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에 따른 후속조치의 하나로 구시대적 사법제도의 전면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전면적인 법관임용제도 등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치, 즉 정부와 당으로부터의 사법권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8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관임용절차가 두 단계의 시험 등으로 단일화되며 법관 임용시에는 반드시 자격증으로 법과대학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법제도의 개혁 목적이 "법 적용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시아오 양 중국 최고인민법원장은 "지금까지 중국 법원은 종종 정부의 부설기관으로 취급됐고 판사는 상급자의 명령을 수행해야만 하는 공무원으로 비쳐졌다"며 "이같은 현실은 법관들이 자신의 법적 의무를 실천하 는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고 비판했다.
주 밍산 부원장은 지난 주말 북경에서 열린 회의에서 "새로운 제도에 따라 중국 판사들은 이제 지방정부의 간섭이나 보호주의로부터 자유를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대 졸업 후 사법고시 통과해야 법관 임용**
중국이 마련한 새로운 사법개혁프로그램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전국적으로 일원화해 지금까지 실무자나 법관보조원이 판사로 임용되던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다. 법관임용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법과대학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두 단계로 이뤄진 사법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재직중인 법관들중 법학 교육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두 단계의 사법시험을 통과해야만 계속 법관으로 일할 수 있다.
중국이 발표한 전면적인 사법개혁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중국 사법체계와 비교했을 때 혁명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법원 또한 다른 모든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공산당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만 판사 1천2백명 부정부패 연루**
예를 들어 지방에서는 공산당 간부와 당원들이 법원판결을 좌지우지 해왔다. 또 뇌물의 액수가 판결의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돼왔는데 2000년 한 해동안 1천2백명의 판사들이 불법적인 판결과 부정부패에 연루돼 처벌받았을 정도다.
중국의 사법제도가 오늘날과 같은 난맥상을 보이게 된 배경중 하나는 1966년에서 76년 사이에 발생한 문화혁명 당시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붕괴된 사법제도를 밑바닥부터 재건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중국에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변호사가 전국적으로 2백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농민이 판사로 임용되기도 했으며 오늘날 20여만명의 중국 판사중 상당수가 실업고등학교 졸업증만을 갖고 있다.
***중국 WTO 가입 이후 국제사회 압력 증가가 개혁배경**
중국이 사법제도 현대화를 서두르는 배경은 WTO 가입 등 경제개방과 사회개방 정책에 따라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WTO 가입 이후 증가하고 있는 국제 분쟁문제에 중국의 현 사법제도가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중국은 독일 등 외국의 지원을 받아 법제도를 정비해왔으며 각 대학에는 외국 모델에 따른 법학과정을 개설했다. 중국 변호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11만명의 변호사가 활동중이다.
***독일 FR "정부와 당으로부터의 사법권 독립은 아직 요원"**
하지만 국제사회 기준에 걸맞는 사법권의 독립은 아직 요원한 게 중국의 현실이다. 권력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 정부와 공산당으로 하여금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FR)는 9일 중국사법제도 개혁과 관련된 기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사법부 영향력 행사와 관련된 가장 최근의 예로 유명한 변호사 장 지안홍의 구속을 들었다. 장 변호사는 부정부패 관련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변호를 맡았는데 지난 5월 구속 수감됐다. 경찰은 구속사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수감된 장 변호사의 비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법이 장 변호사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어떤 변호사와의 접견도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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