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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왕조와 사우드 왕가' 손잡다

미ㆍ사우디, 중동사태 해결 위해 긴밀 협력키로

지난 해 9.11테러 이후 소원해졌던 미국과 사우디가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일 '중동위기 (해결을) 위한 미국과 사우디의 새로운 전략"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과 사우디가 역할분담을 통해 중동사태를 해결한다는 새로운 전략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같이 전하면서 이러한 양국간 제휴는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사우디의 실질적 지배자 압둘라 왕세자와 조지 부시 대통령 등 양국 전·현직 지도자간의 5일에 걸친 집중적인 토의 결과 도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사태 해결 위한 미국과 사우디의 새로운 전략'**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28일 이스라엘의 아라파트 연금해제 결정은 부시 대통령과 압둘라 왕세자간의 새로운 협력이 낳은 최초의 가시적 성과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앞으로 미국은 이스라엘에,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에 각기 압력을 가하는'역할분담'을 통해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와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가 함께 손을 잡고 중동사태에 적극 대처키로 방향을 선회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주 압둘라 왕세자의 미국방문이었다. 특히 지난 달 25일 텍사스주 크로포드에 있는 부시 대통령의 개인목장에서 있었던 부시와 압둘라간의 5시간 단독회동을 통해 두 지도자는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관계 복원이 중동사태 해결의 열쇠라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에서 압둘라 왕세자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라말라 청사 포위가 계속된다면 "아라파트를 중동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가혹한 탄압이 역설적으로 아라파트의 아랍권내 위상을 한껏 올려주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사우디 등 미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독재정권으로서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아라파트의 위상강화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그동안 중동사태 해결에 그다지 힘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 사우디 등 중동지역 국가들이 협력한다면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비공식 회담임에도 불구하고 정장 차림을 했으며 부친의 친구이기도 한 77세의 압둘라 왕세자에게 '각하(Sir)'란 호칭을 써가며 최대한의 예의를 보였다.

한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도드의 2일자 칼럼 '텍사스의 왕족들, 부시 가문과 사우드 가문(Bushes and Sauds gets dynastic in Texas)'에 따르면 압둘라 왕세자의 이번 미국 방문에서 부시 전 대통령, 체니 현 부통령 등 지난 90년 걸프전때의 '역전의 용사'들이 모두 나서 미국과 사우디간 관계복원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지난 주 5일간 텍사스에서 양국 전·현직 최고위관리 우의 다져**

우선 지난 달 23일에는 부시 전 대통령이 사우디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와 사우디의 실력자 반다르 왕자를 휴스턴으로 초청, 오찬을 대접했다. 또 24일에는 체니 부통령이 압둘라 왕세자와 오찬을 가졌으며 부시-압둘라 단독 회동 다음날인 26일에는 부시 전 대통령이 압둘라 왕세자와 함께 자신의 대통령기념도서관이 있는 칼리지스테이션까지 기차여행을 했다. 사우디 왕가는 이 기념도서관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같은 총력 개인외교의 결과 도출된 결론은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사우디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압둘라 왕세자는 아라파트를 비롯해 아랍권 지도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 주 샤론 총리를 워싱턴으로 불러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나설 것을 설득할 예정이다. 또 현재 모로코 카사블랑카를 방문하고 있는 압둘라 왕세자는 아랍국가들을 순방하며 이들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아라파트와도 회동할 계획이다.

부시와 압둘라가 구상하고 평화협정안은 지난 3월 사우디가 제안하고 아랍 정상들이 승인한 제안과 대동소이하다. 즉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에서 군사점령한 서안 및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을 인정하는 대신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또 압둘라 왕세자는 아라파트에 대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unprecedented level)'의 감독과 지원, 지도를 받아들일 것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 및 서방(미국)측 정보기관들과 협력, 테러분자 소탕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샤론, 압둘라는 아라파트 설득키로**

미국과 사우디는 중동평화협상의 진전을 위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중동평화관련 국제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는 유엔 대표를 비롯하여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그리고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시리아 모로코 등 중동 5개국의 외무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부시와 압둘라는 이같은 평화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현 무력대치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이를 풀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아라파트 연금해제 결정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언론들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아라파트 연금해제를 위해 사론 총리에게 '야만적(brutal)'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결국 샤론 총리는 이같은 미국측의 압력에 굴복, 자신이 이끌고 있는 리쿠드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28일 이스라엘 의회로 하여금 연금해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아라파트 연금해제는 미·사우디 공조의 첫 작품**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샤론 총리의 이번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워싱턴 방문 초청 등 몇가지 당근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미국은 이스라엘의 유엔 예닌학살 현장 조사 반대를 묵인하겠다는 것이다. 페레스 외무장관 등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조사 거부를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의 조사 수용 촉구를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연금해제와 관련, 아라파트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사우디의 사우드 외무장관에게 4차례나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또 압둘라 왕세자 본인도 지난 주말 아라파트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측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다.

샤론은 아라파트 연금해제의 조건으로 지난 해 10월 발생한 이스라엘 각료 살해범 5명의 이스라엘 인도를 요구하고 있었고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스스로 처리할 것을 고집하고 있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호하에 있었던 이들을 이스라엘측에 넘기는 대신 미국과 영국 관할하에 둔다는 조건으로 연금해제를 추진했던 것이다.

결국 중동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된 이스라엘의 아라파트 연금해제는 미국과 사우디의 긴밀한 협조에 의해 이루어진 셈이다.

앞으로 양국은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전망이다. 물론 두 나라의 관계 복원이 완벽한 중동평화 달성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아라파트 연금해제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측 테러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헤브론에 무력 침공, 13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여전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또 점령지역내 유태인 정착촌 사수를 고집하고 있는 샤론 총리가 점령지역으로부터의 완전 철수라는 미국 등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나아가 팔레스타인측이 미국 등의 '사상 유례가 없는' 지도와 감독을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이는 사실상 괴뢰국가의 건설이나 다름없으며 팔레스타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여 테러리스트 소탕에 적극 나설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미 정책으로의 복귀,이라크 공격 당겨질 가능성**

그러나 사우디와의 전통적 협력관계를 복원키로 한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2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그동안 당내 보수강경파들의 입김에 의해 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해온 그가 미국의 보다 전통적이며 현실적인 정책기조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샤론 총리를 '평화의 지도자(a man of peace)'로 지칭하는 등 실속없이 이스라엘편을 듦으로써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국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념적 동지의식에 의한 이스라엘 편들기로 미국이 얻은 것은 중동위기의 악화와 국제사회의 대미 비판뿐이었다.

결국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의 '미니 테러와의 전쟁'에 집착하다가는 이라크 등을 대상으로 한 미국 자신의 세계적 '테러와의 전쟁'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같다. 이와 같은 결심의 배경에는 부친 부시 전 대통령의 조언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도드에 따르면 최근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에게 '피와 석유보다 더 진한 것은 없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둘째, 한때 비틀거렸던 사우디와 협력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잠정적이나마 중동사태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동사태의 안정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지난 3월 미국이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을 중동지역으로 보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정착을 추구한 궁극적 목적은 이라크 침공에 있었다. 즉 이·팔간의 평화정착을 통해 아랍권의 반미감정을 잠재운 다음 이라크 정벌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오히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력행사로 악화됐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

그러나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중동사태 해결에 적극 뛰어듦으로써 최소한 잠정적인 안정을 이룰 가능성은 높아졌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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