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간의 오랜 갈등이 해소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리즈대학의 명예연구위원인 에이든 포스터-카터(한국학 전문)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30일자에 기고한 '이젠 한일갈등 풀 때(Time for South Korea and Japan to make up)' 칼럼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예로 들며 31일 개막되는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75년동안 세 차례에 걸친 파멸적인 전쟁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이후 동맹을 맺어 오늘날 유업연합의 기초를 다진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과 일본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나 건전한 가치에 기초한 보다 넓은 지역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독일 프랑스의 선례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IHT 30일자 '이젠 한일갈등 풀 때'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과 일본은 31일 개막되는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 두 나라는 단독유치를 희망했고 또 그렇게 할 능력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두 나라간의 치열한 월드컵 유치경쟁을 우려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으로 공동주최하게 됐다. 두 나라는 각각 올림픽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입장권에 어느 나라 이름을 앞에 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실갱이를 벌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공동개최를 받아들였다. 일찍이 한국과 일본이 하나가 된 적이 있는가?
두 나라간 불화의 뿌리는 깊다. 제국주의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점령했었다. 일본은 성노예를 완곡하게 표현한 '위안부'로 20여만명의 여성들을 징발한 것을 포함해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다. 한국인들이 볼 때 일본은 한번도 제대로 사과하지도, 충분히 보상하지도 않았다. 일본의 개정된 교과서는 1945년 이전의 (일본이 저지른) 잔학행위들을 왜곡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교과서 개정을 둘러싼 한국인들의 분노는 지난 해보다 성숙된 한일 관계를 수립하려던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 일본내 거의 어떤 학교도 개정된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일본은 독일을 열심히 모방해야 하고 과거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본능적 반응을 재고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식민지였지만 대부분 과거를 극복한 지 오래됐다.
한국은 이중(二重) 잣대를 갖고 있다. 한국인들 눈에는 일본은 무엇이든 잘할 수 없는 나라이며, 중국은 무엇을 해도 잘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선양에서 중국 경찰들에 의해 일본 영사관 밖으로 끌려나온 탈북자들을 둘러싼 사태에서 많은 한국 언론의 논평은 표리부동 또는 이른바 공범주장을 하며 일본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 부여를 거부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한 중국을 비판하는 논평은 많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수세기에 걸쳐 예속됐던 사실을 잊고 중국을 한국 문명의 근원지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마지막 압제자인 일본은 미워하지만 끝에서 두 번째 압제자는 사랑하는 형태다.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독일은 용서하지만 러시아는 용서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많은 국민들이 불교를 믿고 있는 한국은 중국에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불허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냉전으로 단절됐었다. 러시아와의 관계처럼 다시 균형을 잡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중국은 곧 미국과 일본을 추월하여 한국 제1의 무역파트너가 될 것이다. 홍콩과 타이완을 포함하면 중국은 이미 제1의 교역 상대가 됐다.
비즈니스도 하나의 일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 미국의 사소한 발언도 멸시로 받아들이며 못 견뎌하는 반면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데는 편안한 것처럼 보인다. 이게 현명한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분명치 않다. 모스크바보다 지역 마피아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거친 동방정책'을 추진중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북한이 있다. 한국은 이 지역에서 한 친구를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이를 가로 막는가? 한국과 일본은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전파된 유교와 불교의 전통을 포함하여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자이지만 개방된 무역체제하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복사판이지만 구조조정은 한국이 빨랐다.
역사는 극복돼야 한다. 선례가 있다. 75년 동안 세 차례나 파멸적인 전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동맹을 맺어 오늘날 유럽연합(EU)의 기초가 됐다. 한국과 일본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나 건전한 가치에 기초한 보다 넓은 지역주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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