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월드컵 경기 중계한 까닭은?

6.15 2주년 앞둔 화해 메시지-IHT 보도

이번 월드컵 대회가 열리기 전, 대부분의 북한전문가들은 월드컵이 남북한간 관계진전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북한측 고위인사의 월드컵 개막식 참석, 월드컵과 같은 기간에 열리는 북한 아리랑축전에의 남한측 참관 등을 통해 남북간의 교류가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기까지 이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월드컵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도 무산되는 듯했다.

그런데 월드컵 개막식 다음 날인 지난 1일 북한 TV는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 경기를 1시간 방송했고 2일에도 그 전날에 있은 카메룬과 아일랜드의 후반전 경기를 방송했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4일 국내 북한 전문가 등의 말을 빌어 이는 한국에 대한 화해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6.15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두고 남북한간 분위기 개선을 바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몇 안되는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월드컵 출전도 북한의 중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의 월드컵 중계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보고 북한측에 대화 재개를 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찌됐건 월드컵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다음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키로 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한 IHT 4일자 '외교로서의 월드컵(Diplomacy's World Cup)'의 주요 내용. 편집자

***외교로서의 월드컵**

북한은 월드컵 축구의 두 경기를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녹화) 방송함으로써 회의론자들을 놀라게 했고 한국 관리들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식량과 마찬가지로 스포츠와 오락에 굶주려 있는 국민들에게 추가 방송을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은 평양에서 수천명이 연기하는 볼 만한 게임인 아리랑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북한 TV는 그 전날에 있은 월드컵 축구 개막전 프랑스와 세네갈의 경기를 1시간 방송했고 2일에도 그 전날에 있은 카메룬과 아일랜드의 후반전 경기를 방송했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6월 15일 정상회담 2주년 기념일 전에 남북한의 분위기 개선을 바라는 증거로 일부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았다. 통일부 산하 민족통일연구원의 분석가인 최진욱씨는 “북한이 한국의 보다 많은 식량원조와 경제협력을 기대하면서 호의를 표시하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재개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월드컵 축구 경기 일부 방송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북한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팀을 결정하는 어떤 예선에도 참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관리는 북한이 일부 경기를 북한 경기장에서 갖자는 한국의 제의를 묵살한 후 “모든 것을 살펴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 뉴스 매체들은 한국이 월드컵 축구를 일본과 공동 개최한다는 것조차 보도하지 않으면서 지난 1일 방송때까지 월드컵 축구를 무시해왔다.

북한은 유일한 참된 동맹국이며 절실히 필요한 원조를 제공해 주는 중국이 한국에서 1차전 경기를 하는 것을 못 본 체 할 수 없다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은 일본에서 1차전을 갖는 러시아의 참가에도 영향 받았을 것이다. 이를 관계개선의 신호로 보고 고무된 한국 관리들은 남북대화의 재개를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회담을 북한이 취소함으로써 실의에 빠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