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행정부와 북한간의 최초의 고위급 회담이 수주 내로 다가왔지만 미국의 대북협상 전략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빌어 부시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을 성실한 대화상대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안보회의 등 대북 관련 부서들간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있을 북미 고위급 협상은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처를 천명한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에 너무 적은 것을 주면서 많은 것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결렬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대외 무기판매 중단에 대해 식량ㆍ에너지ㆍ차관 등의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인지,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재배치 문제를 협상의제로 올릴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 3일자에 보도된 '북한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What to Say to North Korea?)'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북한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미국과의 교착을 깨고 대화를 제의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미국은 대화 재개에 동의했지만 무슨 말을 할지를 아직 논의 중이다.
미 행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한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 세계 문제에서 덜 위협적인 세력이 되기를 원한다. 미국 외교관들은 아마도 수 주일내에 평양을 방문, 과연 김정일이 군사력 배치와 대외 무기판매를 줄일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 수립가들은 어떻게 북한으로부터 보다 나은 태도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에서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고 이들은 자문하고 있다.
미 정부 내의 토론에 참가하고 있는 한 관리는 북한의 최근 대화제의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관련, “기본적 질문들에 대한 해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문제는 각자가 서로 다른 가정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북한이 진지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로가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평양과 기타 불량국가들을 클린턴 행정부보다 더 엄격히 다룸으로써 이들의 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다짐한 백악관으로서는 다가오는 회담이 이 전략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된다.
일부 논평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접근방법을 '매파적 개입'이라고 부른다. 어느 정도까지 강경할 것인가에 대한 행정부의 토론이 아직 진행중임에도 말이다.
조지타운 대학의 빅터 차 부교수는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7/8월호) 기고문에서“매파들은 북한의 협력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면서도 개입을 통해 그들의 진의를 알아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뒤에 가서 북한 정권에 대한 응징의 명분을 쌓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의 경제원조 및 기타 지원을 받는 대가로 미사일 개발과 무기확산 같은 행위를 제한하라는 다짐과 요구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한 북한은 추가 원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국관리는 “우리는 여러 가지 이슈 가운데 검증 가능한 일련의 상호적 조치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까지 전향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해 검증을 요구할 작정이며 그들을 만나면 그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접근은 여러 해 동안 (북한에) 덴 끝에 나온 것”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김정일에게 너무 적은 것을 주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의 체면을 깎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험하고 말한다. 20년 이상 북한 문제를 연구한 한 분석가는 부시 대통령은 평양에 대해 적대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상호 화해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임동원 특사는 지난 3월 북한 지도자에게 부시 행정부가 전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북한도 그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 분석가는 부시 행정부가 “약속한 무엇을 실제로 북한에 주기 전에, 미국의 약속만을 바탕으로 북한이 먼저 휴전선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그러나 이것은 북한에게는 일방적인 항복이며 추가 유인조치 없이는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의견 분열은 행정부내 각 부처간에도 존재한다. 지난 4월 27일 북한 특사가 김정일의 대화제의를 미국에 통고한 이래 국무부 내부, 그리고 국무부ㆍ국방부ㆍ국가안전보장회의 간에는 집중적인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 부처의 대표들은 금주 중 다시 만날 예정이다.
국무부 안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고위 군축 담당관 존 볼튼이며 국방부 지도부도 그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사람들 속에는 행정부의 대북 특사인 잭 프리처드가 포함되어 있다.
사안의 미묘함을 이유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관리는 부서간 협의과정에서 “내가 늙어버렸다”고 농담했다. 그는 오는 6월 18일까지 계속될 일본 및 한국과의 3자협의 역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결정돼야 할 사안으로는 북한이 대외 무기판매를 중단할 경우 이에 대해 보상을 해줄 것인가, 그럴 경우 식량, 에너지, 차관 등 어떤 보상을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주한 미군의 감축, 또는 재배치문제를 의제로 올릴 것인가 하는 것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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