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선양의 일본과 캐나다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던 8명의 탈북자들이 망명지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함에 따라 미국 부시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가 지금까지 '악의 축'으로 표현한 북한 정권과는 별도로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상당한 동정심을 표현해왔기 때문인데, 막상 이들이 미국을 망명지로 희망하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실천력을 담보한 것인지 여부에 국제 여론의 주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외교적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기사에서 8명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신청은 미국을 외교적으로 난처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한국방문때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동정심'을 표시했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이 실천력이 있는 것임을 입증하려면 부시 대통령은 이들의 미국망명을 허용해야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북한과의 대화재개는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말한 것이다.
지금까지 탈북자들은 베이징 주재 미국 스페인 독일 대사관을 이용해 난민신청을 했으면서도 희망하는 망명지로는 서울을 선택해왔으며, 한국 정부 또한 탈북자들을 수용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신청은 "과거 베이징의 한 탈북자 그룹이 불과 하룻만에 출국한 데 비해 3일이 지났는데도 세명의 탈북자들이 아직도 미국 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의 예기치 못한 미국 망명신청이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선양 미국 영사관은 11일 현재 중국측과 협상이 진행중이라고만 밝히고 있을 할 뿐, 탈북자 3명의 미국망명 요청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요청은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중국내 탈북자 수십만명이 유엔협약에 따라 정치적으로 보호받는 난민지위를 부여받을 경우, 이들의 북한 송환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유엔 난민담당관실은 탈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과 미국이 서명한 유엔협약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측은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들이 정치적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유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유엔 조사관들이 탈북자 면담을 위해 입국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북한과의 오랜 동맹관계를 고려해 양국이 맺은 외교적 협약하에 매년 수만은 못되더라도 수천명의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만일 미국이 탈북자들에게 곧바로 (미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할 경우, 이는 미묘한 상태에 있는 미국의 대중국 관계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모색하는 부시 행정부의 노력을 무산시킬 것이 거의 틀림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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