행한 최고의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거품은 사라졌고 신경제에 대한 언론들의 찬사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여름 언론들은 약삭빠른 투자로 부자가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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