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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들 "미국제품을 몰아내자"

19개 아랍국은 '대 이스라엘 경제제재 조치' 발동

팔레스타인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아랍국가들이 전쟁을 동반하지 않는 최후의 수단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상품 불매운동과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에 나섰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정부주도가 아니라 대학생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대상은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담배 샴푸 등 소비제품 전반으로부터 미국 자본이 투입된 은행시스템과 금융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지난 주 초 19개 아랍국가들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 회사들과의 거래중단 등을 포함하는 세 단계로 구성된 경제제재 프로그램을 재가동시키기로 결의했다.

뉴욕타임스 10일자는 '반미 불매운동이 아랍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1백80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패스트푸드 산업왕인 사미르 나지에르씨의 경우 자신의 도너츠 회사가 미국과 아무런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며 만일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에게 30만 달러를 주겠다고 할 정도로 화가 나 있다고 보도했다.

나지에르씨는 "우리는 사우디 국민들이 미 행정부의 (친 이스라엘) 자세에 대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관련된 어떤 것이든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학살과 관련해 이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근원적인 미국제품 불매운동이 아랍세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제 불매운동의 확산은 말과 인터넷, 이슬람 종교행사,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소비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대 중동지역 수출액은 지난 2000년 2백억 달러(약 26조원)로 미국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맥도널드 등 대부분의 미국계 패스트푸드 산업은 20-30% 정도의 매출액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과 산업분석가들은 소비상품 판매의 경우도 비슷한 하락세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제 불매운동은 현재 정부 개입 없이 대학생이나 시민단체 등 개인이나 소그룹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아랍 세계가 미국과 거리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하고 있으며 아랍 정부 또한 그들과 함께 행동하기를 원한다.

레바논 경제학자인 카말 함단씨는 "그들은 이제 미국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말보로 담배를 피우는 함단씨는 그가 담배를 피우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이 다가와 "뭐야, 아직도 미국 담배를 피우고 있단 말이야"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그들은 은행 시스템과 보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항하는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제 불매운동은 때로 폭력사태를 일으키기도 한다. 레바논 북부 도시 트리폴리에서는 지난 9일 텅빈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가게가 폭발되기도 했다.

오래 전부터 미국 상품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보다 구체적인 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마스쿠스에서는 영어와 아랍어로 쓰여진 광고간판을 통해 이스라엘 군이 예닌 피난촌에서 자행한 잔인한 학살장면을 보여주며 "미국 상품을 보이코트하라, 공범자가 되지 말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주 초에는 19개 아랍 국가 대표들이 모여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재는 이미 1951년 결의됐으나 거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특히 지난 93년 오슬로 중동평화협정이 타결된 이후에는 상당히 느슨해진 상태다.

제3세계적 시각에서 국제뉴스를 다루는 통신사 인터프레스서비스(IPS)는 지난 2일 '아랍이 경제적 무기사용을 결의했다'는 기사를 통해 아랍 국가들이 지난 3일 다마스쿠스에서의 회담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돕기 위한 평화적 무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경제제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는 50년전 이스라엘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아랍연맹에 의해 설립된 '이스라엘 경제제재를 위한 중앙기구(the Central Office for the Boycott of Israel, COBI)에서 열렸다. 참석국가들은 시리아 이라크 수단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알제리아 튀니지 예멘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쿠웨이트 리비아 소말리아 코모로 모로코 카타르 오만 바레인 지부티 등이다.

이스라엘 경제제재는 3단계로 계획됐다. 첫 단계는 아랍 연맹 회원국들이 이스라엘과의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이집트와 요르단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 주었다.

두번째 단계는 이스라엘에 지점ㆍ출장소ㆍ공장, 혹은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기업들과의 무역을 금지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소위 제3의 경제제재 조치로 불리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간접적인 거래를 하거나 관련이 있는 회사나 국가들과도 거래를 끊는 것이다.

다마스쿠스의 COBI는 이미 1만개 이상의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리스트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데 한 관리는 몇몇 미국 아시아 유럽 회사들이 올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세계의 경제적 압력은 사실상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는 최후의 수단이다. 아메드 카자 COBI 이사는 회담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이스라엘과 기타 국가들에 대한 경제제재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억제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고무시키는 평화적이고 능동적이며, 합법적이고 당당한 수단이라는 신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의 대 이스라엘 경제제재 조치는 이스라엘 국가경제에 연간 3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리는 지난 50년간의 경제제재 조치로 이스라엘이 입은 손해규모가 4백80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마스쿠스 회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오슬로 평화협정이 맺어진 1993년 이후 2번밖에 열리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회의가 정족수에 미달하는 등 참석자 부족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회의 참석한 아랍 대표들은 그러나 10월에 열릴 정기회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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