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선수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믿음'에 공개석상에서 감사를 표했다.
18일 이탈리아전에서 연장 후반 11분에 골든골을 뽑아내면서 페널티킥 실축의 짐을 벗고 탈진했던 안정환 선수는 당일 "기분은 너무 좋지만 말할 기운이 없다"고 기자회견을 하지 못했다.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부었던 결과다. 그러던 안정환 선수가 19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내내 "속으로 울면서 뛰었다"는 당시 심경을 피력했다.
안정환 선수는 특히 페널티킥 실축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끝까지 믿고 밀어준 히딩크 감독에 대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우려나온 고마움을 토로했다. 히딩크의 '믿음'에 대한 인간적 감사의 표시였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에 대한 '믿음'에 기초해 오는 22일 스페인과의 4강을 다투는 경기때 안정환을 변함없이 선발선수진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지난해초 취임한 히딩크의 '불합격점' 판정으로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고 있는 두 사람의 '멋진 만남'이다.
다음은 안선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편집자
***안정환 인터뷰 전문**
문) 골든골을 넣었을 때 심경은?
안정환) 잠시 정신을 잃었던 느낌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경기내내 울면서 뛰었다. 히딩크 감독이 끝까지 뛸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중간에 교체됐다면 평생 페널티킥 실축의 멍에를 짊어지고 갈 뻔했다.
문) 페널티킥 실축 당시의 심정은?
안정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뛰어야 할 지 막막했다.
문) 골든골을 넣을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안정환) 이탈리아 세리아A에서 2년간 고생하며 배운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전반 페널티킥 실축을 하고 나서 반드시 만회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체력을 아끼며 '한 건'만 기다리고 있었던 게 주효했다.
문) 이탈리아는 강팀이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나.
안정환)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멋있는 경기를 해서 이겼다. 가장 멋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문) 현재 심정은?
안정환) 어젯밤 경기(18일 이탈리아전) 흥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장에 나왔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문) 전국민이 붉은악마가 돼 성원을 보내고 있는데
안정환)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다. 국민의 응원때문에 전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보다 하나를 더 보탤 수 있는 원천이 됐다. 경기장에서 대형 태극기가 오를 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낀다.
문) 다음 경기 상대는 스페인인데.
안정환) 히딩크감독이 스페인에 대해 아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틀 휴식하고 회복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준비를 잘 하면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 세계적 선수 대열에 올랐다고 생각하는가.
안정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노력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경험을 쌓다보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으로 보고 열심히 뛰고 있다.
문) 한국팀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안정환) 한국이 우승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16강, 8강을 한정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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