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5월 21일 미 연방수사국(FBI)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수석 법률고문 콜린 롤리가 로버트 뮬러 FBI 국장에 보낸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미네아폴리스 지부는 지난 해 9.11테러 약 한달 전인 8월 16일 유력한 테러 용의자인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체포했으나 FBI 본부의 비협조로 무사위에 대한 후속수사에 실패함으로써 9.11테러의 단서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필자인 롤리가 사흘 밤을 고민하고 또다른 사흘 밤을 보낸 끝에 작성한 13쪽 분량의 이 편지에는 FBI 본부의 관료주의와 무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이 편지는 FBI 내부 인사에 의한 자기 고발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비판보다도 정확하며 또 통렬하다.
이 편지의 원문은 미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사항들은 일부 삭제된 채 시사잡지 ‘타임’의 인터넷 사이트(www.time.com)에 실렸었다. 편지 내용 중 복잡한 법률적 문제를 논의한 내용은 제외하고 우리말로 옮겼다. 편집자
***콜린 롤리가 로버트 뮬러 FBI 국장에게 보낸 편지**
뮬러 국장님께,
저는 지금 지난해 9월 11일 이전 미국내 테러 조짐들에 대한 FBI의 대응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관한 저의 우려를 글로 옮겨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성실성(INTEGRITY)에 관한 문제이며 또한 FBI의 사명과 임무의 핵심에 해당되는 사안입니다.
나아가 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재와 미래의 위협들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현 FBI의 수사 및 관리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간단하게 요점을 말한다면, 저는 국장님을 비롯한 FBI의 최고위 간부들이 사실을 미묘한 방법으로 감추거나 왜곡하고(shading/skewing)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낍니다. 이토록 번잡한 표현을 쓰는 것은 ‘은폐(cover up)'라는 용어는 너무도 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같은 우려는 9.11 이전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수사에서 제가 맡았던 역할-상대적으로 작고 주변적이긴 했지만 독특했던-과 의회 청문회 등에서의 국장님의 발언과 기타 FBI 내부에서 행해지고 있는 발언들에 대한 저 자신의 분석에 기초한 것입니다.
저는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언급되지 않았거나 과소평가됐으며 본래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는 FBI내 일부 인사나 조직 전체가 직면할지도 모를 곤경을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나아가 부적절한 정치적 이유에 의해 행해졌다고 느낍니다.
1. 무사위가 다니던 항공학교로부터 신고를 받은 미네아폴리스 현지의 FBI 수사요원은 처음부터 그가 테러 용의자라는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2001년 8월 15일(8월 16일의 잘못. 편집자) 그를 ‘비자기간 초과’를 이유로 미 이민귀화국(INS)이 체포토록 한 것은 그의 테러 음모를 보다 철저히 파헤치기 위한 의도적 조치였습니다(그를 테러 혐의로 체포한다면 다른 테러 용의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이므로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미).
2. 무사위를 체포한 지 며칠 후 프랑스 정보기관은 그가 이슬람 과격파 조직의 일원이며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무사위의 테러 모의 혐의에 대한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의혹은 확신으로 굳어졌으며 지부 요원들은 무사위로부터 압수한 노트북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요원들은 특히 무사위가 자신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3. 당초 우리 지부 요원들은 무사위에 대해 형사범죄 혐의를 근거로 수색영장을 신청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의 연방검사와 접촉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법무부의 승인이 필요했고 법무부의 승인을 받으려면 FBI 본부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무사위 체포 직후는 물론 프랑스 정보기관의 제보가 있은 다음에도 본부 요원은 무사위의 형사범죄 혐의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법무부와의 접촉을 거부했습니다. 프랑스측의 제보가 없었을 때라면 이같은 태도를 취할 수도 있었겠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정보소식통으로부터 무사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이 입수된 다음에도 본부 요원은 이러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초 미네아폴리스 요원이 무사위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테러 행위’와 ‘비행기 및 비행시설 파괴’였습니다. 9.11 직후 무사위에 대해 발부된 수색영장이 ‘비행기 및 비행시설 파괴’ 혐의에 근거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프랑스측의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실제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당초 미네아폴리스 지부가 본부에 제시했다가 혐의가 불충분하다며 퇴짜를 맞은 영장청구서와, 9.11 직후 연방 판사가 사인을 해 집행을 허가한 영장청구서와의 유일한 차이는 테러가 실제 일어나기 전이냐 후냐 하는 것뿐입니다. 다시 말해 본부 요원은 9.11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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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장 수사요원들의 테러 관련 수사를 지원하며 조율하며 수사에 필요한 수색영장을 받아내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본부의 핵심요원들은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영장을 받으려는 현지 수사요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끊임없이 방해했습니다. 이것이 사태의 진상입니다.
본부 요원들은 마치 혐의 사실을 부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계속 해괴한 질문들을 해왔습니다. 이들은 또한 무사위 체포 약 3주일전(7월 10일) 피닉스 지부가 본부에 보낸 메모, 즉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테러공격을 위해 미국내 항공학교에서 비행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담은 메모의 존재를 우리 미네아폴리스 지부에게 결코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대화와 편지가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본부 요원들은 또한 무사위에 관한 정보들을 관련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알리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지부 요원들이 본부의 방해를 우회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이 사건을 중앙정보국(CIA) 대테러센터(CTC)에 직접 통보하고 협조를 구하자 본부 요원은 본부 승인도 없이 CIA측과 직접 접촉했다며 우리 요원을 심하게 질책하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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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금 FBI나 미국이 마녀사냥을 할 때는 아닙니다.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어야 할 FBI 본부요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사항들을 FBI 지도부가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위 수사에 관해 책임이 있는) 특수감찰대(SSA) 팀장을 비롯한 본부 요원들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9.11 이후 창설된 FBI 통제센터(SIOC)의 핵심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문제의 특수감찰대는 9.11 수개월 후 승진되기까지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문제의 본부 요원들을 모두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심각한 잘못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장의 수사요원들이 이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면 아마도 본부는 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고 문제의 요원은 인사조치를 당했을 것이 거의 분명합니다.
문제의 본부 요원들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FBI의 이중잣대에 대한 기존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즉 하급 직원들의 잘못은 엄격하게 추궁되고 징계되는 반면 고위직의 실수는 간과되거나 경징계로 끝난다는 많은 요원들의 불만 말입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같은 이중잣대는 워싱턴 본부와 지부 요원들 사이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8. 제가 마지막으로 제기하려는 공식적 ‘사실’은 실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의견입니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의견은 아닙니다.
9.11테러가 발생하고 하루 이틀 후 국장께서는 FBI가 테러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9.11 이전 무사위에 관련해 진행됐던 정보들이 밝혀질 경우, 이 발언으로 인해 FBI가 겪게 될 곤경을 우려해 저와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요원들은 즉각 국장님과의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무사위 수사와 관련된 배경들을 즉각 국장께 전해드리고 이에 따라 국장님의 공식적인 발언들을 수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국장님과 다른 FBI 간부들의 이같은 발언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저희들은 저희들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저희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계속 노력했습니다. 수주일이 지난 후 마침내 무사위 수사와 관련된 정보들이 일반에 알려지고 이에 관한 의회 청문회가 열렸을 때 카루소 FBI 부국장이 동일한 요지의 증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저희들은 누군가가, 아마도 국장님의 승인 하에, FBI를 곤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관련 FBI 간부에 대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FBI본부 주위에 방어선을 치고 있구나 라는 서글픈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의회 조사와 관련, FBI 간부들의 자세나 FBI의 내부 준비 과정에 관해 제가 보고 들은 것 모두가 불행하게도 저의 최악의 의혹들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입니다.
9.11 이전 무사위 수사에 관한 구체적 사실들이 드러나고, 피닉스 지부의 메모(미국내 항공학교에 다니는 중동계 인물들을 수사해야 한다는 건의. 편집자)가 공개되면서 국장님의 발언은 바뀌었습니다. FBI가 피닉스 지부의 건의에 따라 항공학교에 대해 일제 수사를 하고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요청을 허가해 무사위의 개인적 소지품과 노트북 컴퓨터를 조사했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한 행동에 의해 테러 공격을 방지, 이에 따른 인명의 손실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게 FBI의 공식 입장이 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입장은 애초의 발언만큼이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당초의 입장과는 분명 모순되는 것입니다(저는 미국의 어떤 언론도 이같은 모순을 지적하지 않은 데 대해 경악하고 있습니다!)
국장님을 비롯한 본부에 계신 분들이 아무리 천재적이고 예지력을 갖고 있다 해도 FBI 국장이라는 직위외에는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미래에 대한 모든 예측이 그렇듯이, FBI 본부가 미네아폴리스ㆍ피닉스 지부의 건의나 요청에 따라 후속수사를 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후속수사를 했다 하더라도 9.11참사 전체를 예방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회의론에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9.11 이전 무사위가 체포되었듯이, 우리가 후속수사를 계속했더라면 테러분자 1,2명쯤은 더 적발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연에 의한 무사위 체포 하나만으로도 펜타곤에 추락한 93편 여객기의 피랍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은 결코 근거 없는 상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9.11 이전 몇몇 테러범들을 추가로 적발함으로써 9.11 테러 공격을 일부 방지할 수 있었던 기회는 분명 있었던 것입니다.
저와는 다른 국장님의 결론이 FBI 내의 일부 요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겠지만, 저는 국장님의 발언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FBI를 보호해야겠다는 경솔한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의문에 대한 가장 공정한 대응은 ‘아무도 그 결과를(후속 수사를 했을 경우, 테러 예방에 기여했을지를) 알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장님, 저의 이같은 관찰이 건설적 견지에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며 정치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바라건대 국장님과 의희 및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께서는 나라의 안보가 걸린 이 문제에 대해 사소한 정파적 이익을 벗어나 올바른 일을 해주십시오. 국장님이 내놓으신 FBI 쇄신에 관한 아이디어 중에는 좋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9.11 이전 FBI 대응 실패의 진정한 원인들에 관해 국장님은 완벽하게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우리가 근본 원인들을 밝혀내고 이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의 대테러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 편지에서 저는 반복해서 ‘우리’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시기에 미네아폴리스 지부 요원들과 함께 겪었던 사실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편지에 밝혀진 의견들은 저 혼자만의 의견입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저에 대해 지나치게 고집이 세며 때때로 신중하지 못하다고 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의 발언 중에 이러한 평을 받을 만한 발언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편지는 국장님을 비롯해 FBI 내의 누구에게도 개인적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무사위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이를 올바르게 처리하지 못했던 본부 내의 몇몇 간부들을 겨냥한 것도 아닙니다.
저의 유일한, 진정한 목적은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온전히 전달함으로써 일어난 사태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하고 이로부터 우리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교훈을 얻자는 것입니다. 저는 고쳐야 할 몇 가지를 지적했지만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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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1년간 FBI 요원으로 일해 왔으며 그동안 어떤 형태로든 징계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FBI에 편지를 보내 ‘FBI에 관해 알고 싶은 100가지’라는 팸플릿을 받은 이래 FBI 요원은 저의 꿈이었습니다.
여성 특수요원이 극히 드물었을 때 FBI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저의 경력은 그런대로 모범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FBI에서 일하면서 네 아이를 낳고 여섯 식구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편지에 나타난 저의 솔직함과 제반 문제들에 대한 저의 깊은 우려로 인해 FBI에서의 저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되지 않기를 저는 바랍니다.
제 일생동안 저는 어떤 주제에 관해서건 FBI 국장에게 편지를 써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저는 이 발언이 미 연방법의 ‘내부고발자 보호 조항’에 의한 것임을 밝혀두며 또 그에 의해 보호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콜린 M. 롤리
특수요원 겸 미네아폴리스 수석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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