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려는 것은 걸프지역의 안보와 함께 이라크의 거대한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영국의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석유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만일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확보할 경우 사우디에의 과도한 석유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은 사우디의 석유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우디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랍권의 반미감정이 증폭되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 등에 의한 반미 테러의 빌미가 되고 있다.
타임스는 이어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등도 이라크의 석유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이들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 나서려면 이들 국가와의 사전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서방, 이라크의 거대 유전에 눈독 들이다(West Sees Glittering Prizes Ahead in Giant Oilfields)' 제하의 타임스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서방, 이라크의 거대 유전에 눈독 들이다'(타임스, 11일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제거로 서방측은 이라크의 엄청난 석유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사우디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에의 미군 주둔 등에 의한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이라크 외에 없다.
1991년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에 의한 쿠웨이트 해방 이후 (쿠웨이트의) 석유자원에 관한 협상권은 미국이 독점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의 경우에는 국제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그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같지 않다.
특히 러시아를 비롯해 프랑스와 중국 등은 이라크를 해방시킨 후 이라크 석유자원 확보에 커다란 기대를 갖고 있다. 이들 모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하려면) 이들 국가의 정치적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알래스카의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있는 북극 유전의 개발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알래스카 유전의 매장량은 걸프지역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맨은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려는 것은 걸프 지역의 안보도 문제이지만 특정 유전의 확보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경이 되면 걸프지역에의 석유의존도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이 될 것이다. 걸프지역의 안보는 사활적(absolutely critical) 이해가 걸린 문제이다."
'중동경제연구(MEES)'의 걸프지역 편집책임자인 제랄드 버트는 "후세인의 제거는 걸프지역으로부터의 석유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최후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약 1천1백20억 배럴로 2천6백50억 배럴의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영국과 노르웨이가 공유하고 있는 북해유전의 7배에 해당된다. 그러나 석유기업들이 누릴 혜택은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이라크 정부는 석유 매장량을 최대 2천2백억 배럴까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남부에 있는 3개 거대 유전-마즈눈, 웨스트 쿠르나, 나르 우마르-에서만 쿠웨이트에 필적할 정도의 석유가 뿜어나오고 있다. 마즈눈과 웨스트 쿠르나에서는 각각 하루 70만배럴의 원유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카타르의 생산량과 맞먹는다. "세계 다른 어떤 곳에도 이만한 유전은 없다. 그것은 최고의 전리품이다"라고 버트는 말한다.
이들 유전은 지난 20년간 전쟁과 제재조치 등에 의해 거의 개발되지 못했다. 게다가 해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지역의 유전보다도 채굴 비용이 싸게 먹힌다.
석유산업계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하고 나아가 이라크 정국을 안정시킨 후부터 최대 5년 이내에 이라크 석유자원의 본격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하루 3백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은 7백만 내지 8백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 제거만으로는 석유자원의 안정적 개발을 기대할 수 없다. 강력한 중앙정부 아래 이라크 정국이 안정돼야 국제 석유기업들은 이라크 석유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평화가 보장돼야 석유도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석유업계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마즈눈 유전을 개발하려면 20억에서 3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그 정도의 돈을 투자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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