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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함성만 소리가 아니다"

잃어버린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을 찾아

"대-한민국 짝짝 짝 짝 짝" 4일 밤 전국에 메아리친 월드컵 첫 승의 감격을 담은 응원의 함성소리다. 요즘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의 소리를 꼽으라면 바로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쳐 부르는 저 소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월드컵 함성소리에 파묻힌 이 땅 곳곳에는 평소 느끼지도 못한 채 지나가는 아련한 추억과 삶,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계절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생명의 소리가 일상의 시끄러운 소음공해를 피해 힘겹게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가 선정한 이땅의 아름다운 소리들이 담긴 책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

사계 향토 울림 추억 생명을 담은 다섯 장의 소리 책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을 따라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은 글과 그림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 지난 1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며칠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환경지킴이들의 노력에 찬 결실이다.

***환경부 공모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가지'가 소재**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의 저자인 장해랑 KBS 부주간은 지난 해 6월 KBS1TV '환경스페셜'을 통해 방송된 '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4계'를 통해 한국의 소리를 자연과 생명, 고향, 삶의 현장이란 세 범주로 묶어 영상과 소리만으로 제작된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를 시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환경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가지'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30분짜리 테이프 2백50개 분량에 담긴 제작물은 60분짜리 프로그램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해설을 덧붙여 사계 향토 울림 추억 생명 순으로 영상과 스토리를 재편집했다. 장 부주간은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라 소리와 영상이 만날 때의 이미지와 감동의 공유가 목적"이라고 말한다.

2백72쪽에 걸쳐 삶과 자연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보로 담고 있는 책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펴낸곳: 한국방송출판)은 아름다운 소리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미니 DVD 2장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월드컵을 맞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을 위해 112쪽짜리 영문판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The Beautiful sounds in Korea)'(미니 DVD 1장 포함)도 발행됐다.

프레시안은 이 책의 저자인 장해랑 PD와 출판사 한국방송출판측의 양해를 얻어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의 주요 내용과 함께 5개 장 중에서 하나씩, 5가지 소리를 골라 소개한다. '사계'에서는 '한여름 몽돌 백사장에 파도 부딪히는 소리', '향토'에서는 '소울음 소리', '울림'에는 '가을 밤바람 산사 풍경 소리', '추억'에는 '시골학교 풍금 소리', '생명'에서는 '섬진강 동자개 우는 소리'가 수록됐다. 해당 낱말을 클릭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계**

봄을 알리는 '통통' 고드름 낙수소리와 '졸졸'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왔음을 전해 준다.

물줄기의 깊이와 폭에 따라 소리의 선율을 달리하는 계곡의 폭포소리는 한 여름 밤 깊은 산 속의 적막감을 동반한 심신을 시원하게 해 주는 청량제라면, 몽돌 백사장에 파도 부딪히는 소리는 젊은 시절 바닷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가을 숲속의 '스르륵' 사뿐한 낙엽지는 소리는 떨어지는 잎사귀의 크기마다 부딪히는 가지마다 제각기 다른 하모니를 연출한다. 떨어진 낙엽을 밟는 소리와 싸리비로 낙엽쓰는 소리 또한 아스팔트 바닥이나 나일론 빗자루에선 느낄 수 없는 나름의 품위를 자랑한다.

가을을 마무리하고 겨울을 알리는 전령은 바람결에 따라 줄기와 잎사귀가 춤을 추며 토해내는 갈대 부딪히는 소리다. 한 겨울 산 정상의 눈보라 소리와 설피 신고 눈 밟는 소리, 얼음장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 따뜻한 아랫목과 화롯불이 생각난다.

***향수**

'콜록콜록' 고향집 할아버지 잔기침 소리, '타닥 타닥' 달집 태우는 소리와 논두렁 태우는 소리, 소울음 소리, '쉬이익' 가마솥 끓는 소리, 봉추 들노래에 어우러진 '질펵 질퍽' '찰팡 찰팡' 모내기 소리는 고향의 아련함을 떠오르게 한다.

어머니의 한이 담긴 베틀짜는 소리, 가슴을 설레게 하던 '왁자지껄' 시골장터 소리, '윙윙' 리드미컬하게 알곡을 토해내는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 키질 소리, 콩도리깨질 소리, 맷돌가는 소리는 '쿵덕쿵덕' 절구 찧는 소리와 '철썩 철썩' 떡치는 소리와 어우러져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물가로 떠나자. '딸랑 딸랑' 어시장 경매소리가 아침을 깨우면 '찍찍' 오징어가 물 뿜는 소리가 들린다. "밖 목선 그물 조지라, 안 목선 그물 조지라"는 숭어잡이 어로장의 목소리도 들린다.

'철퍼덕 철퍼덕' '차르르-'는 섬진강 재첩 캐는 소리, '철퍽 철퍽' '슥슥'은 꼬막잡는 소리, '푸우-' '어휴-' '휘이익-' 해녀들의 숨비소리, "올해도 고기 많이 잡게 해주소" 풍어를 기원하는 연평도 풍어제 소리가 향수를 일깨운다.

***울림**

"세계 제일의 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 '에밀레' 종소리는 애끓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음이 한번 커졌다 줄어드는 맥놀이 주기가 인간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는 호흡주기와 같은 2.7초여서 그 고음이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을 잡아뜯고 애끓게 한다"고.(배명진 숭실대 교수)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소리는 매년 12월 31일 자정에 울리는 보신각의 서른 세 번 제야의 종소리다. 마음을 맑게 해 주는 울림은 '댕그랑' 산사의 풍경소리와 '쿵쿵쿵 딱딱딱' 법고 소리, '따다다닥' 목어 소리, '땅 땅 따앙 땅-' 구름의 울림소리라는 운판 소리, '댕댕댕 댕댕댕' 성당의 새벽 종소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추억**

이미 자취를 감춘 추억의 소리가 많다. '땡땡땡' 학교종 소리, '쉭쉭' 바람소리가 나는 정겨운 풍금소리, 학교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놀이소리, 청백군으로 나뉘어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던 코스모스 만개한 가을 하늘 아래 운동회 소리가 그렇다.

열기와 땀으로 가득 찬 '치이익 이익' 한여름 대장간의 쇠달구는 소리, '타닥 딱딱' 참숯 익는 소리, '첨벙첨벙 철벅철벅' 노젓는 소리, '졸졸졸' 개울물에 '또닥또닥' 빨래하는 소리, '철퍽 철퍽' 염전 수차 소리가 그립다.

'쏴아 삐그덕 쿵덕' 통방아 찧는 소리, '삐이걱 삐이걱' 물레방아 도는 소리, '쿵덕쿵덕' 디딜방아 소리, '또드락 똑딱 또드락 똑딱' 다듬이질 소리, '뽀옥' 마지막 비둘기호 정선선 기적소리에 이미 여행은 시작됐다.

***생명**

"모기 소리 들리는 이 땅에 살리라"고. 한국의 극성스런 여름모기는 아직은 유럽 선진국들과의 모기 월드컵에서 대승을 거둘 것이 틀림없다. 그네들의 모기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이미 반쯤은 생명을 상실한 모기이기 때문에 물려도 별로 가렵지 않다. 반면 한국 모기는 아직까지 두꺼운 옷을 뚫고 피를 빨아먹을 정도로 체력과 끈기가 뛰어나다.

'냐아오 냐아오' '꽈아오 꽈아오' 새의 천국 백령도의 괭외갈매기 우는 소리, 수천 수만마리가 환상적인 군무를 연출하며 내는 거대한 폭풍소리, '찍찍' 둥지 떠난 새끼 제비들의 소리. '딱딱딱딱' 딱따구리 나무구멍 파다 '키욧 키욧' 우는 소리 '삐르르르 카아카아 쭈쭈르르' 짝을 부르는 노고지리 종달새 소리, '소쩍 소쩍' 풍년을 알리는 소쩍새 소리가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꾀꼬리 울음소리는 몇 가지일까. '빼액 빼액'은 경계하는 소리, '피유-'는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 등 여덟 가지나 된다.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새라는 학명을 가진 삼광조 새끼 키우는 소리, 큰 유리새 우는 소리, 두루미 구애하는 소리, 참매미 짝 찾는 소리, '쓰름쓰름' 쓰름매미 우는 소리가 생명의 감동을 전해준다.

'톡톡 토도독' 욍쇠똥구리 경단 굴리는 소리는 어떨까. 토종벌 일하는 소리, 수컷만 우는 귀뚜라미 짝 찾는 소리, 여치 우는 소리, 방울벌레 노래 소리, 베짱이 우는 소리, 긴꼬리 우는 소리,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두꺼비 우는 소리, 맹꽁이 울음소리, 섬진강 동자개 우는 소리, 남대천 연어 돌아오는 소리 모두가 생존을 위한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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